두 눈에는 섬광이 번쩍이며, 입에는 피를 줄줄 흘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박양........
드랴큐라 영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바로 그 귀신이다.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는 그 녀를 보니..... 역시 다리 부분은 없다...
온 몸이 오금이 저리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귀전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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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질끔깜고 기도문을 외운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찬 기운이 내 몸을 감싼다. 점점 더 차가운 기운이 세어진다.....
나를 감싸며 나를 꽉 조이는 .... 그 무엇인가가... 점 점... 더 나를 조인다.
"호랑이에게도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라는 어머니 말씀이 다시 한 번 더 귓전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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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상태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두 팔을 뻗어 내 앞에 있을 박양의 목을 잡았다.
잡혔다.
나를 감싼 강한 찬기운이 나에게서 힘을 빼았는 느낌이 강하게 온다......
나는 빼았기는 힘을 느끼면서 있는 힘을 다해 상대의 목을 최대로 조인다...
내가 죽나,......... 네가 죽나....... 어짜피 죽을 것 하는 데 까지 해 보자.
항상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을 떠 올린다.....
"야, 이 자식아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무슨일을 해도 죽기 살기로 하면 못할게 없어."
온 힘을 다해 우리는 싸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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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뭣 하세요?"
"여기서 주무셨어요?"
나는 깜짝 놀라며 눈을 떳다.
아니, ............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기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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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
내 눈 앞에 박양과 교무부장 선생님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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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김선생, 여기 창고에서 잔 거야?"
"손에 그 빗자루는 왜 들고?"
"어서, 일어나세요. 선생님들 오실 때 되었어요," 하고 박양이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팔을 뻗는다.
나는 섬찟하여 내미는 팔을 잡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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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치가 이상한 것을 안 박양은 슬며시 자리를 뜬다......
그녀가 사라지는 뒷 모습을 나는 응시했다...
다리가 있나하고..
그녀는 두 발로 또박 또박 소리를 내며 실내화 발로 이동을 한다......
이게 무슨 일이람....
내가 분명히 저 년을 목을 조이고 죽였는데.. 저 년이 저렇게 멀청하게 내 앞에 있고 여유있게 걸어가고 있네.......
저게 귀신이야, 사람이야......
야, 이제 죽었다. .....
저 귀신과 어떻게 살지.....
이런 생각에 나는 잠시 넋을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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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왜 이래?"
"어서, 일어나, 다른 선생님들 오시면 어떻게 하려고."
하시면서 교무부장선생님이 내 팔을 잡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 분의 강한 어깨 힘과 뜨거운 손바닥이 나에게 잃어 버렸던 힘을 재충전해주는 그런 느낌을 받고 나는 일어났다.
교무부장 손을 잡느라 나는 두 손에 잡았던 몽당빗자루를 왼손에 잡고 서 있었다.
"그 몽당빗자루는 왜 들고 있어?"
"어서, 버려."
교무부장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손에 꼭 쥐고 있던 몽당 빗자루를 바닥에 놓고 그 창고에서 나왔다.
숙직자는 전 날밤을 거의 지새우다시피 하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은 귀가하고 오후에 출근하는 것이 학교의 관례였다.
교장 선생님이 출근하시어 전날 당직 중 별일없었다는 보고를 하니,
"수고했네, 첫 숙직이라 힘들었지. 별일은 없었고?" 하신다...
"넷, 별일 업었습니다."
하고 보고를 하고 교장실을 나와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님,,, 그리고 교무실에 계시는 분들에게 성급하게 인사를 하고는 나는 교무실을 빠져 나오는데.....
저 멀리 내 자리 반대편의 우측 끝자리에 앉아 있는 박양이 내 등을 노려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나는 성급히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
교무실을 나와 운동장을 가로 질러 교문쪽으로 향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교무실 박양이 유리창을 통해 내다 보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서둘러 하숙집으로 왔다...
"아이고, 김선생님, 숙직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얼굴이 어제 얼굴이 아니네?"
"숙직하면서 귀신이라고 봤어요?"
하숙집 아줌마는 많은 선생님들이 이 하숙집에서 1-2년 함께 생활하시다 전근가고 하여 이미 어지간한 학교일은 다 알고 계셨고, 하숙생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꽤고 계셨다. 마치 어머님이 자식 돌보듯 하시는 그런 분이시다.....
내 표정에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아시는 그런 분이셨다...
서둘러 아침밥을 먹고 나는 세수를 하고 나의 작은 하숙방으로 숨어 들었다.
잠을 청하려 해도, 영 눈이 감기지 않는다...
박양귀신이 이 하숙방 금방이라도 처들어 와서 나를 다시 잡아 먹으려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불 속에서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갑자기 "똑 똑 똑....."
뭐야.....
누구야.... 이 시간에 ........ 박양 그년이 여기까지 쫏아왔나? 이런 벌건 대낮에.....
나는 겁을 잔뜩 먹고 이불을 더욱 감싸며.... 부들 부들 떨고 있는데.....
다시.. "똑 똑 똑..."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김선생 자나?"
나는 "아니요" "안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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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좀 들어가도 되나?"
"아, 예, 예, 예."
하고는 나는 이불을 걷고 얼른 일어나 미닫이 문을 열어 젖혔다.
아주머니가 문 앞에 서 계셨다. 손에는 소주 1병과 안주를 차린 조그만 쟁반을 가지고....
"숙직하느라 고생많았지. 첫날은 다 힘든거야!"
"내가 교무부장님께 전화해줄테니까. 이 술 먹고 한 숨 푹 자거라...."
하고 술쟁반을 나에게 건내시고는 얼른 종종걸음으로 부엌을 향해 가신다.
물꾸러미 아주머니 뒷 모습을 보며 나는 다리 쪽만을 응시하게 되었다.
저 아줌마는 사람인가를 확인하는 유일한 나의 방법이 그것이었다....
받아든 소주병을 단 순간 들이키고 나는 술기운을 빌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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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그년의 목을 꽉 조인다... 점점 힘이 빠지는 것 같지만....
여기서 지면 나는 죽는 것이다.....
박양과의 사투는 끝날 줄을 모르고 .....
"어, 일어나"
"온 종일 잤으면 이제 저녁 먹어야지"
누가 잠을 깨운다.
옆 방에 하숙하시는 교무부장선생님이 나를 깨운다...
"어," 하고 나는 눈을 뜨니 그 분이 나를 내려다보고 계신다.
"어젯밤 숙직하면서 귀신봤어."
"왜, 그래."
나를 이끌고 방밖으로 향하시면서 이렇게 중얼거리신다...
안방에 차려진 하숙생 밥상에는 교무부장, 체육부장, 행정실 직원,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의 하숙생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저녁상이 차려 있었다...
모두들 나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며 싱글싱글 웃고 계셨다..
"신참이라, 처음 숙직하는 것,, 쉽지 않았지."
"학교에는 참 귀신이 많다."
"까닥하면 귀신에게 잡혀 먹어."
"이 학교에 잡혀 먹인 신규 교사들 참 많았었데."
하고는 체육부장이 농을 한다.
교무부장 선생님... 눈을 부라리며...
"야, 이 사람, 그렇잖아도 지금 겁을 잔뜩 먹은 사람한테,그게 할 소리야!" 하고 입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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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저 먼저 일어날께요."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 판에 저녁이 제대로 먹힐리 없었다.
이런 나의 행동에 직감적으로 어제 무슨 일, 겁을 잔뜩 먹는 일이 있었구나를 파악하신 교무부장선생님....
"흠............."
나는 하숙방에 다시 들어와 이불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갔다.
억지로 깨운 잠이라 다시 자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했다.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드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며
"저벅, 저벅...."
누가 들어온다. 발소리를 들어보니 체육부장님 발소리이다. 그 문은 몸집이 있어 발소리도 유난히 크다.
"야, 김선생, 일어나"
"교무부장님이 술 한잔 사신데,,," 하고 내 이불을 확 걷어 제친다.
그분의 우락부락한 손아귀가 내 팔을 잡아끈다. 체육복 상하의를 잠옷처럼 입고 생활하는 나는 잠자리에서 그대로 그분의 손에 잡혀 질질 끌러가다시피 하숙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선술집으로 들어섰다.
"어, 어서와. 이리로 앉아...."
"첫 숙직은 다 그런거야." 하고 교무부장선생님이 먼저 말을 건네신다.
그렇게 시작한 술상은 11시를 넘어 자정이 가까워 온다. 술집 여주인....
"내일 학교에서 수업할 양반들이 이렇게 술퍼먹으면 애들은 어떻게 가낄것인고..."
"나는 문 닦고 자야 하니까.. 이제 그만들 들어가이소.." 하는 소리에 우리는 떠 밀리다시피 그 술집에서 밀려 나왔다.
비틀 비틀 갈짓자 걸음으로 걸어오는 나를 교무부장이 부축이신다.
"야, 김선생.. 너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지... 하시고 는 내 오른 팔을 꽉 잡으신다."
"귀신을 귀신으로 잡는거야."
하시면서 다른 두 분은 사라지고 없는데..
그 분은 나를 학교쪽으로 인도를 한다.
나는 세 분이 주는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 기억도 없다. 하지만 그 분이 하시는 말씀, 이끄는 방향은 알 수 있었다.
학교 교문을 들어서.. 운동장 한 가운데 섰다.
교무부장 선생님....
"김선생."
"자네 전임자가 작년에 부임하여 2달 근무하고 숙직하고는 다음날 새벽같이 사직서를 써 놓고 사라졌다."
"그래서 이 학교 선생님들,,, 모두가 자네를 오늘 다 주시하고 있었어."
"그런데, 자네가 창고 속에서 자고 손에 몽당빗자루를 들고 자고 있었으니."
"교무부장인 나도 왜 자네가 그곳에서 그런 모습으로 있었는지 알아야겠네?"
"나에게 말해 줄수 있나." 하신다.
그 분 말씀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작년에 제 전임자고 갑자기 사라졌다고요."
등에 식은 땀이 쫚 흐른다. 술이 확 깬다.
주위를 둘러 보니 운동장 한 가운데 교무부장과 나.... 그리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
어제 내가 귀신을 본 그 시각 쭘 되는 것 같다.
갑자기 앞에 있는 교무부장도 두려워진다.
이 사람도 그 귀신, 박양과 한패가 아닐까?
맞아 아침에 박양과 교무부장 둘 만이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어....
3월의 저녁 밤, 찬공기를 쏴하고 온 몸을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