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연극 시나리오를 써야하는데 청년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며 카페에서 인터뷰하자고 하길래 그냥 시간도 남고 커피도 사준다길래 따라갔음.
이야기를 막 하다가 심리상담 해보는건 어떻냐고 막 바람잡는거임. 원래 심리검사 이런거 좋아하는 편이라 상담 한번 가보기로 약속함.
여차저차 해서 상담사가 "너를 치유하려면 성경공부밖에 답이 없다" 라며 특별히 공짜로 상담해줄테니 부모님한테 상담하는거 절대절대 말하지 말라함. 형제나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그럼.
어이가 없어서 바로 엄마한테 말함. 엄마는 성당에서 정식 성경공부를 수년동안 배운 최강 성경덕후임. 성경토론으로 이단들 다 도망간 이력 다수. 엄마랑 성경 토론을 평소에 많이 해와서 왠만한 사람들 이상의 수준이라고 자부하는 편이었음. 어쨋든 일단 들어보기나 하자는 식으로 엄마한테 공부한거 다 알려준다는 조건 하에 계속 듣기로 함.
처음에 이단이나 사이비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고 물어보길래 웬만한 사이비는 다 말했음.
내가 사이비에 관심이 많아서 온갖 정보를 다 수집하면서 직접 교리영상도 찾아보고 그랬었음. (특히 신천지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이만희 쓰레기라고 까지 말함) 내 말 듣더니 이건 알필요 없다면서 진리 하나만 알면 끝난다고 이런거 다 잊어버리라 함. (세뇌 1)
이때부터 좀 이상했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는데 손자병법 개무시하는거 같아서 신뢰 1 하락
한술 더 떠서 그 상담사가 성당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버리고 새롭게 배워야한다는거임. 자기를 버려야 진리를 알수있다면서ㅋㅋㅋ (세뇌 2)
나는 성당사람이라 여러 표기들을 성당식으로 쓰고 있었음. 그거 다 개무시하고 무조건 이유불문 개신교 식으로 써야한다고 난리를 침. (세뇌 3)
일단 해줌 ㅇㅇ 그렇게 개신교 성경책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장막"이랑 "성전"이라는 말이 나옴. 의심스러워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음. (신천지 풀네임이 예수증거장막성전) 계속 듣다보니까 앞뒤 문맥 싹 빼먹고 절 하나가지고만 풀이하는데, 말도 옛날말이라 한자어만 ㅈㄴ 써있는거 가지고 자기 멋대로 막 해석함.
나는 아빠가 한문 덕후인데다 어릴때부터 옛날책을 오지게 읽어대서 그 사람이 풀이해주기 전에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이미 다 알고있었음. 가만 듣고있자니 뭔가 ㅈㄴ 이상함. 앞뒤가 안맞다며 내 생각을 말했는데 아직도 나 자신을 못버렸다면서 원래 알던거는 잊어버려야 한다고 다시 강조함. (세뇌 4)
결국 빡쳐서 하나님이나 하느님이나 말이 다를 뿐이지 왜 꼭 그렇게만 말해야하냐고 화냄. 애초에 영문 성경에는 god 하나밖에 없고 라틴어 원문이 아니라면 굳이 어떻게 읽든 상관 없는데 왜 다른 발음은 절대로 허용을 못하냐, 나는 천주교 성경 아니면 절대로 이 성경공부 할 수 없다고 개 난리침.
상담사가 천주교에 다녔던 상담원을 붙여줄까 물어봄. 나는 천주교에서 발행한 성경으로 천주교식 교리를 받기를 원했는데 천주교 다녔다가 여기에 붙은 사람이면 지금 앞에 있는 상담원이랑 다를게 없겠다 싶어서 쌩까고 잠수.
거기서 제일 무서웠던거는 몇개월동안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합숙하면서 교육을 받아야한다고 했던거임. 지금 현재 하고 있는 내 일이 중요하지 이거 다 때려치고 교리받으라고 하는 말에 큰 충격을 받은게 신뢰도 하락의 주 요인이었음.
애초에 카페 인터뷰에 응한것 자체 아니 말거는 사람한테 응해준거 자체가 잘못이긴 한데 혹시나 정말 상담까지 가서 "너 자신을 버려야 한다"느니 "진리만을 추구해야한다"느니 헛소리 하면 헤어지자마자 바로 차단박고 잠수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