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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MCU, 헬로우 MCU!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게시물ID : movie_739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들러
추천 : 16
조회수 : 191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4/25 14:30:24

- 이 글은 2018년 국내 개봉작인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리뷰입니다.

-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읽는 것을 가정하고 작성하였습니다.
-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를 보고 난 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MCU 팬 분들이 혼란스러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그런 결말을 보고 나면 감정적으로 뒤흔들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만약 무덤덤하고 별 감흥이 없다면 그건 애당초 마블의 영웅들에 대해 큰 애정이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저는 이 리뷰에서 이 영화 줄거리의 완성도나 액션의 화려함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들은 다른 영화를 리뷰할 때는 중요한 부분이겠으나, 이 영화, MCU 팬들이 그렇게 기다려 온 바로 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는 적어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2008년 아이언맨1부터 이어져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한 단락을 마무리하는 영화이며, 그렇기에 이 영화를 통해 마블이 그동안 수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리고 떼돈을 벌어온) 한 시대의 막을 어떻게 내리려 하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뭐, 사설을 앞에 이 정도로 길게 늘어놨으면 미리보기로 스포일러 당하시는 불행한 분은 없으실테니, 그럼 본격적으로 스포일러를 포함한 내용을 말해 볼까요.


아마 관객들을 가장 많이 흥분시킨 순간은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 세상의 반을 지워버리는 장면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어벤져스는 타노스의 계획을 무엇하나 저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완벽하게 패배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패배한 것이 아니라, '복수avenge'해야 할 어벤저들의 태반이 소멸해버렸다는 점입니다. 

'세상의 절반'을 죽인다고 타노스는 말했지만,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영웅들의 면면을 보면 절반을 넘는 것 같아 억울한 기분도 듭니다. 윈터 솔저를 시작으로 팔콘 같은 사이드킥들이 먼저 사라지고, 와칸다 병사 같은 엑스트라들이나 몇몇 소멸하나 싶더니 갑자기 블랙팬서가 소멸해버립니다. 저런 거물이 소멸한다고? 하고 놀라는 순간 장면을 전환해 우리의 귀요미 스파이더맨도, 스타로드도, 닥터 스트레인지도 전부 가루가 되어버리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입니다.

그래요. 물론 아무리 흥분한 관객이라고 해도, 이것이 진정 그 영웅들의 최후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이미 블랙팬서2, 스파이더맨:홈커밍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닥터 스트레인지2가 개봉 예정이라는 것을요! 그들은 진짜 죽어서 퇴장한 것이 아니라 극적인 긴장감을 위해 잠시 무대 뒤로 물러난 것일 뿐이겠죠.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잠깐 무대에서 내려간 영웅들 대신 다른 누군가가 이 난장판을 수습해야겠군요. 그렇다면 그게 누굴까? ...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쿠키 영상이 시작되고, 마블은 바로 답을 제시해 줍니다. 바로 캡틴 마블이죠.


저는 쿠키 영상을 본 직후 상당히 화가 났습니다. 캡틴 마블? 장난해? 우리의 늙은 어벤져스가 그토록 개고생하며 세계를 지키려 뛰어다녔는데, 마블은 "짜잔, 낡아빠진 어벤져스가 싼 똥을 치우러 신영웅 캡틴 마블 등장!" 이라니! 이 난장판을 만들어놓고 해결은 캡틴 마블에게 시키겠다는건가? 그러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점이 보였습니다. 

그건 바로 '누가 살아남았는가' 였습니다. 살아남은 것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였지요. (헐크가 살아남았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이 세 영웅의 공통점은 MCU를 여기까지 키워 온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라는 것, 그리고 더 이상 이들의 솔로무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배우들이 더 이상 해당 배역으로 출연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구요. 

이들은 지금까지의 MCU를 상징하는 존재들이었지만, 앞으로의 MCU는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블랙팬서, 그리고 캡틴 마블이 이끌어 갈 것입니다. 더 이상 MCU에 이들의 자리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영웅들의 은퇴에는 그에 걸맞는 성대한 은퇴식이 필요하겠지요. 어벤져스3과 4의 본질은, 사실 마블이 이 MCU의 아버지 세대 3영웅에게 선사하는 화려한 은퇴식입니다. 때문에 아들 세대의 영웅들은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켜드려야 했습니다. 10년간 영화판에 다시 없을 세계관을 만들어 온 이 아버지들이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빛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말입니다. 그동안 이들은 이런 대접을 받을 만 한 위업을 이뤄냈고, 그렇기에 이들의 마지막 스테이지가 될 어벤져스4는 저로 하여금 일종의 경건한 기대감을 품게 만듭니다.   

한편, 마블이 이 이벤트를 단순히 은퇴식으로만 써먹을 생각이 아닌건 분명합니다. 이 거대한 이벤트는 구 영웅들을 보내는 자리임과 동시에 앞으로 10년간 MCU를 이끌어갈 새로운 중심인물, 캡틴 마블의 데뷔 스테이지가 될 것입니다. 어떤 내용과 어떤 연출이 사용될지는 모르나, 어벤져스4에서 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토르의 법통이 캡틴 마블에게로 계승되는 상징적인 장면은 틀림없이 있겠지요. MCU 팬들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저 세 영웅이 캡틴 마블을 후계자로 인정한다면, MCU 팬들도 캡틴 마블의 팬이 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테니까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지금까지 나왔던 그 어떤 마블 영화보다도 '스탠딩 얼론'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재미나 완성도를 넘어서, 지난 10년간의 MCU에게 품위있는 작별을 고하고, 향후 10년, 혹은 그 이상 이어질 MCU의 미래 계획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 단독으로는 사실 어떤 평가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은퇴식과 환영회를 겸하는 그 메인 이벤트는 사실 어벤져스4가 될 것이고, 그 작품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따라 '전야제'역할을 하고 있는 이 작품의 가치가 결정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마블의 영웅들을 보며 즐거워했던 팬들이라면, 역시 이 전야제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고, 즐기지 않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직 메인이벤트는 베일에 싸여있지만, 그 동안 멋진 작품을 많이 만들어 온 마블이니만큼, 우아하고 품위있는 작별, 그리고 기운차고 빛나는 만남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Avengers: Infinity Wa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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