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기 18개월 꼬박 수유 후, 아기와 저의 수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하루 아침에 뚝 단유한 아기 엄마입니다. 아기에게 딱히 다른 문제는 없었고요, 끊기 직전까지 밤수유와 수유하며 잠드는 안 좋은 낮잠/밤잠 습관까지 있었어요.
단유는 의외로 금방 가능했어요. 한 3일 지나니 아기도 반항 없이 잠들고 제 가슴에 젖 차서 아픈 것도 사라지더라고요.
하지만 진정한 고통은 그 이후에 시작됩니다...
아기는 가슴을 보면 달라고 칭얼대긴 했지만 그 뿐, 딱히 그 외에 큰 변화는 없었어요. 그러나 엄마는 심각한 우울감에 시달립니다. 단순히 아기가 이제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던지 아기가 젖을 빠는 동안의 아기와의 연대감 이런 게 아니었어요. 그저 엄마 스스로의 감정에 큰 변화가 찾아온 거예요.
평소같으면 그저 넘겼을 일에도 화가 나고 심하게 분노가 치밀었어요.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모든 일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했죠. 내 존재 가치에 의문이 들었어요. 술을 지나치게 마셔댔고, 건강과 행복을 위해 시작했던 운동도 지속하기 힘들었어요. 심한 무기력감이 엄습했고 스스로가 쓸모없고 한심한 사람이라고 생각됐어요.
한편 이건 뭔가 잘못됐고 그만둬야 한다고 바꿔야한다고도 생각했어요.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 생각이나 행동이 너무 이상했거든요. 그런데 감정은 절 가만 두질 않았어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감정이 자꾸 절 놀리고 뒤흔들었어요. 평소에 우울감이 찾아올 때 하던 노력들을 하기가 어려웠고 또 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심지어 내 삶은 애초부터 잘못되었다, 아기를 낳지 말았어야 했나?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지금이라도 이혼해야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래도 이 말을 남편에게 하지 않을 정도의 이성은 있었네요;; 나중에 단유의 영향을 알고난 뒤 사실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내가 심각한 상태였다고 알리긴 했어요. 제가 예민할 때 그리고 나중에 말했을 때도 절 도닥여준 남편에게 존경의 리스펙트... ㅠㅠ
여하튼, 제 이 문제는 단유가 원인이었다는 걸 깨닫는 걸로 해결됩니다...!!
보통 단유를 말하면 언제 어떻게 단유를 할 건 지, 아기가 잘 받아들여줄 지 등을 이야기 하는데요... 단유는 엄마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거더라고요.
단순히 아기와의 교류, 아기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정도가 아니고요. 실제로 모유수유 중에는 여러 호르몬 및 항생물질이 분비가 된다고 합니다. 그 중 하나는 프로락틴(? 기억나는 한에서 쓰는거라 자세한 건 각자 검색을...?)이라는 호르몬인데요. 이 호르몬이 사람을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한다네요. 수유를 끊으면? 얘도 사라집니다!!!
특히나 1) 긴 시간 수유 한 사람 2) 자주 수유한 사람 3) 단유를 급하게 한 사람 4) 이전에 우울증 문제가 있던 사람 등등은 단유의 부정적 영향을 받기가 더 쉽다고 하네요!!!!! 참고로 전 4가지 다 충족하는 상황이었어요 ㅠㅠ
단유하고 근 한 달 간 너무 고통스런 감정적 상황을 겪어온 터라 ㅠㅠ 단유에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얼마나 안도가 되었는지 몰라요. 다 제가 이상하고 제가 문제가 있는 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저도 마찬가지고 제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길래... 이럴 수 있다고 글을 써 봅니다.
혹시 지금 단유 시도 중인 분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몸과 마음이 힘드시다면... 그건 단순히 당신 탓이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감정적인 것만 썼지만 실제로 몸의 면역력과 신체능력도 저하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단유 후 심한 감기로 고생했고 요새 몸이 내 몸 같지 않음에 고생중이에요 ㅠㅠ) 부인분들도 또 남편분들도 함께 알면 이 힘든 시기 같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후다닥 생각나는 대로 쓴 거라 혹 미숙한 부분 있어도 이해해주세요. ^^ 오늘도 육아 화이팅입니다 부모님들!!! 홧팅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