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수가 이재명과 관련되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으나 적어도 근래에 그가 김용민이나 김갑수처럼 이재명을 대놓고 옹호한 발언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보는 김총수는 사람보는 눈이 약 90% 정도 정확한 편이다. 이정도면 사실 일반인에 비해서 월등히 뛰어난 편이긴 한데 10%의 경우에서 삑사리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게 고성국이다. 나꼼수 시절부터 김총수를 접했던 나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스도 즐겨보곤 했었는데 고성국은 여기 처음 책팔러 나왔다가 고정이 된 케이스다. 한참을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며 인지도를 높이더니 대선이 가까워지자 갑자기 박사모로 돌변해서 박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김어준 입장에서는 듣보잡을 키워줬더니 뒤통수 한번 세게 맞은 셈이다.
고성국이 그렇게 떠나가고 난 자리에 들어온 게 당시로서는 듣보잡이었던 이철희였다. 이철희도 뉴욕타임스에 나와 인지도를 높이더니 결국 썰전에까지 입성했다. 누가 실세인지 파악이 빠른 편이라 문재인 대표를 통해 영입이 되었음에도 곧장 김종인에게 붙어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받았다. 이 사람도 만만찮은 기회주의자고, 뒤통수 치긴 매한가지인데, 다만 처신을 고성국보다는 잘해서 크게 욕을 먹고 있진 않다.
이재명도 나는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정동영 똘마니로 시작한 듣보잡이었으나 김어준이 파파이스에 종종 불러 인지도를 높여줬다. 김어준은 일단 싹수가 보이는 사람에게는 왠만하면 기회를 주어왔다. 김민석같은 노답도 심지어 파파이스에 불러서 기회를 주었는데 이 사람같은 경우엔 본인 역량이 부족해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자기 자랑만 하다가 끝났다.
김어준이 이렇게 듣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방송의 재미를 위한 면도 있지만, 자신이 제공한 기회를 잡고 올라오는 사람은 진보진영의 자산이 될 가능성이 커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명박근혜의 위세가 대단하던 시절이다. 종종 뒤통수를 맞더라도 인지도 높은 진보인사들이 늘어나는 것은 진보진영 전체에게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당시로써는 박근혜와 맞서는 성남시장이라는 캐릭터가 진보진영에 희망을 주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분명 어느 시점에서인가 이재명과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은 사적 친분을 형성했을 거라고도 본다. 김용민의 밑도 끝도 없는 이재명 실드은 그런 친분에 의해 나왔으리라고 짐작이 되고, 주진우 역시 그러한 친분 때문에 김부선의 입을 닫는 역할을 해준 것이리라. 박근혜랑 싸워야되는 상황에서 이재명이라는 무기를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김어준 역시 이재명에게 호의적일 때가 있었다. 지난 대선 직후 파파이스 인터뷰에에서 김어준은 이재명이 기본적으로 영리하고 눈치가 빠르다고 평하였고 한순간에 훅간다는 경고를 던지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보듬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해주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보진영의 자산 중의 하나로 보호해줘야 된다는 입장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어준은 이전의 김부선 인터뷰도 있고 김부선 관련해서는 진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까 자신의 한마디로 이재명을 바로 날려버릴 수 있는 포지션에 있다. 그런 그가 지방선거 전후로 이재명과 관련해서는 침묵을 유지할 뿐,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만 분분할 따름인데...
분명히 만족스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나는 이 상황에서 과잉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단은 김어준이 직접 이재명을 옹호하고 나설때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늘 김어준은 대중의 정서를 잘 읽어왔고 나는 지금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사태의 흐름을 읽고 있을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의 침묵은 나로서는 "직접 손에 피묻히기 싫다"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한 말을 되새겨보자.
"사람들은 이미 그 화면을 보는 순간 김정은에 대한 자기의 판단이 서버렸어요 그건 아무리 언론에서 떠들어도 바꾸기가 어려운 거예요"
이재명의 인터뷰 논란화면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이재명의 성격과 태도를 여실하게 보여줬고 그에 따라 이미 사람들은 이재명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누가 프레임을 씌운 것도 아니고 스스로 자초한 것이니 변명의 여지도 없다. 대중의 판단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이재명의 정치생명은 그순간 끝났다고 봐야할 것이다. 안철수의 경우에서처럼 이미 사람들은 판단이 끝났는데 온갖 정치공작으로 재기를 노려봐야 더 처량한 신세가 될 뿐이다.
역시 썩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김어준은 어떠한 일에도 사과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그는 실수를 했을 때 피치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해명없이 마치 없었던 일인양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물며 지금의 이재명을 만드는 데 자신이 상당히 기여한 바가 있는 입장에서 자기 손에 피묻혀서 이재명을 날려버릴 의지는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어차피 결함있는 인물인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자기가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좌충우돌하며 무덤을 파고 있는 상황에서 김어준이 할 수 있는 것은 침묵하며 거리를 두는 것 뿐일거라고 본다. 이미 되돌이키기엔 이재명은 이런저런 논란으로 인한 데미지를 너무 많이 입었고 수사가 진행되다보면 혜경궁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멀지 않았다.
아직 김어준의 감이 여전히 살아있다면, 김어준은 끝까지 이재명건에 대해서는 마치 없었던 일처럼 침묵할 것이다. 만약 김어준이 굳이 이재명을 다스뵈이더나 뉴스공장에 출연시켜서 해명할 기회를 주거나, 본인이 직접 이재명을 옹호한다면 김총수도 감이 떨어진 걸로 여기는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그게 확인되기 전까지 나는 여전히 총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