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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새벽녘 롤대역전 썰.txt
게시물ID : bestofbest_1455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멀뚱
추천 : 224
조회수 : 30041회
댓글수 : 5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1/23 19:11: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1/23 11:30:13
 
본 글은 롤에서 일어났던 재미있는 일화에 대한 문학이며,
 
일전에 베스트로 갔었던 재능 나눔 글에서 당선된 일화를 소재로 삼아 재구현한 것입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lol&no=433674&s_no=7197862&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385652)
 
 
어제 새벽녘에 수정없이 올린 거라 오타가 많았고,
현재 오타를 거의 다 제거한 상태입니다.
 
참고로
상당히 스압입니다.
그 점 유의하시고, 시간 나실 때 쭉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본 나눔작은 실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허구가 가미된 일화입니다.
(실화 99%, 허구... 1%?)
 
원출처라면 '빛나라오유'님의 일화입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list.php?kind=member&mn=336554&member_kind=total)
 
++++++++++++++++++++++++++++++++++++
 
 
 
 
 
때는 바야흐로 롤 시즌 2가 막 시작될쯤이다.
 
브론즈 랭점이 863. 처음 시작하면 천점을 준다는 걸 감안할 때, 나는 이미 똥빛 심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장소에 굴러다녔다.
 
시계는 북극에 우뚝 선 12시를 지나쳐 늦은 밤임을 알려주었다.
 
 
물론 나의 멘탈은 이미 하늘을 뚫고 난 뒤였다.
 
그날따라 랭겜은 개판 오분 전이였다.
 
전전전판부터 트롤과 병맛의 향연에 마치 내 랭게임 멘탈은 콩지노의 3연벙을 맞은 듯 허탈감과 자괴감에 휩싸였다.
'.'
길게 한숨을 쉬고 마지막으로 게임을 하자 다짐 먹었다.
 
 
누군가 말했다. 랭겜 쟏같으면 하루 쉬라고.
 
그 말을 귓등으로 듣는 게 아니였다.
 
트롤로 시작되는 내 인생 최대의 롤경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 하는 효과음과 함께 나는 4픽으로 배정 받았다.
 
 
하지만 1픽의 벤 픽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든 것이다.
 
 
'미친.. 카르마 벤???'
 
이게 무슨 바루스 q짤 점멸 써서 두 번 맞는 소린가.
 
프로게이머 친구가 '내가 캐리 해줄게 아무거나 골라' 라고 해서 오예 뻐쓰!를 외쳐도 절대 픽은 안한다는 카르마를 벤 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줘도 안한다는 거다)
 
 
거기다 1픽은 도를 넘어 픽창에서 트런들을 픽하며 "난 트롤의 왕이다! 깽판칠 시간이지." 라고 호기롭게 외쳤다.
 
그러면서 자랑스럽게 그의 옆 스펠칸은 부활과 텔포가 빛났다.
 
그의 패왕색 패기에 오줌이 지린 아군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새벽시간에서 브론즈는 정치계의 향연이다.
 
 
 
누구나 멘탈이 떡이 되던 마찬가지라 저런 트롤은 쉽사리 만나고, 다들 자포자기 하기 마련이였다.
 
괜히 싸웠다간 서로 힘만 빠지고, 먼저 호기롭게 외친 녀석을 따라 휩싸이기 마련이다.
 
나 또한 한참을 고심해봤자 1,2,3픽이 부활 텔포를 드는 순간 따라 들었다.
 
입으론 쌍욕과 함께 지기 싫다는 말을 연신 내뱉어도
 
내 머리와 손은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아군은
트런들,
하이머딩거,
블라디미르,
트린다미어,
마이로 시작되었다.
 
 
누가 봐도 이건 정글원딜서폿이란 개념이 사라진 신세계 뉴메타 팀이다.
 
물론 승률은 장담하지 못하는 팀이지만.
 
 
 
우리 팀은 내 기대에 거부하지 않고
5미드를 하자며 졸라댔다.
 
 
하지만 아군 트린은 침묵하며 탑으로 달려갔고,
나 또한 그 정도에 쉽사리 무너질 멘탈은 아니었기에 마이로 봇을 달려갔다.
 
블라디는 차마 정글은 할 수 없었음을 직감했는지 아무 말 없이 미드로 달려갔고,
 
고놈의 트롤 원흉 트런들과 하이머딩거는 욕설과 패드립으로 초장부터 아군 멘탈에 점화를 넣었다.
 
 
 
4분 뒤 정글 리븐의 갱으로 3미드를 섰던
 
트런들과 딩거가 퍼블과 더블킬을 알려주며
 
게트죤을 외쳤다. (게임은 트롤이야 죤만아)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소환사가 게임을 종료했습니다.'를 알리며 트런들이 우리 멘탈을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블라디미르와 딩거가 끝까지 미드에 섰다.
 
누가 봐도 이 게임을 계속 하는 건 정신 나간 거나 마찬가지다.
 
패드립이 어딜 가나.
딩거의 멘탈도 그리 단단하지 못한지 서렌을 치자며 덩실덩실 시프트+3를 연타했다.
 
 
허나 멘탈을 끝까지 붙잡고 있던 건 트린다미어가 빛을 발했다.
 
그는 제카에 빙의되어 탑에서 리신상대로 솔킬을 따낸 것이다.
 
그의 무용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전광판으로 알림 받았던 나는
 
 
솔킬에 힘입어 제대로 된 게임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적 봇듀오는 그브와 소나.
 
내 큐가 설사 미니언과 함께 그브를 살짝 긁어도
 
소나년은 엄마의 마음으로 슴가힐을 선사해줘 내 멘탈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적들은 정글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신나게 라인을 쳐 밀어대니
 
적의 타워를 때려야하는 내 마이가 아군 타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s는 그브와 소나님께 아부를 하며 먹어야 할 정도였다.
 
 
 
그나마 먹을 만한 cs도 요망한 아군 타워께서 나보다 cs를 더 많이 쳐드시니 허탈감만 더해졌다.
그나마 노리는 상황은 한가지였다.
 
 
'정글 리븐이 개념이 있다면 봇으로 갱을 올 이유가 없다.'
 
 
적 입장에선
우리편이 마크하고 있는 미드가 2명이나 되고,
그나마 솔킬을 따낸 탑을 견제하기도 바쁜데
라인을 한창 밀고 상성상도 미칠 듯한 우위에 선 자신의 봇듀오를 지원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갱의 위협은 나도 없는 게 마찬가지였고,
cs야 놓치긴 하지만 경험치는 고스란히 내 캐릭터 창 밑으로 쌓여져 갔다.
 
 
, 내가 적 봇듀오보다는 먼저 6렙을 찍는다는 얘기다.
 
 
 
패기롭게 도란검을 산 나는 6렙을 찍는 순간 그브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앙' 하며 달려갔지만 역시나 적의 봇듀오는 한명이 아니라 둘이다.
 
그브는 빨리 뽑기와 점멸을 쓰며 나와 거리를 벌리고
 
소나의 Q와 그브의 Q, 그리고 내 몸에 걸린 불씨들과 갈색의 탈진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왕 달려든 거, 정말 미칠 듯이 그브를 따내고자 악착같이 물었다.
결국 간발의 차이로 그브를 따낼 수 있었고, 나는 소나의 손에 거두어졌다.
 
cs20개와 50개로 30개의 차이가 났지만 의미 없는 돌진은 아니였다.
 
 
 
 
결국 탑을 제외한 봇 미드는 타워가 밀리고 각자 2차 타워에서 대치중이였다.
 
용을 뺏긴 건 두말하면 잔소리고, 우리 정글은 암흑의 도가니였다.
 
게다가 서폿이란 존재가 귀중하게 여겨질 정도로 곳곳이 암흑의 지대였기에 쉽사리 로밍을 가기엔 여의치 않았다.
트린다미어가 엄청난 기세를 올리며 리신 상대로 4킬을 따냈지만 킬스코어는 721로 처참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네."
 
아군 중 그나마 상황이 좋은 트린의 한숨 쉬는 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지는 것 같았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그의 글씨는 힘없어 보였다.
 
 
"하지만 백도 위주로 가면 될 것 같군."
그렇다.
롤은 누가 더 킬을 많이 따내느냐로 승부를 보지 않는다.
킬은 그를 위한 밑바탕일 뿐,
 
결국 건물을 무너뜨리고 먼저 넥서스를 함락하는 진영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한타는 피하자. 블미, 딩거. 한타는 최대한 자제하고 물리지마. 강제 이니시는 점멸을 써서라도 피한다."
트린이 한타회피형 오더를 내렸다.
절망적인 아군의 상황에서 목표가 생긴다면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블라디가 라인을 정리하고 딩거는 포탑으로 최대한 시간을 벌기에 썩 나쁘지 않았다. 적을 따내기 위한 압박보단 최대한 죽지 않고 라인을 지키기 위한 전술로 바꾸자는 것이다.
 
 
나 또한 킬수를 올린 탓에 그브 또한 쉽사리 봇타워를 함락하지 못했다.
적들의 실수라면, 그브를 도와 내 쪽을 공략했으면 몰라도 그들은 손쉬운 승리가 눈앞에 있는 터라 승리의 칼날이 무뎌졌다.
 
 
"오케이."
지겨운 수성전이 이어지더라도 최대한 버티며 포탑을 깬단 목적이 있는 우리는 트린의 오더에 동의했다.
 
 
 
 
서렌이 가능한 20분을 시계바늘이 가리키자, 적팀은 조롱을 하기 시작했다.
"님들 꽁승 감사욬ㅋㅋ ㅄ"
"와 기분 좋다. 니들에겐 희망도 없엌ㅋㅋㅋ"
"서렌이나 쳐라. 시간이 아깝다."
등등 많은 조롱에 화가 나기 시작했으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제껏 어려운 상황에서도 킬을 따낸 트린의 업적과,
희망 없는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며 아군의 작전에 동의하는 블미 딩거를 봐서라도 꾹 참았다.
조용히 게임이나 할 짓이지, 시비를 거는 모습에 오히려 오기가 들었다.
 
 
 
'이 게임, 기필코 50분 이상 갈 거다.'
 
 
 
 
백도로 목표를 변경한 이상 블루와 용 따윈 사치에 불과했고, 오히려 작전을 위한 미끼로 삼았다.
 
 
 
 
그들이 용을 잡으러 가거나 버프몹을 먹거나,
 
아이템을 정비하는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백도를 시도했다.
 
트린이 무적을 이용하여 탑을 밀어냈고, 아군에게 첫 '포탑을 파괴하였습니다.'라는 음성을 들려주었다.
 
그브의 귀환 포즈가 보인 즉시 나는 희망을 잇기 위한 백도의 움직임을 감행했다.
 
 
 
이미 방템을 버리고 극공으로 간 나는 하나의 날카롭고, 얇디얇은 칼과 같았다.
자르기엔 무리가 없으나 부러지기 쉬운 검. 하지만 그 검의 목표물로 타워를 노렸다.
 
 
미드를 딩거와 블미에게 맡긴 상태에서 봇 1차 타워를 밀었다.
그리고 작골 쪽으로 대피하여 귀환을 하는 순간 탈론이 봇 삼거리 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당황한 나머지 귀환을 풀고 도주하려했으나 이어지는 탈론의 eq평을 맞고 반피 이상 빠져버렸다.
 
 
탈론의 w칼날이 쇄도하려는 순간, 침묵이 풀렸고 나는 Q로 탈론의 맹공격을 잠시 회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체력은 이미 많이 단 상태. 탈론의 콤보가 끝난 지금, 평타공격만이 남은 이상 명상으로 버티려 했다.
하지만 탈론은 녹록치 않았다.
 
아직 남겨둔 하나의 수, 궁극기를 펼쳐 어둠속에 몸을 감췄다.
이미 내 피는 3분지 1이 남았고, 어쩔 수 없이 난 내 궁극의 쿨타임을 바라보았다.
 
 
2,
 
 
1.
 
 
타탁탁탁탁-
R키를 연주하던 손가락은 궁극을 시전 하는데 한치의 틈도 만들지 않았다.
당시 내 유일한 템인 요우무와 450원짜리 흡낫을 믿고 사나이 대결을 받아주었다.
사나이 칼을 뽑았으면 물러서지 말고 베야 되지 않겠는가.
탈론은 그렇게 모든 딜을 퍼부었으나 조금 모자란 것이 나에겐 너무나도 큰 이점으로 다가왔고,
 
 
 
그는 내 마이의 맹공격을 받고 전장의 이슬이 되었다.
 
출혈 데미지로 인해 나 또한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으나 깨알 같은 흡혈로 인해 살 수 있었다.
 
 
 
 
 
 
"아군이 포탑을 파괴하였습니다."
이어지는 트린의 2차 타워 폭파 방송이 울려 퍼졌다.
라인이 밀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트린은 목숨을 걸고 타워를 철거하여 사망했다.
 
 
본진에는 42 상황. 미드의 억제기 타워에 위기가 찾아왔다.
분위기가 점점 심상치 않게 돌아감은 직감한 적들은 슬며시 목을 움켜쥐는 백도의 위협으로 인해 다이브를 시전했다.
당황한 블라디와 딩거의 발악이 시작됐으나 소나를 죽였을 뿐,
리신과 리븐은 아슬아슬하게 살아남고,
그브는 풀피여서 타워를 미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둘 다 죽어버린 상황에서 때마침 귀환한 내가 기지에 도착했다.
나는 슬쩍 미니맵으로 적을 바라보았다.
적들은 한창 킬을 따내 기세를 올린 상황에서 억제기를 때리고 있었다.
 
 
솔직히 아무리 개피가 둘이라지만 그브의 템이 나보다 훨씬 잘 나온 상태에, 적의 숫자가 셋이나 된다.
지금 들어가서 그들을 막을 것이냐, 아니면 조금 몸을 사리고 완벽한 킬을 따낼 것인가 일순간 고민되었다.
하지만 채팅창에 올라온 아군 딩거의 말은 내 망설임을 밀쳐냈다.
 
 
 
"마이, 3:1 끝낼 수 있겠냐?"
욕설과 패드립만 시전했던 딩거의 입에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묻어나왔다. 그 기대감에 응하기 위해서 나는 정비를 조금이라도 빨리 끝냈다.
 
 
마이충에게 가장 큰 수치란,
적의 딸피를 외면하는 것이다.
 
 
적이 딸피라면 내 모든 것을 쏟아내더라도 달려드는 것.
 
 
그것이 '마이충의 숙명'이다.
 
 
 
"이 핑이 식기 전에 적을 따내겠다."
조용히 알트키를 누르고 적을 클릭하며 달려갔다. 요우무는 거들뿐.
 
 
 
리신의 음파가 날아오자 알파로 카운터.
리신은 알파와 평타 두 방을 맞고 장렬히 전사했다.
리븐이 위기감을 느꼈는지 다가오며 생각보다 빠른 스턴을 먹였다.
그브의 돌진 Q가 내 몸을 덮치며 상당히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리븐의 스턴이 풀리자마자 이어지는 알파로 리븐을 따냈다.
하지만 그브까지는 역부족이였다.
 
 
 
화면은 흑색 화면으로 바뀌었고 절망감을 맛보았다.
거기다 적은 되살아난 탈론까지 합류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미드 억제기는 일찌감치 터져버렸고, 라인 밀린 탑으로 가서 억제기 타워를 때리는 적들은
타워의 피가 점점 실피로 치닫을 수록 열을 내며 물어뜯었다.
 
 
"간다."
트린이 참지 못했는지, 부활 스펠을 이용해서 전장에 다시 출두하였고, 텔포 스펠을 이용, 억제기 타워 앞에 나타났다.
당황한 그브와 탈론이 도망을 치지만 트린이 회전 베기로 달려들며 슬로우를 걸었고,
 
 
적들 또한 그냥 도망가기는 그른 걸 깨달았는지 타워밖으로 나가자마자 탈론이 먼저 트린에게 EQWR콤보를 먹였다.
원래라면 잘 커버린 탈론의 콤보에 녹아버릴 트린이였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트린 궁극의 꽃, 불사!
하지만 그의 몸에는 이미 점화가 붙어버렸다. 그야말로 목숨을 버린 돌격이다.
그브를 죽이지 못했다간 타워가 작살나기 마련이고 그는 사명감으로 그브를 죽자 패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브는 죽고 트린의 Q와 피바라기의 질긴 흡혈로 탈론마저 잡았으나 결국 점화에 사망했다.
 
끈질긴 적의 한타를 겨우겨우 막아낸 것이다.
그 상황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더욱이 봇 상황이 꽤나 유리했다.
2차 타워까지 아군 미니언이 진군한 상태였다.
우리의 노력에 아군 미니언들도 감동했는지 어느덧 슬금슬금 적들의 진영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것이다.
그 상태로 적은 라인 클리어가 쥐약인 소나만이 살아났다.
타이밍 좋게 부활 텔포의 끝난 내 마이가 적의 2차 타워로 이동했다.
 
 
이제껏 모아둔 군자금으로 라위와 BF를 구입하여 한층 더 공격력을 갈고 닦았다.
손쉽게 2차 타워를 밀고 억제기 타워를 지키는 소나를 보자마자 궁과 알파를 시전했다.
억제기 타워의 어그로는 나를 향하고 이어지는 소나의 궁과 Q가 쇄도해왔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내 춤사위가 끝나고 소나를 잡아 낸 뒤에 내 체력은 20남짓 남지도 않은 상태였으나,
그녀를 죽이고 얻은 소득으로 Q의 쿨타임이 돌아오며 타워 어그로를 풀어낼 수 있었다.
막상 소나를 죽이고 나니, 이제는 도망갈 때였다.
 
 
하지만 세상사 쉽사리 흘러가지 않았다.
간신히 살아남은 상태로 도망칠 때 리신의 음파가 바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실제로 내 눈앞에서 총성이 들린 것과 같은 소름이 내 등 뒤에 전해졌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뒤에서 쫓아오는 리븐의 점멸-E-Q 돌진으로 내 뒤를 순식간에 점했다.
 
 
더 이상 살아날 방도가 없던 나는 죽음을 직감하고 마우스에서 손을 땠다.
 
 
그러나 그 순간!
작골 아래 부시에서 텔포로 온 블라디미르와 딩거가 나를 반겼다.
 
 
그들은 텔포를 하자마자 리븐과 리신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나에게 퇴각 핑을 마구 찍어댔다.
 
 
 
전우애란 이런 것인가.
 
장판파에서 장비를 만난 조운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나는 황급히 마우스를 잡고 다시 퇴각을 위한 마우스질을 계속했다.
어느새 트롤을 행했던 그들의 과오는 잊은 지 오래고, 우리는 더욱 승리를 향해 단결해가는 것이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겠다.'
냉정히 그들을 버리고 도망친 나는 살아서 귀환에 성공했으나, 블라디와 딩거는 장렬히 전사했다.
적들도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았던지 시비를 걸며 조롱하던 채팅방은 침묵만이 흘렀다.
 
그동안 공템만 올렸던 리븐과 리신이 워모그까지 구입하기 시작했다.
우리 팀은 트린과 나만 살아남은 상태고, 적들은 끝내자는 마음을 먹은 것인지 재정비후 바론으로 향했다.
트린과 나는 그들을 저지하려 달려갔지만 트린이 갑작스레 멈추더니 퇴각핑을 찍으며 뒤로 빠졌다.
 
 
 
"트린, 왜 빠지는 건가?"
"주자. 바론을 억지로 막으려다 죽으면 진다."
순간 고민에 빠졌다.
트린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블미와 딩거가 죽은 상황. 솔직히 점멸이나 강타도 없는 우리 스펠에 바론을 뺏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억지로 뺏으려다 죽게 되면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
 
블라디와 딩거가 되살아난다 할지라도, 이미 나와 트린은 부활 스펠을 쓰고 난 뒤라 그들 혼자서 5:2 한타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입술을 곱씹으며 귀환버튼을 눌러 다시 본진으로 돌아왔다.
 
 
 
바 론 버 프.
적들은 보랏빛 운무를 주변에 끼고 아군 진영에 안착했다.
미드 억제기는 재생성 되자마자 다시 허물어졌고,
블미와 딩거의 리스폰이 5초 남은 상황에서 적들은 쌍둥이 포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쌍둥이 포탑이 화력지원이 가능할 때라도 싸움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달은 트린이 돌진하겠단 핑을 찍었다. 나 또한 같이 돌진 핑을 찍었고
그와 내 마이는 적들의 아귀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게 마지막 한타일수도 있다는 직감이 들었지만 이제 멈출 수 없다.
 
 
 
상황은 어려웠다.
다행히 소나의 궁을 알파로 피했으나 리신의 궁극으로 인해 그브 물기는 실패.
더욱이 탈론과 리븐이 트린을 마크해 트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간들아, 화력 지원 간다."
5초가 왜 그렇게 길었던 것인가. 일순간의 조그마한 한타에서도 다행히 우리 측의 지원 병력인 블미와 딩거가 부활했다.
블미와 딩거가 달려듦과 동시에 다시금 내 마이는 그브를 물러 달려들며 난잡한 한타가 연출됐다.
궁과 궁이 전장을 휘젓고, 평타와 스킬, 점멸과 탈진이 전장을 배회했다.
쌍둥이 포탑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우리측을 도와 적들을 타격했다.
 
 
 
아군 딩거의 죽음.
적 소나의 죽음.
적 그브의 죽음.
나의 죽음.
아군 블라디미르의 죽음.
적 리븐의 죽음.
적 탈론의 죽음.
쉴 새 없이 전광판에 학살과 사살의 메시지가 올라오고 남은 건
 
 
 
개피로 남은 트린과 어느 정도 쌩쌩하다싶은 리신이 남았다.
 
 
 
아무리 트린다미어라도 리신을 상대로 더 이상 막기는 불가했다.
 
포탑의 어그로도 이미 피한 상황에서 리신의 연콤을 맞았다간 트린다미어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내 눈을 자연스레 왼쪽 상단, 트린다미어의 캐릭창에 떠있는 궁극기를 확인했으나
안타깝게도 궁극의 ON 표시인 초록 불은 꺼지고 난 뒤였다.
 
 
"이게 뭐야?"
그때, 잠수만 타던 트런들이 움직였다. 장시간이 지남에도 아직 버티고 있는 팀을 보고 그는 꽤나 놀란 듯 보였다.
아무리 트롤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영웅 같은 귀환이었다.
 
 
트런들도 상황의 다급함을 느꼈는지 아이템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움직였다.
리신의 음파를 트린 대신 맞고 리신이 접근하자마자 기둥을 세웠다. 하지만 레벨과 아이템의 격차 때문에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망했다.
하지만 타워의 어그로를 이미 리신에게 인가한 상황,
포탑의 맹렬한 공격을 맞던 리신은 점멸로 도주를 했으나 아주 잠깐 기지에서 체력을 회복한 트린이 추격하여 리신을 잡아냈다.
 
 
"오오오오오!!"
"!! 막았닼ㅋㅋ"
우리는 아군이 아닌, 적에게 마무리를 얻어내자 환호성을 질렀다.
"진짜 이거 이기는 거야?"
트런들까지 이 상황을 믿기 힘들어했다. 당연히 게임 일찍 끝내거나 서렌을 치도 무방한 조합과 스펠을 여기까지 버텨내며 마무리는 따낸 것이다. 나또한 절망감에 싸였던 안개 속에서 점차 승리의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빠졌다.
 
 
30초나 남은 적의 리스폰.
혼자 전장에서 숨 쉬고 있는 트린다미어는
정글을 헤쳐 가며 탑의 억제기쪽에 도착해 타워를 밀어냈다.
그러나 아군 미니언의 도움도 없이 때려댄 탓에 궁도 없고, 체력은 3분지 1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군 미니언을 기다릴 시간은 없다.
 
 
후퇴할 수 없다.
 
 
억제기를 부수던 트린 앞에 적 소나가 먼저 부활하고 스킬을 갈겨댔다.
아무리 서폿이라도 건물을 치는 동안은 흡혈이 되지 않아 점차 생명선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억제기를 파괴하고 나서야 소나에게 킬을 주었다.
 
 
 
"마이."
트린은 죽은 뒤 재정비 할 시간도 가지지 않고 나를 불렀다.
 
"너는 봇의 억제기 타워를 목숨 걸고 부술 수 있겠나?"
그의 물음에 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나를 믿어보겠다는 물음이다. 그의 물음에 내가 화답할 차례다.
 
 
 
"트린다미어."
"??"
 
"너는 백도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되는가."
"글쎄."
"너에겐 무적이라는 황금 궁극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없지."
"그래서?"
 
 
"나는 백도를 함에 있어 무적은 그저 장식일 뿐이라 생각된다. 마이에게 백도를 함에 있어 필요한 것이란, 무적이나 공속, 공격력 따위가 아니다. 바로 '긍지'."
 
지금 생각해도 내 입으로 말하기 오글거리지만, 이 한마디는 꼭 하고 싶었다.
 
 
트린이 내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적이 탑을 막는 동안 블미와 딩거에게 미드를 밀고 적의 어그로를 끌어 달라 부탁했다. 탑과 미드에 분산되는 순간, 마이를 통하여 봇을 공격하자는 생각이다. 그들은 군말 없이 트린의 오더에 따르고 억제기 타워 앞에서 알짱대며 어그로를 끌었다.
 
 
 
 
"목숨 걸고 억제기를 부순 너에게 긍지를 이어 받았으니, 내 헛되게 하지 않겠다."
 
적 봇 2차 타워 밑 부시에 숨어 있던 내가 타이밍을 잡고 모습을 드러냈다.
피바라기, 유령무희, 라위, 광전사의 신발, 피갈레를 든 나는 억제기 타워에게 맞아가며 열렬히 공격했다.
안타깝게도 내가 타워를 부수는 동안 블미와 딩거는 강제이니시에 연루되어 또다시 사망해버렸다.
 
 
블라디미르와 하이머딩거가 준 목숨,
그리고 트린다미어가 넘겨준 바통을 이어받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타워로 만족하지 않았다.
가장 기동력이 빨랐던 리븐이 다가와 나에게 위협했지만 나는 억제기를 끼고 돌며 최대한의 딜을 넣었고, 결국 임무를 완수한 체 사망했다.
적은 탑과 봇 억제기가 밀린 상태라 막기에 급급했고, 이때다 싶었던 우리는 모두 부활과 텔포를 사용해 바론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게임 시간은 어느덧 한 시간을 넘어가고, 이번엔 우리 팀의 역습이였다.
 
 
적들은 바론 버프를 먹으려고 하는 우리를 막으려 달려왔다. 아슬아슬하게 먹을 순 있겠지만 그대로 한타 때 덮쳐지면 질 우려가 크다.
 
 
 
"마지막.. 한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역할은 알지?"
 
나와 트린은 바론의 피를 얼마 남겨두곤 블미, 트런들, 하이머딩거를 버리고 전장을 이탈했다.
 
"저기서 귀환한다."
 
트린이 적 미니언 근처에 핑을 찍었다. 귀환하는 모습을 적에게 노출하는 것이다. 나는 그 오더를 그대로 따라 이동했다.
블미와 딩거, 트런들은 바론을 먹는데 성공했고, 뒤늦게 빠지려했다. 하지만 소나의 슈렐, 그리고 리븐의 점멸 스턴 이니시로 모두 물려버려 전멸하고,
 
 
적들이 미드를 통해 아군 기지로 진격해왔다.
 
 
 
"우리가 한 시간 동안 조롱과 트롤을 참으며 싸운 건, 바로 지금을 위해서였다."
슈우우욱-
나와 트린다미어는, 적기지 바로 앞 슈퍼미니언으로 역전의 '텔레포트'를 탔다!
 
적들은 우리가 수비를 위한 귀환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페이크였던 것이다. 귀환 직후 곧바로 텔레포트를 타 무방비인 적의 기지로 달려가자는 트린다미어가 내린 신의 한수!
 
 
그렇게 롤 인생 중 가장 땀을 쥐는 엘리전이 시작된 것이다!
 
 
아군 억제기가 터지는 동안
 
트린과 나는 쌍둥이 포탑을 때렸다.
 
 
궁을 쓰고 미친 듯이 때리니 적 쌍둥이 포탑 하나가 터지고, 두 번째를 공격할때 쯤 아군 쌍둥이 타워 하나가 폭파됐다.
거의 동시에 터지는 것이다.
트린은 이미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긴다! 이긴다!"
 
그 말과 동시에 적 두 번째 타워가 폭파하고 넥서스를 나와 트린이 각자 두대 가량 쳤을때 아군 쌍둥이 두번쨰 타워도 폭파됬다.
5:2의 상황.
 
 
"부셔라! 부셔!"
초반의 패드립은 어디로 가고 딩거는 순수한 응원자가 되어 연신 부셔라를 연발했다
 
 
 
"제발 빨리!"
이제껏 채팅 거의 친 적 없는 블라디도 흥분에 고조되어 다급히 채팅을 쳤다.
단 몇 초만의 시간이 몇 분 이상의 시간으로 느껴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모니터가 터지는 효과가 나타났을 때 넥서스 옆에 있는 챔피언들은..
 
 
트린과 마이!
그리고 이어지는 스피커의 황홀한 목소리 "승리!"
 
 
"으아아아아아아!"
꼭두새벽에 나의 괴성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갔다.
의자가 쓰러진 것도 모르고 주먹이 불끈 쥐어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게임이 끝난 채팅창에는 적들의 한대만이라는 글자로 도배가 되고
우리 팀들은 이걸 이겼어? 라는 믿지 못하는 말을 내뱉고만 있었다.
 
 
킬스코어는 2256.
 
 
진정한 백도로 이긴 게임인 것이다.
 
 
적들이 하나하나 나가고 끝까지 남아있던 우리 팀은 트린의 한마디에 승리를 실감했다.
 
 
수고 많았다, 우린 이겼다, 오더를 따라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딩거가 도박이 진짜 성공할 줄 몰랐다 고맙다, 덕분에 이겼다라고
 
블미는 이어서 진짜 이길 줄은 몰랐다 트린 마이 너희들이 영웅이라고.
 
 
나는 이어서 말했다.
 
 
"이건 우리 모두가 해낸 거다. 트린의 끝까지 놓지 않는 멘탈과 끝까지 막아준 딩거와 블미 우리 모두가 해났다.."
그렇게 승리를 자축할 때 트런들이 말했다.
 
 
"이걸 왜 이겼는지 모르겠다. 니들 정말 대단하네."
 
 
 
이미 끝난 게임. 트런들이 저질렀던 지난날의 과오 따윈 잊은지 오래다.
 
 
 
 
"이런 게 진짜 롤이구나! 트롤해서 미안하다."
 
 
"하하하. X."
 
 
 
그 말에 나 또한 동감하며 살포시 리폿을 먹여줬다.
 
 
 
+++++++++++++++++++++++++++++++++++++++++
 
 
 
롤 문학 끝.
 
긴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__)
 
어휴... 저도 힘들었네요 ㅠㅠ
 
다음 글은 "아령패티쉬"님의 글입니다.
 
빛나라오유님의 뒷얘기-
 
"모두에게 수고 했다고 말하고 나온 저는 승리의 여운을 느끼고 있을때 트런들에게 친추가 왔죠. 저는 친추를 받고 그렇게 게임을 끝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승리의 자르반을 받는 시즌은 그렇게 브론즈로 끝나고 승리의 앨리스를 받는 시즌은 플례티넘으로 마무리했네요ㅋㅋㅋ 그 트런들을 간신히 골드로 끝냈다고 하네요. 트런들만이 트린을 친추했다고 했는데 롤을 접었는지 더이상 보이지않는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글을 적다보니 트린님을 보고싶네요. 아이디조차 기억나지않지만 지금 그 트런들은 트롤을 그판 이후로 더이상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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