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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이라는거, 잊기 너무 힘드네요. 언제쯤 극복할 수 있을까요?
게시물ID : bestofbest_1464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WNia
추천 : 556
조회수 : 33496회
댓글수 : 10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1/29 08:54: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1/29 02:27:31
안녕하세요. 가입하고 처음 쓰는 글인데, 고게에 글을 남기네요.
뭔가 고게에 글을 올리면 한분이라도 저에게 따뜻한 말 해줄거라는 생각에 허허허헛.
너무 이기적인가요? 하지만 정말 너무 위로받고 싶어서요. 킁.

저는 대학병원 간호사 입니다. 엄마가 몸이 너무 약하셔서 어렸을적에 거의 살았었고.
뻔하지만 그때 간호사한테 반해서 간호사가 됐어요. 그것도 제가 가고 싶은 큰! 대학병원으로.

그런데요, 현실은 너무 잔인하더라고요.

저. 신규 간호사때 정말 어이없는걸로 욕도 많이 먹고, 선배한테 맞기도 하고 쌍욕도 먹고 별일이 다 있었어요.
그래도 환자분들, 보호자분들이 저에게 고맙다고 해주는 말 한마디에 버텼는데요. 이젠 때려치고 싶어요.

제 환자중에 첫번째로 사망한 환자분은요, 제 바로 앞에서 돌아가셨어요.
아직도 생생해요. 쎄한 느낌이 들어서 경동맥을 짚었는데 맥박도 없고, 의식도 없고. 바로 심폐소생술 시작했는데.
그렇게 가셨어요. 처음하는 심폐소생술이 끝나고 주치의가 사망선고를 하는데 멍하더라고요.

아무느낌도 없었어요. 보호자분이 우는 소리만 들리고 기억도 안나요. 그냥 그렇게 사라지셨어요, 제앞에서.
정신차리고 나니까 간호화 한짝은 사라지고 발에서 피가 나고 있었어요.
다른샘 말로는 중환자실로 옮기면서 환자 침대에 제 발이 꼈었대요. 그런데요, 저는 기억이 없어요. 아프지도 않았고요.

두번째로 사망한 환자분은요, 갑자기 의식이 없어졌어요. 뇌출혈 위험이 있는분이라 바로  MRI 를 찍었는데, 뇌출혈이네요.
MRI실 앞에서 우는 보호자 분을 안아드렸는데, 잊을수가 없어요. 제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우는 그 보호자분을 잊을수가 없어요.
같이 울고 싶었는데, 울 수가 없었어요. 저는 간호사고, 의료진이니까요. 제가 무너지면 안되잖아요.
바로 중환자실로 옮기고 다음날이 됐는데, 환자분 이름을 검색해도 없다네요. 이상해서 다른 선생님께 물어보니까
제가 퇴근해서 쉬고 있는 동안,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했고 결국엔 사망하셨대요.

세 번째. 나이트 근무중이였는데, 환자분이 자리에 없네요. 찾아다녔어요. 그래도 없길래 환자분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려는데.
다른 환자분이 공용 화장실에 누가 쓰러져 있대요. 달려가니 느낌이 이상했어요. 첫번째 환자분이 사망하셨던 것처럼…
솔직히 그때 알았어요. 돌아가신 것 같았어요. 그래도 바로 심폐소생술을 했어요. 코드블루 방송이 울리고, 의사들이 달려왔는데요.
네. 사망. 사망하셨대요. 제 담당 환자분 중에 세번째로 사망하신거고, 제가 입사하지 별로 되진 않았지만, 그동안 20명 넘는 환자분들이 사망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도움이 될 줄 알았어요. 제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의사가 지시하는 약물을 투약하고, line을 잡고.

그동안 배운걸 토대로 노력하고, 미친년처럼 뛰어다니면서 환자를 살릴려고 했는데 다 돌아가시네요.

그리고 오늘. 한 선생님이 "어? 저기 환자 쓰러져 있는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소리에 병실을 보니 환자가 바닥에 누워있네요.
그때, 순간적으로 돌아가신 제 환자분들이 생각이 나면서 혈압계를 들고 뛰었어요. 심장이 발 아래로 쿵, 떨어졌고요, 눈앞이 아찔해졌어요.
결론적으로는 환자분이 그냥 병실 바닥에 앉은거였지만, 저는 순간적으로 제 앞에서 돌아가신 환자분들이 생각났어요.


놀라서 간호사실로 잠깐 들어왔는데 손이 벌벌 떨리고 더 이상 간호사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못하겠어요. 버티고 버텼는데 더이상 돌아가시는 환자분들을 보고 있을수가 없어요.
저는 지금 퇴근해서 술한잔하고 이렇게 오유에 징징거리는 글을 남기고 있지만요, 병동엔 DNR 환자가 두 명이나 있어요.

그 중 한분은 제 환자예요. 저요. 자존심 정말 강하고 약한모습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인데, 간호사가 된 후로 울기도 많이 울고, 너무 힘들어요.
환자분의 마지막을 지키는 일이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라지만 저는 더 이상 못하겠어요. 


제 손이요, 하도 많이 씻어서 살이 다 벗겨졌어요. 피도 나고, 쓰라려 죽겠어요. 제 발은 굳은살로 가득해서 부모님이 안쓰러워해요.
물집이 잡히고, 피도 나요. 그래도 좋아요. 다리가 터질 것 같고, 허리가 부서질 것 같아도 좋아요. 그러니까 환자분들이 나아서 퇴원했으면 좋겠어요.
더이상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제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간호사가 아닌 것 같아서 너무 힘들어요.

공부하고, 노력해도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잘 하고 있는걸까요? 제가 과연 환자분들께 도움이 되는 걸까요?
제가 더 능령있는 간호사였다면, 환자가 죽지 않았을거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정말… 힘들다는 말밖에 안나와요.
 

혼란스러워요… 너무 죄송하고, 죄송하고, 죄송하고… 휴. 제 글을 읽기 힘드셨다면, 넹, 술먹고 쓰는 거라 횡설수설 할겁니다.
에긍. 너무 투정부린 걸까요? 여러분, 그래도 병원엔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이 계시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ㅠ0ㅠ


원래 되게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인데 몰라요. 우울하게 바뀌는 것 같아요. 오매. 저 취하나봐요. 혼자 소주 두 병을 마셨더니…

저는 한 숨 자고 다시 공부하렵니다. 저의 노력만큼 환자에게 도움이 되겠죠? 더 노력하고, 더 힘ㅐ야겠어요. 노력할게요!
능력있는 간호사가 되면 언젠간, 정말 도움이 되는 간호사가 되겠죠? 다음엔 좋은일로 오유에 글을 올렸으면 좋겠어요.


저, 노력할게요! 제가 싸랑하는 오유에 글을 가입하고 글을 남긴 만큼, 더더더더더더더 노력하겠어요!!!



길고 제미없는 길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는 간호사가 되겠습니다!! 감사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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