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털어놓을 데도 없고, 계속된 걱정에 형제자매에게 털어놓았다가 타박만 잔뜩 들어서 그런데 여기에 조금 주절거려도 될까요? 저는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늦둥이 막내입니다. 나이는 올해로 스물 다섯이 되었어요.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올 2월에야 드디어 대학교 졸업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 밤마다 눈물콧물로 수건 한장을 다 적시고 하는데, 문득 해가 지난걸 보니 벌써 2019년인거에요. 제 나이는 차지하고, 아빠의 연세가 일흔 코앞이세요. 엄마 마흔, 아빠 마흔 다섯에 태어났거든요. 10년 지나면 저는 35살. 지금 제 형제자매의 나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인데 저는 아마 부모님의 천수를 우려해야 하겠죠. 수년 전에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대수술을 받은 이후로 제 이런 염려증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종교나 신을 믿지 않아서 더 고통스러운걸까요? 이제 중요한 시기고 면접과 시험 몇개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밤만 되면 걱정과 두려움에 잠들지 못합니다. 오늘도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는 염려가 너무 심해져서 두분이 어디 여행이라도 가시면 하루 종일 걱정이 돼요.. 조심하시라고 아무리 당부해도 마음이 편해지지가 않아요.. 제가 가족에게 의존하는게 너무 심한 걸까요? 근래 페미관련으로 많은 친구들과 연을 끊었더니 가족에게 더 집착하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이 맘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이겨낼 수 있을까요? 정말 매일 너무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제 아내도 종교생활 덕분에 많은 좋은 것들을 얻은 케이스입니다. 많은 불안과 걱정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고,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었는데.. 1년 넘게 다녔던 심리상담도 별 도움이 안되었거든요.. 근데 종교생활을 하면서 정말 극적으로 안정되었어요. 물론.. 덕분에 매주 교회에 '끌려'가야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라오긴 해지만.. 그래도 이제 웃음을 되찾은 아내이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ㅎㅎ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 추천드릴게요. 저는 힘들어서 책에 기댔어요. 책이 아니라도 어디든 기대세요. 조금이라도 관심이 간다면요. 그리고 시험끝나시면 어디라도 떠나세요. 힐링캠프같은 게 있으면 적극추천드릴게요. 저도 우연히 무료로 갔다왔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완전히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닫혀있던 시야도 조금 열리고 마음도 좀 더 편안해졌어요.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었어요. 내가 나를 이 상황에서 구해야겠다 마음먹으면 그 때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되더라고요. 자신을 고통속에 방치하지마세요. 본인을 위한 것 뭐라도 하세요. 회복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더라고요.
지금의 고민도 지나가기마련이디요 부모님 어깨 한번더 주물러드리고 안아드리고 취직에 집중해서 부모님 선물해드리고 외식시켜드리고 효도부터가 먼저죠 여행도 다니시고 아직은 정정하신데 왜 벌써 걱정만하시나요 더 좋은거 해드릴 생각을 우선시해봐요 저는 어머님께 이것저것 생전에 못해드린게 너무 한이에요 참고하시구요
제가 글쓴이님 과거사는 하나도 아는 게 없지만 막내라는 부분이 좀 걸리는 군요. (보통 집안의 막내에게 생기는 일이 있죠. 과도한 사랑이나 보듬음이라던가... 물론 제 추측일 뿐입니다. 글쓴이님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글쓴이님의 잠재의식 어딘가에 아직 사랑, 관심, 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의 심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인격의 통합을 이뤄야 하는 데 "무슨 일이 있어서"인지 어린아이와 성인의 인격이 통합이 안되어 벽이 쳐져 분리가 되고 그 어린아이 부분이 잠재의식으로 내려갔고 "그 어린아이의 인격이 부모님의 죽음을 통한 사랑의 단절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인격의 통합을 이룬 사람은 스스로를 믿고(다시 말해 자신감) 인간관계의 변화를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잘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인 경우 그 부정적 관계를 타계하기 위해 스스로 움직입니다. 부모님의 경우, 죽음으로 인한 이별은 인간으로서는 불가항력인 현상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그 슬픔을 받아들이고 눈물로써 흘려보내기 마련입니다. (참고로 사람이 운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뭐든지 과하면 해가 되는 데 기쁘던 슬프던 감정이 과잉되면 그것도 해롭습니다. 그걸 밖으로 흘려보내어 해소하는 과정이 바로 운다는 것 입니다. 사람이 대소변을 못 보게면 몸 안에서 오물이 썩어 죽 듯이 말이죠. 지금 밤마다 운 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감당이 안될 정도의 감정을 마구 만들어 낸다는 뜻 입니다.)
걱정과 공포 두려움 집착은 결국 내면의 텅빈 부분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는 부모님과의 관계 한 부분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방면에 걸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는 허세, 내가 잘났음, 고집셈, 타인에게 잘못을 전가, 높은 자존심을 유발하며 또는 전자의 반대면인 자기비하, 쉽게 느끼는 모멸감, 낮은 자존감 또한 유발합니다. 대인관계의 이런 형태가 자신에게 나타나지 않나 잘 살펴보세요.
이 경우 대부분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보지 못하고 인지를 못하게 되며 "난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이리 사는 게 괴로운 거야" 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탈출구나 해결책 또한 보이지 않죠.
내 주변인물들이 내게 어떤 말을 하는 가 잘 들어보세요. 글쓴이님의 경우 숲 안에 있어서 숲 전체를 보지 못하지만 주변인들은 그 숲 바깥에 있어서 숲 전체를 봅니다. 그걸 주의깊게 들어보고 곱씹어 보면 나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어 있는가 조금씩 알게 됩니다. 헤어진 친구들의 말도 무조건 거부하지만 말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내려놓은 채로 한번 곱씹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지금 글쓴이님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라고 따라 올라가 보는 것입니다. 단순히 말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 보는 것이죠. 이걸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내 마음의 공허한 부분에 어느정도 도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것 입니다. 특히 어린시절요. (보통 이런 내면의 텅빈 부분은 0~10세까지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 그걸 깨달아야 하죠. 하지만 이 부분은 조심해야 될 게 무턱대고 되돌아 보는 건 오히려 현재의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심리상담사를 통해 타인에게 고백하는 식으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의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깊이 깨달을 수록 현재의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고 마음속에서 꽉 붙잡고 있는 부모님을 보낼 수 있게 될 겁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글쓴이님이 두려워하는 건 부모님과의 헤어짐이 아니라 그를 통해 오는 슬픔이 "고통"스러운 것이고 그게 두려운 겁니다. 슬픔은 고통이 아닙니다. 슬픔을 받아들이면 부모님과의 헤어짐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고 부모님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으며 부모님도 자신도 더 자유로워 집니다. 궁극적으로 진실로 스스로 설 수 있게되죠.
마음속 공백은 "이기적"인 나를 만들어 내고 모든 마음의 고통은 "이기적" "나 중심적"에서 비롯됩니다.
참... 한가지 더 글쓴이님의 부모님은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부정적인 마음으로 괴로울 때 자신을 잘 보세요. 자꾸 부모님의 돌아가셨다는 미래라는 "환상"속에 빠져 있지 않았습니까? 과거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지금" 만이 존재하죠. 환상 속에서 나오세요. 부모님은 아직 살아계십니다.
사람이 환상을 벗어나서 "현재"에 가장 잘 있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집중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입니다.
부모님께 하루에 몇 번이고 전화드리세요. 이 또한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글쓴이님의 글을 보고 저도 모르게 쓰고 싶어져서... 다 쓰고보니 거의 다 제 스스로가 들어야 될 말이군요. 이런...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안된다는 게...참 답답합니다. 아무쪼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빕니다. 두서없이 너무 말이 많았네요.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