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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형님들로부터 (1편)
게시물ID : freeboard_1826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비오v
추천 : 0
조회수 : 2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06 23:09:47
임신을 했다

에메랄드 빛을 반사하는 외국의 어느 해변가에서, 임신한 배를 가르키며 환하게 웃는 그녀의 사진을 봤다
마냥 말광량이같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굳이 카톡사진을 찾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3년동안
잊고 살다가 왜 갑자기 나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미련한 짓을 하는지 했는지 모르겠다.
 
 할머니와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결혼은 왜 안하냐며, 선은 왜 또 안보냐고 타박을 하셨다. 두 분은 왕래가 없으시기에
두 분이 짜신듯 같은 날 전화하셔서 결혼 이야기를 하신 것을 보면 내가 혼기가 찬 것은 분명한가 보다.
그러나 나는 선이 싫다 서로의 조건을 주판을 두드리며 계산을 하는게 싫다. 그래서 그녀의 가톡을 찾아봤던 것 같다
순수한 사랑을 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 했고 그런 사랑을 갈구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3년전에 그녀가 대뜸 내게 전화해서 유산을 했다고 말했다. 그소리를 듣고 난 그녀에게 소리를 쳤다

"왜 나에게 지금 그걸 왜 말하냐고!"

 그 이후 우리의 끈은 완전히 끊어졌다. 중학교때부터 20대 후반까지 우리의 추억엔 그녀와 내가 함께 있었다.
그녀를 지우기 위해서는 내 추억을 지워야 했고, 나를 지워야 그녀를 지울 수 있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날 친구들 불러냈다. 헌팅 술집에 가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 여자에게 수 많은 남자들이 갔었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없었다. 타율이 부쩍 높은 나는 글라스 한 잔 원샷하고 그 테이블로 가서 말을 걸었다

" 제가 의문점이 있어서 오게 되었어요, 수 많은 남자들이 끊임없이 오는데 무슨 매력이 있는거에요?
  제가 보기엔 웃는건 이쁜 것 같은데 다른 건 못찾겠네요"

 그렇게 내 타율은 또 높아졌다. 야구를 했다면 나는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점찍어 둔 여성은
남친이 있단다. 정말 남친이 있는 것인가? 그때 고딩 담임 선생님이 내게 말한 것이 떠올랐다 

"하이젠버그는 말을 안하면 진짜 인기가 많을텐데" 
진실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내 친구와 그 여성의 친구가 가는 2차를 배웅하고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왔다.

 술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려고 오래된 노트북을 켰다. 며칠 전 부터 부쩍 느려진 노트북은 인터넷에 접속하기엔 많은 시간이 들린다.
속타는 나는 혼자 낑낑거리는 노트북에게 시팔가지 크레파스같은 새끼야라고 욕을 했다. 노트북을 향한 욕은 어쩌면 처량한 내 자신에게 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녀와 헤어지고 만 3년을 내리 아팠다. 내일도 아닌 일들을 자처하며 하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갔다. 피검사, 내시경 소변검사등 사소한 검사들은
한 번씩 받아 봤았지만 다 정상으로 나왔다. 나는 이렇게 아파 죽겠는데 말이다. 그렇게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나는 느려질대로 느려진 노트북과 내 인생이 달라 보이지 않는 
것이다. 노트북 조각 모음을 하면서, 내 삶도 정리를 하고 새롭게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시간부터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능과 불가능 그 경계지점을 기준을 세워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2시 전에 무조건 자려고 했고. 집에 와서는 되도록 일을 
안하려고 했고, 여기저기 들어가는 인터넷 시간도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그렇게 시간 관리를 하다보니 일과 운동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늘어지면 내 여가 시간이 그 만큼 죽어드니 1분 1초가 그렇게 소중한지 이번에 알게 되었다. 운동 또한 진지한 자세를 임하려고 했다 
복싱 7년차지만 스파링도 작년에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저 시간 때우기로 샌드백 몇 번 치고 오기를 반복했지만 이제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하기로 맘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래 주머니를 차게 된 것이다.
  
 나는 엘리트 체육을 했다.

초팅 때 일이지만 그 습관이 몸에 베어서 운동을 할 때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쓰면 한다. 내 한계에 직면하면 어김없이
" 으아아아, 악, 아자, 좀만 더, 가자"등 소리를 지른다. 이 때문에 몇번 관원들에게 주의를 듣기도 했다.
정작 관장님과 사범들은 흐믓하게 바라보는데 말이다. 여튼 주의를 몇 번 들었기 때문에 나도 고치려고 했지만
소리없이 운동을 하면 다시 무기력 해지는 것이다. 샌드백을 쉴세없이 치며 눈깔을 뒤집고 소리를 마구 질러야 조상신과 접신할 수 있고
그렇게 운동을 해야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보낸 것 같았다.
 
 일주일 전 그날도 어김없이 조상신과 마주하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점점 고통이 쾌락으로 바뀌는 그 순간에 어떤 사내가 씩씩 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거기 좀 조용합시다 혼자 운동하나 여기가 태릉이야?"
"아 죄송.."

그 사내는 내 말을 끊고 긴 팔을 걷어 그의 문신을 보여주며 계속 말을 했다.

"아니 쉬발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 여기 혼자 전세냈어 유난 좀 적당히 하지 쉬발 아 x같네"

나는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앞으로는 소근소근거리며 운동하겠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문신을 보여주며 위세를 떨치는 그의 태도가
내 마음을 고쳐 먹게 만들었다.

"제가 그쪽에게 피해가 간 것은 사실이나 그딴식으로 말하니 확성기로 소리를 지르며 운동하고 싶네요"
"쉬발 내가 부산사람이고 하는 일도 몸 쓰는거고 말하는게 이딴식으로 밖에 못한다 마 한 판 붙을기가"

순간 내 표정은 당당하게 그놈을 노려봤지만 이미 작아질대로 작아진 내 마음은 소녀가 되었다 누군가 와서 말려주길 바랬다
그 순간 우리 복싱장에 김연아라고 별명을 내가붙여준 어르신 한 분께서 오셔서 우리를 말려 주셨다, 그렇게 그 분이 잘 마무리 해주셔서
작은 소동은 일단락이 되었다. 우리 복싱장은 다른 복싱장보다 전문으로 복싱을 가르키기에 선수 배출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고
그만큼 어둠의 형님들도 참 많이 오는데 그 무리 속에 한 사내였던 것이다. 나는 기분이 잡쳐서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에서 혼자 씩씩거리며 씻고 있는데
하필 그 사내가 와서 내 옆에서 씻는게 아닌가
쩍 벌어진 등짝에 입벌린 호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위용은 지나가는 새 한마리를 그대로 떨어지게 만들것 같았다.
힐끔힐끔 그의 문신을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내 리틀 존슨이 그대로 아래로 고꾸라지는 것이 아닌가...아아아아

나는 정식으로 사과를 해야 할까 생각도 했었다 사과를 하고 앞으로 잘 지내자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내가 그 사내의 위세에 겁먹어서 하는 사과 같았다. 그래서 이 작은 공간에서 그와 겨루는 일기토를 상상했다
그가 내게 다나오면 위빙 훅, 쨉쨉으로 시야를 가리고 다시 원 투 강냉이 후두둑..
그러나 작고 좁은 미끄러운 이 공간에서 나보다 20키로 이상 더 나가보이는 사내와 정면으로 맞서기엔 너무나 큰 모험인것 같았다.
그가 내게 시비만 걸지 말라고 수도 없이 빌다보니 매번 접신을 하던 내 조상신이 지켜줘서인지 
다행이 그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오니 너무나 분했다. 내 잘못도 크지만 그런식으로 욕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니 그 사내를 한 번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선 나도 기싸움에서 밀려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내가 호랭이가 있으면 나에겐 사자가 있었다. 
작년에 양다리의 피해자가 되면서 산 옷이 있었다. 사자는 아무리 배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산 옷인데 그 옷을 옷장 깊숙한 곳에서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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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3일 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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