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윤병호 작가님”
여 아나운서가 윤병호에게 싱긋 웃으며 인사를 했다.
“네.. 반갑습니다.”
진한 다크서클이 끼여있는 윤병호가 오른손에 있는 만년필을 돌리며 인사를 받았다.
“작가님 이번에 저술하신 <내가 그라면>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저의 신에 대한 관점을 소설로 재구성하였는데 독자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영광일 뿐입니다.”
“겸손하신 태도를 가지고 계시군요.. 근데 일부 여론에서는 신성 모독이다. 특정 종교들을 희화화했다.라는 식의 비판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병호가 질문을 듣고 오른손의 만년필을 꽉 쥐며 말했다.
“저는 단지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신이리는 초월적 존재를 탐구했을 뿐입니다. 저는 신을 모독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를 모순된 존재에서 정상인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나운서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야 말로 신을 이상한 존재로 묘사합니다. 악을 벌할 수 있는 힘이 있으나 그저 고통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그런 존재.”
“따지면 그들은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신을 조울증 환자로 만들고 있죠. 사랑하나 지옥에는 보낸다. 자유의지는 주지만 규율은 지켜라. 하하하 모순 그 자체죠 그냥”
아나운서가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봐라 보았다.
“말이 너무 심했나요? 흠흠 그래서 저는 그나마 정상적인 신을 구상했습니다. 철학도 모든 종교도 역사도 아우를 수 있는 신 말이죠.”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는 드러나있지 않아서 그런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신이란 어떤 존재입니까?”
윤병호는 오른손의 만년필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멈추며 말했다.
“저입니다.”
“??!”
아나운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윤병호가 아나운서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 그게 무슨 뜻이죠?”
“물론 전 신이 아닙니다. 하하하”
윤병호가 혼자서 스튜디오가 떠나갈 듯 한바탕 웃다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자신의 책을 만년필로 툭툭 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여기선.. 전지전능한 ‘신’이지요”
“미래도 예측할 수 있고 기적을 내려줄 수도 있으며 때로는 벌을 주고 모든 것을 심판할 수 있는 존재”
윤병호가 만년필을 책 위에 내려놓았다.
“신.. 바로 저입니다.”
아나운서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윤병호에게 질문했다.
“음..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는 우리의 세계도 알고 보면 소설의 내용이다라는 주장인가요?”
“맞습니다.”
“아까 모든 종교를 포괄하고 의문을 해결시킬 수 있는 신이라 했는데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 무에서 유입니다. 어떻게 무에서 유가 가능한가. 저는 여기에 제일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그런 일이 있는지 찾아보았죠.”
“이외로 정답은 가까이 있었습니다.”
“바로 생각이죠. 생각. 무에서 유.
어떠한 큰 세계라도 1초 만에 저는 ’ 창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모아놓은 집합체 바로 책이죠.”
아나운서가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끄덕거렸다.
“그리고 성경에서 힌트가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신이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한 우리를 만들었다고 서술하는 데 소설 쓸 때 보통 작가와 같은 인간이 주인공이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외계인이 주인공인 소설은 거의 없으니깐..”
“그리고 7일 동안 세상을 다 만들고 신이 쉬었다 라고 되어있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종일 소설 쓰면 저도 지쳐 쓰러지거든요 하하하”
스튜디오의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여기서 전지전능하지 않은 모습이 보입니다. 인간성이 보이죠.”
”그리고 모든 종교는 권선징악을 앞세웁니다.
착한 자는 천국 가고 나쁜 자는 지옥 가고..
이러한 설정 자체가 소설에서 많이 쓰이는 독자들에게 일종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방식입니다. "
“음… 생각해보니 소설의 요소와 비슷한 면이 많군요..”
윤병호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 신은 선과 악을 징벌하되 보편적인 선과 악은 징벌 안 하는가.. 왜 특정 인물만 벌을 내리고 없었듯이 그는 쏙 빠졌는가..….”
“답은 하나입니다. 독자의 만족감을 위해서 작가가 악역을 벌한 것입니다. 성경에서든 불경에서든 여러 종교에서 나오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 말입니다.”
아나운서가 윤병호의 이야기에 집중한 채 말했다.
“그렇다면 왜 신은 다른 고통받는 자들은 모른 척 하나요?”
윤병호는 웃으며 말했다.
“옛날부터 철학자들이 많이 질문했던 의문이죠.. 왜 선과 악이 징벌 안되는가…. 신은 우리를 보고 고통을 느끼지 않는가?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가?”
“답은 간단합니다. 나와 같은 작가는 등장인물의 고통에 전혀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뭐 어째 보면 당연한 말이죠.”
“아!!”
아나운서가 감탄을 했다.
“따지고 보면 선과 악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그의 뜻이니깐요.”
“우리의 의지가 아닌 그의 글자대로 움직이는 우리는 그런 존재입니다… 악인도 선인도 말입니다.”
윤병호가 책 앞에 놓여있는 만년필을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뜻대로 우린 움직이겠죠.”
“심오한 이야기이군요…”
“작가님.. 그럼 작가님께서 이 책의 신인 것처럼 우리의 신도 또한 누군가의…”
“역시 아나운서 분이시라 그러신 지 똑똑하시군요”
“맞습니다. 우리의 신 녀석도 이걸 들으면 충격을 먹겠지만
우리의 신도 아마 또 다른 누군가의 소설의 등장인물입니다.
또한 내가 만든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신이겠지요.”
“마치 프렉탈 구조처럼 신과 등장인물의 관계는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이어져있겠죠”
“그렇기에 우리의 행동이 자의인지 자의가 아닌지.. 애매합니다.
우리의 행동은 고차원의 고차원의 고차원의……끝없는 연속된 신의 글자대로 움직이는 존재이니깐요”
윤병호가 흥분하면서 열변을 토해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관계가 있습니다. 창조자의 작가와 우리의 관계가 아닌 방관자인 독자와 우리의 관계는 어떠한가”
“독자는 창조주와 다르게 창조는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창조주와 버금가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의 글자는 고치는 식으로 말이죠”
“여기서 질문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등장인물이기에 고통받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라고 쳐도 고통에서 구원 가능할 힘을 가진 방관자인 독자는 그 등장인물을 도와줘야 할까요?”
아나운서가 윤병호의 질문에 약간 고민하더니 이내 답했다.
“만약 제가 곤경 한 위치에 처한다면 방관자는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호호”
아나운서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윤병호는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나운서 분은 그렇게 실제로 소설적 인물을 도와주신 적 있으신가요?”
아나운서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아니요…..”
“맞습니다. 대부분은 안 그럽니다.
한마디로 악신도 선신도 없습니다. 우리가 고통 속에 있다고 구원 안 해준다고 모른 척한다고 그들은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가 구박받는 신데렐라를 깔깔거리며 보듯이 그들에게는 죄책감을 느낄 의무도 필요도 없습니다.”
윤병호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하는 도중에 손짓으로 감독이 끝내라는 사인을 윤병호에게 보낸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존재입니다. 여러분이 소설책의 등장인물에게는 신적 존재와 같이요.”
윤병호가 카메라를 똑바로 보면서 카메라를 향해 만년필을 쭉 뻗었다.
“여러분은 책 속 그들의 운명을 바꾸겠습니까?”
“컷!!!!!”
감독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윤 작가 멘트 좋았어!!!”
“수고하셨습니다.”
아나운서가 윤병호에게 눈웃음을 보였다.
“정말 대단한 발상이세요. 작가님”
“옙.. 뭐”
피곤해 보이는 윤병호가 손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귀찮은 듯 눈을 피했다.
“그럼 전 가겠습니다.”
“넵 고생하셨어요 작가님.”
윤병호는 방송국에서 나왔다.
붉은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지평선 너머의 도로에서 흰 자동차가 비틀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윤병호와 가까워졌을 때쯤 엄청난 속도로 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터질 듯한 엔진 소리가 도로에 가득했다.
그는 충혈된 눈으로 자동차를 바라본 채 중얼거렸다.
“이게………. 너의 엔딩이냐…?”
“난. 난… 난!!! 살고 싶어…. 살고 싶다고!!!!!!!!”
윤병호가 만년필을 계속 돌리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울부짖었다.
윤병호는 만년필을 돌리는 것을 멈추었다.
자동차와 윤병호가 부딪치기 1초도 남지 않은 상황
그는 만년필을 하늘 위로 올리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윤병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