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두시간 반거리 멀리사는 시댁과 남편을 배려해서 결혼 3년차 그동안 명절연휴가 삼일이면 삼일 칠일이면 칠일 내내 시댁에서만 보냈다 아기 120일 무렵부터 22개월된 지금까지 계속
팔순 다되신 시어머니께서 막내 손녀가 얼마나 보고싶으실까 내가 좀 힘들고 불편해도 시어머니 위해 남편 위해 배려하고 희생한다 혼자 뿌듯해해며 해왔던 그 노력들 그 노력들은 남편은 배려와 희생이 아니라 당연한거라고 했다 자기는 원래 결혼하기전에도 명절되면 연휴 내내 집에 내려가 있던 사람이라며 일도 안하는 전업주부인데 그정도는 당연한거 아니냐고 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란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제정신 아닌 기분으로 살고 있는데 이상하게 설 끝나고나서부터 시어머니는 더 자주 전화를 하셨다 이삼일에 한번씩은 하신거 같다 내가 먼저 드릴 새도 없게
그냥 안부전화 를 가장한 아기가 보고싶다는 전화 문득 정신차려보니 그래도 웃으면서 전화받고 영상통화로 전환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기를 비추며 밝은 목소리로 아기가 오늘은 이랬다 저랬다 말씀드리는 내가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어느날 문득 또 시어머니 전화가 울리는걸 보는순간 숨이 턱 막혔다 너무 받기 싫어서 손이 식은땀이 났다 그래서 안받았다 무음으로 돌려버렸다
한참 울리던 전화가 부재중으로 바뀌는 순간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십분도 안되어 또 울리기 시작했다 또 식은땀이 났다 또 안받았다 또 부재중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십오분 정도 뒤 또 울리기 시작했다 또 안받는데 이번에는 울것같은 심정이 되었다
어머니 제발 제발 그만하세요 저 지금 전화 못받겠어요 울리는것만 봐도 심장이 터질거 같다구요 아냐 근데 이렇게 계속 전화 하시는거 보면 무슨일 있으신거 아닐까 어쩌지 받아야 하나
그렇게 한시간도 한되어 4통의 부재중이 쌓이는걸 보고서야 떨리는 마음으로 먼저 전화드려서 왜이렇게 전화를 많이 하셨는지 혹시 무슨일 있으신지 여쭈었다 그냥 안받으니 궁금하고 걱정되서 그랬다 하신다 그냥 하신거라고 그냥...
그게 뭐라고 울컥했다 그래도 웃는 목소리로 말씀드렸다 앞으로 제가 혹시 전화 못받으면 계속하지 마시라고 제가 먼저 전화 드리겠다고 응 그래야겠다~ 대답하셨다
그리고 또 하셨다 한 이틀 뒤에... 안받으니 이번에는 한두시간 있다가 다시하시더라 ㅎㅎ 받았더니 아까는 어디 갔었냐며... 아 부재중 봤는데 전화 드리는걸 깜빡했어요 하고 얼버무리니 그랬냐 허허 하고 사람좋게 웃으신다
그때부터 아예 비행기모드를 해놔버렸다 그리고 나자신과 무수히 싸웠다 남편새끼 꼴도 보기 싫은데 내가 왜 시어머니 전화를 받아야해 그래도 나이드신 어머니가 손주보고 싶은맘에 전화하시잖아 그럼 남편보고 하라해 나부터 살고보자 좀 그래도 내가 너무 안받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하루종일 비행기모드로 마음의 평화를 반쯤 찾았지만 우리 연로하신 시어머니는 내가 전화를 안받으니 이제 매일매일 전화를 하기 시작하셨고 그래도 내가 계속 안받으니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왜 전화를 안받는지 묻기 시작하셨다
미쳐버릴거 같았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맞는건지 안받으면 안하실줄 알았는데 왜 더 자주하시는 건지
남편은 처음엔 어머니 전화를 받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나보다 하지만 이틀삼일 지나자 표정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하도 전화를 하시니 결국 받아서(아기와 외출중일때) "지금 밖이니 나중에 전화드릴게요~"하고 끊은다음 밤에 퇴근한 남편에게 어머니가 낮에 전화오셨는데 외출중이라 통화 길게 못했으니 전화드리라고 통보했다 남편은 이상한 한숨같은걸 쉬더니 시키는대로 했다 난 그동안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어제 결국 터졌다 저녁무렵 남편과 카톡으로 사소한 언쟁 도중 또 시어머니 전화가 울렸다 안받았다 금방 퇴근해서 온 남편이 화를 냈다 너 어머니 전화는 왜안받느냐고 자기가 장모님 전화 안받으면 기분 좋겠냔다
그래서 그냥 대꾸했다 우리엄마는 용건있을때말고는 전화 안하잖아
우리엄마도 용건 있어서 전화하는거야
아닌데 그냥 항상 ㅇㅇ이 보고싶어서 전화하시는 거던데
우리엄마는 나이가 많아서 글도 모르고 카톡도 모르잖아 궁금한데 전화밖에 연락할 수단이 없어서 전화를 하는거야 근데 전화를 삼일연속을 안받으면 당연히 궁금하고 걱정되지 나참...
하면서 나를 세상 못된여자 보듯이 쳐다보는데 눈물이 뚝뚝 흘렀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하나도 말이 되어 나오질 않았다
간신히 한말은 지난 2년동안 꼬박꼬박 일주일에 한번씩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고작 삼일 전화 안받았다고 아주 죽일년을 만드네
그러자 남편이ㅎㅎ 누가 하래? 너한테 그런거 바랬어? 라고 했다 정말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치로 골수까지 쪼개는 느낌이었다 맞다 남편도 어머니도 절대 일주일에 한번씩 전화해라~ 나한테 바란적 없다 내가 좋아서 했다 시어머니한테 잘하려고 그 결과가 이거다 누가 너보고 그런거 하랬어?
그러면서 남편이 덧붙인다 우리엄마도 너한테 그런거 안바래~ 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차근차근 말해줬다 내가 어느날 화요일에 전화를 드렸더니 그다음주 월요일에 전화오셔서는 요새 왜이리 연락이 뜸하냐고 서운하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나한테 그런거 안바라신다고?ㅎㅎ 했더니
너 그냥 엄마전화 받기싫으면 받지마 엄마한테 너한테 전화하지 말라고 할께
그래서 엉엉 울면서 말했다 내가 삼일연속 전화를 안받았다는건 어머니도 삼일연속 전화하셨다는거 아니야 내가 안받아도 오빠랑 통화했으면 된거 아니야? 일주일에 한번 전화드리니 뜸하다고 서운하다고 하시는데 그럼 두번 드려야되나 고민했었어 근데 무슨 숙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의무적으로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 정말 보고싶을때 궁금할때 전화드리는게 맞는거 아니야? 라고 정작 이사태는 내가 어머니전화를 안받아서 생긴건데 내가 어머니한테 전화드리는게 스트레스라는걸 피력하는 이상한 결론으로 끝이났다...
나는 계속 어머니 전화를 안받을거다 안하실때까지 안받을거다 남편이 미운데 어머니는 무슨 죄인가 싶고 내가 너무 나쁜거같고 못된거같은데 이건 다 빌어먹을 착한 며느리병이다 아니다 그냥 나쁜거 못된거 하련다 그럼 좀 어때
내가 내마음을 먼저 알아줘야지... 남편도 친정엄마도 몰라주는데 나라도...
그리고 아기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끝나면 제일먼저 친구가 알려준 신경정신과에 가봐야겠다 내가 일단 살아야겠다 그리고 재취업 꼭 재취업해서 경제력부터 확보해야겠다
결게분들께 항상 고구마를 드려 너무 죄송하지만 마음이 너무 먹먹해서 털어놓는 하소연입니다 괜찮다고 좀 싸가지없게 살면 어떠냐고 위로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