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석은 항상 거침없었다.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달려들기 일수였다.
집을 나갈 때와 돌아올때, 흔들어대던 꼬리와 적극적인 앞발은 가끔은 위협적이기도 했다.
어느날, 기분이 좋지 않았던 때 그녀석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내 기분에따라 그녀석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 이후로 그 녀석은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
무엇인지 미안해졌다.
내 기분을 숨기고, 다가가 이뻐해주려했지만 관계회복은 쉽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니, 짜증이나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석은 거리만 유지할 뿐 반갑게 흔드는 꼬리와 어쩔줄 모르는 앞발은 그대로였다.
그러다, 이웃들의 항의로 인해 그녀석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음의 짐을 던 것처럼 후련했다. 이제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녀석이 사라진 첫 하루에, 나는 눈물이 났다.
아무런 이유없이 나를 반겨주고 좋아해주던 그녀석이 그리워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집에 들어오는 길에 그녀석의 소리가 들렸다.
잠깐 흠칫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녀석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봉지 소리였을 뿐이다.
오늘 또, 그녀석에게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