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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wedlock_130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카라라★
추천 : 14
조회수 : 1324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9/05/17 08:39:04
문득 생각나서 아기 깨기전에 글남겨봐요
어제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나온 얘기인데
친구도 저도 어릴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했어요(고딩 동창)
친구가 둘째 낳고 생일 때 신랑이 생일선물 뭐사줄까 고민하길래
그동안 못샀던 만화책들 한꺼번에 사달라고 했었대요
거의 10~20만원어치...남편이 그걸 듣고
콕 찝어 원하는걸 말해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신나서 사줬다구요
문득...예전 생각이 나대요
임신중일때 제 생일이 다가올 때였는데
그때 너무 재밌게 감동적으로 본 웹툰이 있었어요
완결된지 좀 됐고 알음알음 매니아층이 있는 작품이라
소장판으로 단행본이 나와있었고...총 6만원인가 했어요
남편에게 생일선물로 그걸 사달라고 했었는데
남편이 정색하면서 도대체 왜 만화책을 돈주고 사야하냐고
본인은 그런 것(?)에 돈을 쓸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었어요
그때 충격도 받고 서운하기도 하고 했던 거 같은데...
어찌어찌 지나가고 잊고 살고 있었네요
그래요 어찌보면 별것 아닌 일이고 본인의 가치관이 그렇다니...
평소에 게임하는 것 이해못하고, 만화책 사는것 이해못하고
뭘하든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식으로 생각하며 사는 남편이라
본인의 취미랄것조차 없는 사람이라...
너도 이런거 하잖아! 라고 발끈할 꺼리조차 없는 사람이라
저도 모르게 그냥 주눅들고 체념하고 그러고 살았던 거 같아요...
그얘기를 친구에게 웃으며 했더니
제 남편을 아는 친구도 어음...어...하고 별말못하고 넘어가네요
할말하않이 느껴지긴 했지만요ㅎㅎ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아기가 3월부터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한숨 돌리고 4월쯤 되어
하루에 6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집안일이며 그동안 손놓았던 집정리며 그동안 처리못했던 것들 신경쓰고 있다가
문득 멀리사는 아기엄마 전업 친구들이
아기 어린이집 간동안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것 등록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아기보내고 운동어플 다운받아서 하루 30분씩 홈트레이닝 하고 있었는데
일단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어요ㅠㅠ
(아기 있을때 홈트하려하면...엎드리면 등에 올라타고...누우면 배에 올라타고...결국 깔깔깔 몸놀이로 끝남ㅠ)
문득 저도 운동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전에 복싱을 3개월 정도 다녔는데 좋았었거든요
집근처에 킥복싱 체육관이 몇개 있길래, 신랑에게 얘길했어요
킥복싱 다녀볼까 한다고...어린이집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한시간 정도 운동하고 오면 좋을 거 같다고
신랑이 한숨쉬면서 "그건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니다"라고 하대요...
ㅎㅎ...
그래서 바로 맘접었어요
생각해보니 신랑돈이잖아요
외벌이고...
저도 아기 어린이집 보내고 갑자기 혼자있는 시간이 생기니까
아기없을때 얼른 집안일 편하게 해야지~~하고 막 거실에서 빨래를 개다가
갑자기 문득
아...이런게 사람사는거구나. 하고 어이없이 느낀 적이 있어요
ㅋㅋ조용하고, 잠깐이지만 아무도 어지르지 않는 깨끗한 집.
거실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지금 이순간 오롯이 나혼자.
그런 여유를 느낀게 너무 오랜만이라 가슴이 벅찰 정도였어요
물론 신랑에게 아기맡기고 외출한 적도 많았지만
혼자 밖에 있을때보다, 혼자 집에 있는게 너무 좋은거예요...
그기분을 한번 느끼고 나니까...바보같이 또 혼자 들떴나봐요.
어린이집 보내고 혼자 운동도 다녀오고 커피한잔 하고...
물론 계속이 아니라 잠깐 한두달이라도...그러고 싶었어요
신랑말듣고 정신차리고 다시 마음닫고ㅋ 이력서 쓰고 자소서 쓰고 여기저기 지원하고 면접보러 다니고 있네요
다행히 결혼전에 하던 분야가 있어서...비록 경단이 몇년 있었지만
노력하면 그업종으로 다시 일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맞아요...그냥 다시 절실히 일하고 싶네요
누군가의 아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그냥 나로서 있는 시간...
물론 어린 아기가 있어 맞벌이 쉽지 않겠지요 어린이집...등하원도우미...신랑의도움도 필요할거고...신경쓸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냥 지금은 다른거 생각 안하고 일단 제돈 벌고 싶어요 뭐라도 자유롭게...
만화책 얘기 쓰다가 의식의 흐름이 여기까지 왔네요ㅋ
주위사람들은 말해요 그래도 일단 남편 외벌이로 생활이 되는게 어디냐...피눈물 흘리며 돌도 안된 아기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러 가는 엄마들 수두룩 하다며...감사하고 살라고...
남편에게 충분히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제 삶 제 인생 자체에 감사하고 살 날이 오겠지요
날씨 더워지는데 다들 건강 유의하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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