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여성입니다.
불면증과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증상으로 4년째 약 복용 해 오고 있습니다.
복용 처음에는 생활의 질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수면시간이 안정되니, 그나마 제정신이 들더군요.
그러나 우울증과 자살욕구는..
조금 나은것 같다가도 심하게 곤두박칠 치곤 했습니다.
그렇게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싸워왔습니다. 싸웠다 라기보다는.. 사실상 진흙탕에 뒹굴다시피 살아온거죠.
그 동안 남편은 묵묵히 제 옆에 있으면서, 제게 별다른 격려도, 위로도, 핀잔도 없이 옆에서 가장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는 제 병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죠.
또한 사람이 아플때에는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는것도, 해본적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제작년 여름이 띁나갈 때 쯤 갑작스럽게 상태는 악화되었고, 그 겨울이 끝나도록 저는 침대에서 거의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체중은 고도비만상태이고, 각종 내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병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다행히 올해는 자살욕구가 거의 들지 않고,
자해하는 횟수도 줄었고, 음주도 거의 안했습니다.
분명 상태는 나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밑바닥까지 떨어진 제 상태를 본 남편은 저러다 정말 죽겠다 싶은 마음이었는지..
매일 한끼니를 챙겨주는 등, 제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 왔습니다.
그런 남편이 오늘 제게 얘기하더군요.
2년안에 약을 끊어보자고.
저는 말했습니다. 인생의 반 이상을 난 그렇게 지내왔다. 그런데 약물치료 4~5년 해서 이 병을 고쳐서 약을 끊자고?
여러분, 될거라고 생각합니까?
솔직히 난 모르겠습니다.
아니 부정적입니다.
저의 뇌가, 세로토닌이, 대체 언제 어디서부터 어긋난지는 확실히 저도 잘 모릅니다.
확실한건 세상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던 때, 10살도 안 된 때부터 저는 우울증이 있었고, 조증과 비슷한 증상도 있었습니다.
그걸 모른 체 20대를 정신병자처럼 살아 왔고 그렇게 제 청춘은 먼지가루가 되어서 날라가버렸죠.
30대가 되어서야 이것을 고쳐서 "정상적으로" 살아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받을 수 있는 정신 치료란 약물치료 뿐이며,
정작 그 환자의 정신, 마음에 들어가 치료하는 요법의 가격은 도저히 서민의 월급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닙니다.
저는 결국 약물로만 의존하여 스스로 저 자신을 고쳐야만 하는 것입니다.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고, 굶지 않고 음식을 챙겨먹으며, 가벼운 운동과 외출을 하고, 위생을 힘쓴다.
이것이 저의 병에 대한 의학적 솔루션입니다.
정말 저렇게 하면, 이 세상에서의 저의 소명과 목적에 대한 절망과, 인간의 삶이 별 의미 없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것,
목적도, 소명도 없으면서 그렇게 힘든 삶을 살면서 저물어 가다 결국 죽는다는 이 삶의 구조에 대해,
저는 "정상인처럼" 생각하게 될 수 있을까요?
이미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학대와 방임으로 망가져 버린 제 자신에 대해, 열심히 운동하여 열심히 살빼고 사람만나러 돌아다니면, 비틀어져버린 몇십년의 고통이 사라지는겁니까?
"정상인들" 처럼요?
신랑은 "나를 위해서 약을 끊어줘" 라고 말합니다.
그는 그 말이 내게 주는 의미나 알까요?
바로 그 약을 끊었다가 지난 겨울 저는 땅 끝까지 추락하여 몇개월간을 침대속에서 보내야 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침대 속에서 나오기 위해 내가 얼마나 고통을 받고 괴로움을 느끼고, 내 자신을 혐오하고 채찍질해야 했었는지를.
정상인이 되기 위해,
우울하지 않게 되기 위해,
세상에 대한 염세적이고 절망적인 시각을 바꾸기 위해,
내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습니다...
생각만으로도 지칩니다.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끊임없이 끊임없이 매일 매일을, 투쟁과 같이,
눈을 감을 땐 이런 생각을 하지요..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어.
피곤합니다. 지칩니다.
그냥 약에 몸을 맞기고.. 오늘은 우울과 절망을 느끼고 싶지 않아요.
오 주여... 우리나라에서 마약을 쉽사리 구할 수 없기에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요?...
이 세상은, 삶은..
제가 살아가기에는 너무 절망적인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