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웃음꽃

웃음꽃

글 : 루류루

“블루프, 블루프!”

‘뭐지?

“블루프, 블루프! 이쪽이야!”

담배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지금은 벌건 대낮. 분명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 이상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 눈길을 주니 화단 속, 꽃 한 송이가 보인다. 누구나 이 화단을 본다면 내가 본 꽃 한 송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마치 미소를 짓는 것 같은 이 꽃 한 송이를 제외하곤, 모두 시들어버렸으니 말이다.

“난 웃음꽃이야. 우리 화단에 있는 꽃들은 나를 빼고는 다 시들어 버렸어. 날 도와줘, 블루프!”

“!”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거지? 꽃이 말을 한다고? 텔레파시인가? 아니다. 소녀도, 소년도 아닌 것이 핏덩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나를 집으로 데려가! 나와 함께 있으면 항상 웃음이 가득할 거야!”

우울증 말기 환자인 내가 드디어 정신병까지 얻게 된 걸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이 꽃이 내게 구원일까? 매일 잠들기 전 살려달라던 외침이 드디어 하늘에 닿은 걸까?

나는 웃음꽃을 집으로 데려왔다. 웃음꽃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었다. 좋은 흙도, 좋은 물도, 햇볕이 드는 자리도 원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웃는 일만 생기게 해줄 거라고 당부하며 연신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잉여다.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지도 않고, 도움도 주지 못하는, 그저 남아도는 잉여에너지인 셈이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웃음꽃을 데려왔을까. 어제의 내가 혐오스럽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기대를 한거지?

띠리리링 띠리리링

내 핸드폰의 전화벨이 저랬던가? 순간 잊고 있었다.

“블루프! 어서 받아봐.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게 있어!”

“뭐?”

“어서, 블루프!”

더 이상의 나락은 없겠지. 이게 꿈이든 환상이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용기를 내보자.

“여보세요.”

“대표님! 오늘부터 회의 참관은 꼭 하셔야 한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그리고 멀쩡한 집은 놔두고 도대체 어디 계시는 거예요?”

“네?”

“하...문자로 새로운 기사님 연락처 보내드릴 테니 3시까지는 늦지 말고 꼭 오셔야 해요!”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잘나가는 대기업의 대표가 되어 있었고, 그 삶이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당연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웃었다. 내가 웃을수록 웃음꽃 역시 좋아했고 몸집이 커졌다. 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었고 정치인, 연예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방탕한 삶을 살았다.

웃음꽃은 정말 내 구원이었구나, 나는 신에게 버림받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에게 딱 한 번 있을 인생을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즐겼다.

더 이상 후회는 없었고, 어느새 나도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이 몸소 느껴질 때 난 웃음꽃에게 물었다.

“네 덕분에 난 정말 행복하고, 웃으며 살았다. 정말 고마워. 그런데 자네가 얻는 건 뭐였나?”

“블루프, 난 웃음을 먹는 웃음꽃이야. 네 덕분에 난 매일 배부르게 살 수 있었어.”

“내가 웃게 된 건 전부 자네 덕분이 아닌가?”

“아, 블루프. 난 지난 시간동안 네 웃음은 단 한 번도 먹지 않았어. 나에게 넌 정말 고마운 존재니까!”

“그러면 지금까지 자네는, 도대체 누구의 웃음을 먹었다는 겐가?”

“난 지금까지 너로 인해서 웃음을 잃은 사람들의 웃음을 먹었어! 그 사람들이 원래 웃어야 했을 웃음 말이야. 블루프 네가 웃음을 빼앗아 온 덕분에 내가 굶지 않고 먹을 수 있었지. 어찌나 많던지 정말, 매일 매일 배가 터질 지경이었어!”

“뭐라고?”

“고마워 블루프. 너라면 해낼 거라고 생각했어. 걱정마! 지옥에 가더라도 웃음꽃 경연대회에서 넌 보나마나 1등이니 휴가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동안 고마웠어, 블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