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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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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월향_fullmoon
추천 : 1
조회수 : 4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7/30 00: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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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글 : 월향
 

바람이 분다. 머지않은 거리에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 술에 취한 남자들의 실없는 농담소리,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바람소리. 바람은 하늘을 타고 극기를 흔들고, 파도를 일구고, 바라개비를 돌리고, 풍차를 돌리고, 바퀴를 굴리고, 내 마음을 뒤흔든다. 고요하다. 고요함은 내게 비명을 지른다. 어둡고, 고요할수록 더 잘 들리는 비명. 소음을 참지 못하고 이내 귀를 틀어막는데, 어째서인지 조용해지지가 않는다. 역겹다. 역겨운 감정은 이제 지겹다.
눈을 감고 내 몸에서 빠져나온다. 나는 베란다 창을 통과해 하늘을 유영한다. 구름위로 올라가 집을 향해 비를 내리고, 천둥과 번개를 친다. 그러곤 숲으로 간다.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땅에 뿌리를 내려 서로를 감싸고 감정과 양분을 공유하는 종족들이 있는 곳. 하지만 그들 역시 서로 더 많은 빛과 더 많은 수분과 양분을 얻으려 한다. 이번엔 바다로 간다.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곳. 육지의 생명체들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곳. 그 깊숙이에는 무엇이 잠들어 있을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곳에 뛰어든다. 마음에 불을 켜고, 주위를 둘러보면, 눈을 뜨고 잠을 자는 물고기들, 바다를 산책하는 생명체들. 무언가가 나를 발견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데, 동그랗고 가시가 있는 것. 그래, 복어다. 저 녀석은 복어다. 지상의 고슴도치처럼 생긴 것. 왜인지 잔뜩 화가 나서 동그랗게 부푼 녀석의 뒤로는 돌고래가 보인다. 돌고래는 떼로 모여 번갈아 가며 복어를 물고, 주둥이로 치며 가지고 논다. 아아- 언젠가, 돌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복어로 마약을 한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다. 지능은 높으면 높을수록 생명체를 망가트리는 기생충과 같은 것일까. 이 몸뚱이는 사실 내가 주인이 아닌데, 내 뇌가 기생충으로 들어가 자신이 주인이라고 세뇌시키는 것일까. 바다를 빠져나온다. 허탈하다. 허탈감은 역시 죽음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격장으로 간다. 사격장으로 가, 총을 하나 든다. 사격장 주변에는 짐승이 없다. 고요하다. 비명이 들리나. 서둘러야겠다. 집으로 향한 후, 죽은 것 같은 내 몸으로 다시 들어가 총구를 입 안에 쑤셔 넣는다. 탄이 발사되어 내 뇌를 뚫고 가도록 위를 향하게 한다. 내 기억을 없애도록, 내 감정을 없애도록, 더 이상 비명이 들리지 않도록, 기생충을 죽여야 한다.
진리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나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란 무엇인가. 이제 내 몸뚱이를 더러운 기생충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망설임이란 지난봄과 함께 이곳을 떠난 지 오래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내가 그 진리로 태어나고 싶다. 기생충이 없는, 깨끗한 나로서 내 꼭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비록 나에겐 없었지만, 내 그 마음 꾹 눌러 담아 너에게만은 자유를 선물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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