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글솜씨로 쓰는거라 양해 부탁드려요.
때는 일요일, 예전에 회사 관둔 동생이 연락이 왔습니다.
같은 기숙사에서 지낸지라 꽤나 잘 챙겨주고 친하게 지냈죠.
오랜만에 술한잔 사드릴게요 라길래 냉큼 콜을 외쳤고
현재 같이 일하는 형 한분과 함께 같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거의 1년 반 만에 만나서 그런지, 꽤나 후덕해진 제 모습에 동생이 좀 놀라더군요 ㅋㅋㅋ
농담삼아 "형, 빨리 결혼 안하면 큰일나겠어요 ㅋㅋㅋㅋ" 라며 놀리기도 하구요 ㅎㅎ
그놈은 꽤나 잘생긴 편이어서 저같은 오징어와는 다른 물에서 서식하는 놈입니다.
그런 동생이 부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더군요
술자리가 무르익어 갈때쯤, 그 동생이 저에게 "형님! 제가 많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말로는 "어 그래 임마! 고맙다!" 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니가 날고 뛰어봐야 난 안된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1차 고기집, 2차 육회, 3차 치킨집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니 흥이 돋는 한편, 슬슬 피곤해졌습니다.
4차로 노래방을 갔지만, 여기서부터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그 후,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씩 더 마시고 집으로 왔습니다.
피곤해 뻗어버린 후 어제 오후, 그러니까 월요일 오후에 해장을 하고 누워서 티비나 보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음? 택배인가? 오늘은 회사 쉬는날이라 전화가 온건가 싶어 전화를 받으니
뭔가 시끌시끌한 소음에서 들리는 여성분의 목소리!!!
여: 안녕하세요~~~
저: .......네?
당황했습니다.
택배기사님일거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여성분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진짜 놀랬습니다.
여: 안녕하세요~ 저 기억 안나세요??
저: 아....누구시죠????????????????????????????????????????????????
진짜 물음표 갯수만큼 제가 궁금했습니다.
여: 저~ 어제~~ 번호 따간 사람이에요~~~
저: ?????????????????????????????????????????????????????네?????
요즘 보이스피싱은 오징어를 골라 설레게 만들어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여: 어제 보고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저: 아...전화 잘못하신거 같으신데요....ㅠㅠ
여: 어? 진짜 기억 안나시는구나~
진짜 당황했습니다.
술을 많이 마셔 중간중간 기억이 없긴 하지만, 완전히 맛이 간것은 아니었기에 설마 싶었습니다.
'가만...어제 동생놈이 막 도와준다 뭐다 설레발도 치기도 했고...이거 진짜인가?'
혹시나 싶더군요
저: 아...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나서요...
여: 그러셨군요...어제 재밌었는데 아쉽당~
저: 네 죄송해요 ㅎㅎ
여: 그럼 XX씨, 저 지금 어제 봤던 롤러장에 있는데요~
저: 네? 누구요??
아...XX씨는 제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 였습니다.
XX씨라는 사람이 번호를 잘못 알려줬거나, 그 여자분이 맘에 안들어 아무 번호나 알려준게 제 번호였던거 같습니다.
저: 전화 잘못거셨어요. 저 XX라는 사람 모르는 사람입니다.
여: 아...그러셨구나....죄송합니다....
뚝(전화 끊어지는 소리)
뚝(눈물 떨어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