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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주어진 72시간(마지막회)
게시물ID : panic_1007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플라잉제이
추천 : 4
조회수 : 125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8/27 15: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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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석현은 일단 길현의 연락처를 알아내기로 했다. 길현은 간헐적으로 연락하고 있는 새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물어볼게 있어서요. 길현이 요즘 뭐하고 살아요?"




"네가 왠일이니? 이름도 듣기 싫어하던 길현이 안부를 다 묻고? 길현이가 네 연락처 물어볼때는 죽어도 가르쳐 주지 말라더니."





"아...그냥... 요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 형제끼리 잘 지내는게 좋지. 길현이 요즘 화성에 있는 휴대폰 조립공장 성실하게 출근한단다. 연락처 알려 줄테니 오랜만에 대화나 좀 해봐."





석현과 길현은 초,중학교 동창이자 피가 섞이지 않은 형제이다. 석현의 아버지와 길현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초등학교 시절 재혼했다. 




길현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석현의 심장박동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가쁘게 뛰었다.




길현은 석현의 연락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석현이 죽을때까지 자기를 먼저 찾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석현과 길현은 7년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둘은 석현의 제안대로 길현의 공장 근처에 위치한 작은 국밥집에서 만났다. 




" 근데 네가 나한테 연락할 줄은 진짜 몰랐다. 무슨 일 있냐? 그나저나 너 회사 좋은데 취업했다매?축하한다! "





" 뭐  그냥. 겸사겸사했지. 그래도 나름 가족인데 너무 안보고 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 그래. 고맙다. 여기까지 또 와주고. 오늘 내가 풀코스로 쏠테니까 많이 먹어라."





둘은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빠른 속도로 비워 나갔다. 생각보다 술이 약했던 길현은 금새 취기가 올라 얼굴이 불그락 해졌다.






"길현아. 이제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2차 갈래?"





"으...응...그래. 나가.나가. 계산은 내가.."





석현은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길현을 부축해서 차에 태운 후 화성시내와  십여분 정도 떨어진 작은 동네 뒷산으로 이동했다. 차가 진입할 수 있는 곳까지 바싹 들어온 석현의 차는 오솔길이 보이자 이내 시동을 껐다.





석현은 코를 골면서 늘어져 있는 길현을 보니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 옛날부터 넌 그렇게 살아왔지. 정말 인생 너무 편하게 산다 싶을 정도로. 배고프면 그곳이 어디라도 당장 입에 무언갈 쳐 넣어야 하고, 화가 나면 옆에 있는 재떨이라도 던져야 속이 풀렸지. 세상에 너같이 단순하고 무식한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늘 너란 인간이 너무 신기했어'





석현은 준비해 온 케이블 타이로 길현의 양 손목과 발목을 묶었다. 그리고 다른 케이블 타이로 길현의 목에 여유있게 걸친 뒤 길현을 깨웠다.





"야. 일어나 봐. 야. 일어나라고."




게슴츠레한 눈을 천천히 뜨면서 길현이 잠에서 깼다.



"여기... 어디야? 근데... 이거 뭐야? "




"뭐긴. 네가 난리칠까봐 내가 미리 준비해 놓은 제어장치지. 아무리 버둥대봤자 케이블 타이는 혼자 못 끊어내니까 힘빼지말고 가만히 있어봐."




" 날 죽이고 싶어서? 내가 그렇게 미웠냐? 너 인생 종칠수도 있어. 이러지마라..."




석현은 그 말이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 인생 종 칠거야. 안 그래도. 근데 내 마지막 소원이 내 눈으로 너 뒤지는거 보고 싶은거더라고. 웃기지 않냐? 뭐 크루즈 타보기. 7성급 호텔 가보기.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의미있는 시간 보내기 이런것도 아니고 너같은 새끼 목숨 끊어지는거 보는게 죽기 전 소원이라니. 나도 너무 불쌍하지 않냐?하하하하"





" 단단히 미쳤네. 왜 이러는거야.도대체?"






석현은 웃느라 나온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길현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 한가지만 묻자. 마지막으로...나한테 왜 그랬어? 남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야 할 가족이라는 새끼가. 왜 나를 그렇게  죽도록 괴롭혔던거야? 다른 애들보다 니가 더 앞장서서?"





석현은 길현의 대답을 기다림과 동시에 그의 목에 두른 케이블 타이를 조금씩 당기기 시작했다.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그때 내가 어울리던...그  양아치놈들이... 자꾸 너를 타겟 삼아 괴롭힐려고 해서 내가 먼저 선수쳐서 괴롭힌거야. 하아.믿기 어렵지?...너랑 나랑 피 안섞인 형제인거 알고 더 싸움 붙이려하고 더 괴롭히라고 부추겼어. 나도 많이 맞았어 임마... 근데 나도 걔네들이랑 맞서 싸우기엔 용기 없어서 그랬다. 진짜 미안하다."






"그래. 아무말이나 지껄여라. 그냥  센척하고 싶어 그랬다고해. 차라리..."





길현은 다시 한번 '미안해' 라고 나즈막하게 대답하며 체념한듯 눈을 질끈 감았다. 석현은 그 대답이 끝나자마자 케이블 타이를 최대한 당겼고 괴로움에 발버둥치면 억억 소리를 내던 길현은 금새 몸이 축 쳐졌다.



석현은 길현의 마지막 태도에 찝찝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내 후련함을 느꼈다.



'다 끝났어'



석현은 차에서 나와 담배 한 개피를 물고 천천히 공기를 들이 마셨다. 



' 잘 했어... 잘한거야. 저런 놈은 사회악이지. 목숨은 부지하고 싶어서 얘기나 지어내고...후후...마지막까지 양아치같은 놈이네'


그는 차를 버려두고 시내까지 걸어와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은 5시간. 내일 새벽 3시면 석현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일 것이다. 


석현은 옷을 갈아 입지도, 씻지도 않고 신발마저 신은 채로 침대에 누웠다. 남아있는 수면제를 몽창 입에 털어 넣었다. 




'자고 일어나면... 어떤 세상일까?'




석현은 긴장이 풀린 탓에 몹시 피곤함을 느꼈다. 그리고 곧 깊은 잠에 빠졌다. 


석현이 다시 잠에서 깨자마자 새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석현아. 너는 괜찮니?  이게 무슨 일이라니...길현이가 죽었대... 네 차안에서 그랬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알고 있니? 너랑 연관있는거 아니지?  석현아.석현아. 말 좀 해봐"



석현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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