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철게에는 그런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자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며 당사자를 비난하고
그의 동기를 무조건 삶에 대한 공포와 개인적인 유약함으로 인한 도피 행각 정도로 치부하거나
아예 무책임한 준 범죄행위인 양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한때 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부르는지 좀 우습다는 생각도 했었더랬다.
그렇다면 자살 안하고 그냥 살기로 하는 건 온건한 선택? 쯤 되는 건가?
그럼 지금까지 안 죽고 살아있는 우린 모두 적당히 온건한 사람들인가 보다.
나는 본질적으로, 아니 천성적으로 정치적으로 완화된 표현(쉽게 또는 다르게 말해 검열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내 본성이 현재의 서구 선진국들이라는, 특정 시대, 특정 체제의 관념에(만) 부합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고 멋대로 강요하고 강제해 대는 고약한 PC, 즉 정치적 올바름에 일종의 알레르기를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집단의 일부(부품?)로서의 정체성과 개인적 실존적 존재로서의 정체성이 중첩되는 것처럼
그 존재의 사라짐, 즉 죽음 또한 사회적 죽음과 개인적 죽음이 겹치게 됨은 분명한 사실이겠으나,
한 인간의 죽음 앞에 함부로 현재의 한국이라는 특정 시대와 체제의 사회적 관념을 보편불변의 선인 양 들이대는 꼬락서니는 개인적으로 영 별로다.
누가 뭐래도 한 인간의 개인으로서의 실존은 그 어떤 사회적, 윤리적 강령보다도 앞서는 것이다.
어려운 말 주워섬길 필요 없이 사회를 위해 그닥 살고 싶지도 않은 삶, 죽느니만도 못한 고통을 기약 없이 연장하라는 건 얼마나 우스꽝스런 명령인가.
어느 누구도 집단을 위해 희생하려 들지 않는 사회가
모두가 집단을 위해 희생하려 발버둥치는 사회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고 정상적인(이런 단어는 의미적으로 엄밀하지 못하지만) 사회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누군가를 위해 칼과 총을 집어들지 않았다면
알렉산더, 징기스칸, 나폴레옹, 히틀러도 없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