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입을 다물고만 있는 그 아이, 나는 알아요. 그 애의 입 안에는 장미가 있어요.
아주 우연히 알게 되었죠. 아무도 오지 않는 뒷산의 절벽에서 배고픈 나비에게 꿀을 주던걸 발견했어요.
그 애는 나한테 들켰어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꿀을 먹였어요. 나는 기다렸죠.
나비가 날아가고 물었어요.
"입 안에 그게 뭐야?"
그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언제나처럼 굳게 다물었고, 고개를 저었어요.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후로 나는 가끔, 뒷산에서 그 아이가 입을 벌리는걸 보았어요. 입 안을 가득 채운 새빨간 장미.
이슬이 맺힌 듯 반짝거리며 아름다웠어요.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과자 먹을래? 근처에서 안 파는 달콤한 과자야."
도리도리
"뒷산에 놀러가지 않을래? 새로운 꽃이 피었더라."
끄덕끄덕.
"어제 밤에는 하늘이 맑아서 별이 많이 보였어. 너처럼 무척 예뻤어."
...
나는 매일 그 아이한테 말을 걸었어요. 대답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입을 벌려줘. 장미를 보고 싶어."
오직 이 때에만 입을 벌려줬어요. 하지만 만져보려고 손을 뻗으면 곧바로 닫았어요.
우리는 더 가까워졌어요. 나는 항상 그 아이에게 무언가 바쳤고 말을 걸었어요.
그 아이는 나한테 의지하기 시작했어요. 결코 말을 하진 않았지만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부탁했죠.
나는 그 아이를 위해 시원한 물을 가져다주고, 부채질을 해주고, 벌레를 내쫓아줬어요.
그 아이는 보답으로 입 안의 장미를 보여줬죠.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었어요. 오직 나한테만 보여주는, 나만의 장미.
"사랑해."
사고는 갑자기 일어났어요. 그 아이는 벼랑 끝에 자란 꽃을 가리켰고 나는 꺾으려고 망설임 없이 다가갔죠.
그리고 떨어졌어요. 발을 헛디딘게 아니에요. 그 아이가 밀었어요.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목이 부러졌고, 그렇게 나는 죽었어요. 그리고 나비로 태어났죠.
그 아이는 나를 반갑게 불렀어요. 나는 드디어 장미의 꿀을 맛보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