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모두 픽션입니다*
정답을 알고 싶어.
글 : 월향
#1
어떤 마음으로, 어떤 표정으로 이 순간 속에 녹아들어야 하는 걸까. 오늘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의 장례식이 있지만 전혀 슬프지가 않다. 입꼬리 속에서 비실비실 흘러나오는 웃음을 남몰래 꾹 밀어 넣는다. 그 애가 있을 저 무덤 밑으로 그 애의 뼛조각과 함께 밀어 넣는다. 윤형아, 걱정 마. 너의 그 더러운 몸뚱이랑 같이 평생, 적어도 내가 사는 동안은 아무도 모르게 할테니까.
“윤형아, 윤형이 없이 엄마는 앞으로 어떻게 사니. 아이고 윤형아.”
“엄마 오늘 울고 다 털어버려요, 우리. 윤형이 보내줘야죠.”
윤형아 너는 가족들한테 참 예쁨 받는 아이였어, 그치. 그런 네가 죽었다니. 믿기지가 않아. 너무 후련해. 사실, 죄책감도 많이 들고 네가 조금은 그리울 줄 알았는데. 진작에 죽일걸 그랬어. 윤형아, 지금 죽어서 날 노려보고 있는 건 아니지? 그렇담 진짜 웃길 것 같은데. 죽어서 바라보는 내 눈은 어때? 내 눈 좋아했잖아. 계속 쳐다보라고 했잖아. 네가 그 더러운 손으로 더듬으면서 하는 말이 그거였잖아.
#2
“눈 감지 마. 눈 떠. 계속 봐.”
“너 내가 언제까지 모른 척 할 것 같아? 나한테 이런 더러운 짓거리 하는 거 아빠 아시면 너 끝이야.”
“풉, 키킼킼킼. 야. 내가 널 몰라? 너 말 못하잖아. 엄마, 아빠 행복 깨는 것 같아서 무섭지? 너보다 내가 더 사랑받으니까 혹시나 네가 버려질까봐 말 못하잖아 너. 키키킼 넌 평생 이렇게 살아야 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더러운 새끼.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어떤 말을 가장 많이 외칠까. 그 말이 그 사람이 원하는 가장 큰 욕망이 아닐까. 난 그 욕구를 실현시키고자 했다. 악마를 인간으로 형상화하고 가시를 목소리로 청각화한다면 그건 너 일거야 윤형아.
#3
윤형이는 어려서부터 심장이 약했다. 그래서 늘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게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던 탓일까. 아이가 나쁜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된 것 같았다. 성범죄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이라던데. 설마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우리 윤형이가 나한테. 우리 윤형이가. 윤형이 그 새끼가. 그 더러운 애새끼가. 어려서부터 아프단 이유로 나한테서 부모님도 뺏어갔던 녀석이다. 언젠가 일 한 번 크게 터트릴 줄 알았어, 내가. 그래도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심장이 약하니까. 언제 죽어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22살짜리 남자애.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애. 내가 그 애한테 약 말고 다른 걸 줬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어. 윤형아, 이 세상이 무조건 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4
“아이고 윤형아. 아이고, 우리 아들.”
“나도 따라죽어야지. 엄마가 따라갈게 우리 아들.”
하여튼 말끝마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나는 그냥 이름으로 부르면서. 아빠는 몰라도 적어도 엄마한테는 윤형이가 나한테 한 짓들을 다 알려주려고 했다. 어차피 이제 죽은 애니까. 근데 엄마가 그렇게 슬퍼하며 내가 말을 할 수가 없잖아. 이 세상에서 날 위로해 줄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 나 진짜 힘들었는데. 밤마다 울고 그 애 입을 찢고 눈을 찌르고 손을 다 부러뜨리고 싶은 거 엄마 아빠 때문에 몇 년을 참고 살았는데.
내가 잘못한 걸까. 어쨌거나 동족 살인이 가장 큰 죄악인걸까. 그런거니 윤형아? 난 우리가 이름이 두 글자나 같다는 것도 소름이 끼치는데. 난 지옥을 살았는데. 윤형아. 이 세상엔 널 닮은 사람이 꽤 많아. 그런 사람들을 내가 스치며 지나간다는 게 널 떠올리게 해. 이제 난 어떡하면 좋을까. 널 닮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도, 널 다시 살려내고 싶은 마음도 모두 굴뚝같은데. 그런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5
결정했다. 나는 그냥 내가 보관했던 그 애의 약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