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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석사께서 제가 10여 년 전에 모 언론사와 한 인터뷰 기사 – 제가 이 문제에 관해 쓴 논문은 <동아시아 서양의학을 만나다>(2007, 태학사)에 수록돼 있습니다 - 를 첨부하여 저를 ‘식민지 근대화론자’로 지목하고 ‘토착왜구’ 청산을 주장하기 전에 ‘셀프청산’하라고 한 글을 뒤늦게 봤습니다. 먼저 10년도 훨씬 넘은 인터뷰 기사를 찾아낼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진중권 석사께서 왜 느닷없이 ‘자칭 역사학자’라며 저의 학문 활동을 폄하하고 ‘셀프청산’을 요구하셨는지는 모르나, 영광스럽게도 저명인사께서 직접 가르침을 주셨으니 약간의 ‘지식’이라도 보태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역사학계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립하는 이론은 ‘내재적 발전론’입니다. 그 이론적 정합성에 대해서는 현재에도 논쟁이 진행 중이고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진중권 석사께서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개요만 알려드리면 이렇습니다. “조선 후기와 개항기에 걸쳐 한국 사회에서도 근대화 과정이 진행되었으며, 그 발전의 성과들이 축적되었다. 일본 제국주의는 이 발전과정을 왜곡 좌절시켰고, 그 발전의 성과들을 탈취했다.”
진중권 석사께서 첨부하신 인터뷰 기사의 ‘대한의원’은 대한제국 정부가 설립한 근대적 병원인 광제원, 의학교 부속병원, 적십자병원을 통합한 것입니다. 이를 통감부의 일방적 시혜로 보는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이고, 통감부가 대한제국이 이룬 의료개혁의 성과를 탈취했다고 보는 것이 ‘내재적 발전론’입니다.
진중권 석사의 진단과 달리 저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관점에서 대한의원을 본 게 아니라 ‘내재적 발전론’의 관점에서 봤습니다. 오히려 진중권 석사께서 저를 '식민지 근대화론자'로 규정하는 근거로 삼은 견해가 '식민지 근대화론'인 거죠. 물론 석사님의 높은 식견에도 불구하고 저를 '식민지 근대화론자'로 지목한 것은 '사소한 실수'라고 봅니다. 다만 혹시라도 향후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강의할 일이 있으면, 제가 아까운 시간 할애해 보답한 보람이 있도록 한국 역사학계에는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진중권 석사님이 ‘미학’ 분야에서 이룬 성취에 대해 감히 언급할 용기가 없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여러 차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조중동의 관심을 집중시킨 석사님의 비범하고 독창적인 발언들에 대해서도 감히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석사님께서 ‘한국사 분야’에 대해 과감히 발언하는 용감성을 보고 감탄과 경의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사 분야에 대해 용감한 지적 멈추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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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석사께서 혹시 석사라는 '공식 학위명'에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석사께서 제게 쓰신 '자칭 역사학자'가 '학위 사칭자'와 비슷한 뜻으로 통용된다는 점을 혜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wooyong.chun/posts/3654158321323097?notif_id=1585478408629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