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비정규직. 알바. 그게 뭔지 우리는 알고 있지요. 그런데, 법률 상으로는 그게 뭔지 명확히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습니다. 법률 용어가 아니라 사회적인 용어라서 그렇습니다.
법적으로 살펴보면요, 모든 근로자는 계약직입니다. 우리는 모두 근로계약에 따라 일을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 법은 근로자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법은 기간제 근로자, 파견직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그리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는 말로 근로자를 구분합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우리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뭐가 다를다고 생각할까요?
처음 입사할 떄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호봉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를 우리는 "정규직"이라고 하는 것 같죠? 맞습니까?
그에 반해, 처음 입사할 떄는 기간제 근로자 또는 파견직 근로자로 근무하다,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호봉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근로자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까?
그런데 그건 우리들이 하는 얘기고, 그러나 법과 법원의 눈으로 살펴보면, 이런 구분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우리 법은 같은 부서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는 경우, 합리적인 이유 없이 파견직 근로자와 다른 근로자, 기간제 근로자와 다른 근로자 사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파견법, 기간제법 참고)
이에 더 나아가서 법원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의 차별 역시 금지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기계약직이라면, 임금이나 복지, 수준에 있어서 정규직과 차등을 둘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간제법 제8조 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보다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이 조항을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 처우 금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규정 취지나 공평의 관념에 반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정규직 근로자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
(올 초에 대전 MBC와 관련해서 다시 한번 그런 판결이 났는데, 제가 판례번호를 모르겠습니다. 무기계약직, 대전 MBC로 검색해보시면 신문기사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처음 입사할 떄의 신분이 무엇인지를 제외하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굳이 구분할 실익은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법원은 파견법과 기간제법에 의해 전환된 무기계약직은 곧 정규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특별히 처음 입사할 때의 신분이 기간제 근로자거나 파견직 근로자인 경우에는, 승진에서 배제한다는 식의 규정이 회사에 존재한다면, 이 규정은 무효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경력에 따른 차별이나 직종에 따른 차별은 다른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