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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철역에서 있었던 설레는 썰...
게시물ID : humorbest_15028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ughJackman
추천 : 51
조회수 : 12437회
댓글수 : 3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0/04 16:53:57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0/04 09:31:57
20 중반 오유징어임다

추석이지만 일 때문에 친정 내려가진 못하구... 야간근무 끝나고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어여

집에 가려면 지하철을 타구 전철로 환승하고 가야 하거등요

전철은 배차 시간이 길어서, 전철역 벤치에 앉아서 귀엔 이어폰을 꽂고 뭉친 다리를 풀어주느라 다리를 쉼없이 풀고 있는 꼴사나운 모냥새였습니다

근데 이어폰 음악 사이로 뭔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는 거에여

그것은 다름아닌 벤치 바로 옆자리의 여성분께서 저를 부르는 소리...!

설마 이 곰탱이 같은 모습의 저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 거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기에 “예, 에 에??” 이러며 이어폰을 황급히 뺐어여

나이는 솔직히 가늠하기가 어려웠는데, 한고은 씨 느낌이 나는, 굉장히 차분한 목소리의 여성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이 지하철을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자신이 이곳에 10년만에 오는 거라 지리를 하나도 몰라서 제대로 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여길 이렇게 이렇게 가면 시간 안에 도착할 것이다 라고 말해주고 이 정도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얘기가 계속 이어져요...

10년 만에 오는 곳이라 너무 바껴서 신기하시대요...

저도 여기 처음 왔을 때랑 비교해보면 천지개벽 수준이라고 하니

언제 여기 이사오셨냐고...

자연스레 나이가 밝혀지고요...

외국인들도 굉장히 많이 보인다시길래 저 일하는 곳에도 외국인이 굉장히 많이 온다고 하니 어디서 일하시냐고 물으시고...

자연스레 직종과 위치가 밝혀지네요...

말주변이 워낙 없는 편인데 다음 배차 시간까지는 한참 남았고 여자분은 심심해보이시고...

대화 자연스레 이어나가려고 무진장 애썼습니다 흑흑

그렇게 장장 25분을 얘기하다 마침내 도착한 열차...!

자연스레 같은 라인 의자에 앉긴 했지만 그 안에선 별다른 대화가 없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분이 환승역에서 내리시며 “감사합니다!” 하며 환하게 웃으셨는데,

그분이 간과한 게 있다면 바로...

“아 저도 여기서 내려요...”

1초간의 뻘쭘함을 뒤로 하고 어차피 집 가는 방향이랑 같은 방향이니 데려다 드리고자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환승존까지 도착했고, 저는 이제 다른 방향으로 빠져야 하는데 그분은 버스 시간이 굉장히 촉박해서인지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르게 걸어가셨습니다

좀 멀리 걸어가시고 나서야 뒤를 두리번거리셨는데, 이미 그 위치에선 제가 있는 곳이 안 보이는 곳이었죠

아쉽게 인사는 못 드렸지만, 나름 설레는 전철역의 기억이 될 것 같네요!







 

참, 그리고 저는 남자 좋아해요^^
 
출처 아이 마이 미 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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