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아주 아주 무거운 나의 이야기
게시물ID : gomin_17834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취한소년
추천 : 3
조회수 : 76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0/09/07 03:27:39
다시, 서울로 돌아갑니다.
고작 이 한마디를 쓴 것 뿐인데도 
많은 기분들이 휘몰아칩니다. 
긴장. 흥분. 떨림. 불안. 초조. 걱정. 기쁨. 설레임. 
이 모든걸 담은 기분이 어떤 단어로 단정 지을 수 있는지 
무식한머리로 떠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걸 외면하기 위해 
스스로 단조로운 세상에 들어갔는데,
이제는 모든걸 다시느끼기 위해 애증의도시로 들어가네요.

좀 많이 떨립니다.
지금의 정적이 싫지는 않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곳에 절 던져놓고 싶습니다.

더 바빠지고, 더 혼란스럽고, 더 직접적이며, 더 힘들겠죠.
이미 수없이 망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삶을 지휘할 수 있음에 기쁘며, 
다시 시작할 수 있음에 세상이 고맙기도 하고
다시 무너질까봐,
실패의 그아픔을 알기에 무섭기도 합니다.

아직도 너무나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무너져가고 있던 나의 삶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겠다고 
허우적거렸던 처절한 나의 모든 도전들.
살풋 보이는 기회들은 나를 더욱 절박하게 만들었고, 
그 기회들이 나를 철저히 외면할 때,
제 정신은 모든 걸 놓아버렸습니다.

하루하루 절규하며 절망을 받아들였고,
놔버린 정신줄은 생존본능만 남아
누군가 다가오기만 해도 경계태세를 갖추던 불안장애.
항시 긴장 중이라 3일동안
단 1시간 30분만을 잠들게 하던 
지독한 수면장애.
하루에 두번씩은 꼭 쑤시던 공황장애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하여
매일마다 절망하는 우울장애.

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건 여자친구 였습니다.
그친구가 있으면 
불안도 우울도 불면증도 공황도 오지 않았었거든요
하지만 자릴비우면 곧바로 돌아오던 병들이었습니다.

누가봐도 이해못할 삶이었고 
말미엔 내가 날 해칠까봐 겁나, 
혼자 있음에도 지나친 항진증세로 
손가락 끝마디까지 땀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심각함을 인지하고 검사와 약물치료를 이어갔으나
결국 나의 세계는 무너졌고
모든걸 포기하곤 하염없이 서있던 삶의 끝자락에서, 
내 모든시간들이 비극이라고 느껴질때가 있었습니다.

모든걸 내려놓으니 그저 쉬고싶었습니다.
삶자체를요.
짧게 하고싶었던 것들을 떠올렸습니다.
어차피 모든걸 잃었고
삶의 끝에 서있는데,
잠시 앉아보면 어떨까.
잠시 누워있을게.
맛있는것도 먹고.
저기 가보고싶었는데.
정신이 경계하던말던
부모님 얼굴 좀 보고
친구앞에서 공황발작으로 심장부여잡고 과호흡도 해보고
하고싶었던 게임 원없이 해보고
혼자가는 여행. 출장이 아닌 여행.
바닥난 체력이 아쉬워지니
뇌가 타버릴만큼 빡세게 언덕뛰기나 등산을 게속해보고.
나쁘지 않더라구요.
사실 좀 후련했던 것 같습니다.

슬슬 몸에 생기가 돌면서 약을 줄이다 아예 끊었습니다.
약을 안먹은지는 4개월이 지난듯 하네요.
불안을 잠시 덮어주고
덮을수 없던 우울을 잠깐 재워주는 약들대신, 
활력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삶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걸음 한걸음 돌아가고 있습니다.

분명히 겁도나고, 이전에 일들이 트라우마로 남아있겠죠. 
피하고 싶을거고, 근데 뭐 어떻겠습니까. 
지금 난 아직 살아있고 날 죽이지 못한 그 뿐인 일들인데. 
혹여나 다시 힘들어 삶의 끝자락에 서있을때엔,
 그냥 그때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전처럼 멍하니 서있기엔
다시 일하고 싶고 즐기고싶은게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들떠있는 자신이 어색하네요. 
조증이 아닌가 간김에 검사도 받아봐야 겠습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나만의 이야기.
누군가에겐 말하고 싶었습니다. 많이 후련하네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