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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작-
고2였던 나는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커플링보다 디아블로의 조던링이 중요했고, 동네 여자보다 네덜란드에서 뛰는 박지성, 이영표에게 열광을 했다.
그런 나의 친구였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명)가 연애를 했다.
던전에서 나의 네크로맨서와 함께 싸우던 바바리안 주제에 연애를 한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 날도 즐라탄 없이 혼자 심심하게 디아블로를 하던 중, 전화가 왔다.
즐라탄: XX역 올래? 지금 여자친구랑 있는데, 여친 친구도 오고 싶대서 나도 아무나 부르는 중임.
나: 오키!
난 그 순간까지도 여자를 만난다는 것보다 노래방을 가는 것이 더 신날 정도로 찌질이었다.
그래서 옷도 대충 아무거나 주워입고 쓰레빠를 끌며 나갔다.
즐라탄: 어 왔네. 너 왜그러고 왔냐. 어디서 폐지 줍다 왔어?
나: ㄴㄴ 꾸민 거임.
장슬기(가명): 락싸야 안녕~
라탄이의 여자친구. 우리보다 1살 많은 누나. 왜 라탄이와 사귀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예쁘다.
그런데...
장슬기: 여긴 내 친구 이민아(가명)야.
난 그 때 처음으로 여자 때문에 설레 보았다. 너무 예뻤다. 그리고 섹시했는데 막 귀엽기도 하고 막 장난 아니었다.
막 아오 씨 쓰다보니 빡치네. 잘 지내니? 난 요즘 그냥 그렇게 살어. 예전보단 살만한데 맘이 그렇.... ㅈㅅ
이거 2007년에 유행한 랩인데... 아무도 모를 듯.
민아 누나는 예쁜 게 다가 아니었다. 노래도 굉장히 잘했다.
마치 가수가 노래하는 것을 듣는 기분이었다.
내 친구 라탄이는 역시 찐따 출신답게 임재범의 고해를 불러 분위기를 조져놨다.
내가 해결해야지 어쩌겠는가...
"떠나는 크대여!!! 훌지 말아요 슬퍼 말아여어어어 내가 단념하께여!!! 마음 편!히 가쉬! 토오오오로오오오옥!!!
내 싸랑 크대까아아아아아악!!!!!!!!!!!! 아우 힘들어!!!"
분위기를 더 조져버렸다.
그 다음은 민아누나가 나에게로의 초대란 노래를 불렀는데, 난 핸드폰에 녹음 기능을 켰다.
그냥... '너무 잘부르시니깐, 집에서도 듣고 싶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에 개념 없는 행동을 했다.
"신비로운 너의 모스으으읍~~~ 어?..."
갑자기 노래를 부르던 민아누나가 나에게 달려와 내 핸드폰을 낚아챘다.
"너 왜 허락도 없이 녹음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지옥으로 초대 받은 기분이었다.
"아~~ 이새끼 잘 못 눌렀네. 그치?"
라탄이가 수습해주려 했지만 난 "어버버..." 거릴 뿐이었다.
민아누나는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점원분들처럼 내 앞에 앉아서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잘 못 누른거야? 눈 보고 말해봐."
"아... 아뇨. 그냥 누나 노래 너무 잘 부르셔서... 집에서도 듣고 싶어서..."
노래방에 정적이 가득 찬 채, '나에게로의 초대' 반주만 들렸다.
다행히 노래를 잘 부른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누나가 "그래도 녹음은 하지마. 알았지?"라고 해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라탄: 아 미친X아 너 때문에 분위기 조질 뻔했잖아. 내가 분위기 띄울 테니깐 너도 신나는 거 하나 해.
"그대를 따라서어어어어 이 세상 떠나가려해애애애애~~~"
라탄이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선택한 곳은 야다의 진혼이었다.
당시 나와 라탄이는 세상에 가수가 얀, 이브, 야다만 있는 줄 알았기에...
분위기는 초상집이 되었고, 그 후 노래방을 나와 아이스베리에 가서 빙수를 먹었지만 무슨 대화를 했는 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맨붕이 온 상황이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한참을 자책하다가 부모님이 주무시길래 컴퓨터를 키고 버디버디에 들어갔는데, 라탄이가 쪽지를 보냈다.
KINㄹrㅌrㄴ: 야. 대박이다.
Rockㅅㅅr: 왜?
KINㄹrㅌrㄴ: 민아 누나가 너랑 친해지고 싶대.
뭐지..? 애완용 이구아나를 기르듯 취향이 특이한 사람인가?
난 민아 누나의 버디버디 아이디를 받았다.
아이디는 'Minㅇr™' 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