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 어른들에게 나는 잘하는 편이었다. 웬만하면 예의를 지키고, 좋아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애교도 떨고, 예의에서 벗어나는 (내 기준) 행동은 하지 않으려 했다. (열받는 순간 제외)
직장에 들어가서는 일로 꼬투리 잡히거나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제 1년도 안된 신입이 잘해봐야 얼마나 잘하겠느냐마는.. 그런데 예쁨 받은 신규들은 따로 있었다. 나는 책임감 있다는 인정은 받았어도, 예쁨 받지는 못했다. 아마 우두머리 성질이나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내 성향이 조직생활에는 안맞아서 그런 영향이 컸을 것이다. 예쁨 받는 신규들은 잘 웃고, 술자리에서 센스 있게 맞춰드리고, 부당하게 혼나도 부드럽게 넘어갈 줄 알았다. 물론 지 속이 속이었겠냐마는..
직장인은 첫째로 일을 먼저 잘해야한다는 주변의 조언이 틀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이지만 첫째 아들같은 (애교는 나를 좋아하고 이뻐하는 사람에게만 나오는) 내 성격은 보수적인 집단에서 예쁨받지 못했다. 난 욕심도 많아서 일도 잘하고 예쁨 받고 싶었다. 그 방법이 업무 잘하기인 줄 알았지만 이게 웬걸...? 나보다 늦게 들어온 신입(하지만 다른 곳에서 경력이 있었던) 그 신입은 누구나 다가가기 편한 타입이었다. 나도 그 친구가 좋았다. 그러나 내가 받지 못했던 예쁨을 내 옛날팀에서 받고, 심지어 그 옛날팀은 내 바로 옆팀이고 ㅋ 난 그걸 다 옆에서 보며 생활할 수 밖에 없고.
그 친구는 현재 사무실 내에 직원들이 편하고 귀엽게 여기는 직원이다. 욕심 많은 나로서는 질투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었다. 그 친구가 좋았디만 상황은 짜증나는 그런 상황은 여러분들도 공감할런지 ㅎㅎ
그런데, 그 친구 행동을 가만히 보니 나는 그렇게 못하겠더라. 내 생각 뚜렷하고 그걸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성격 확실한 내 입장에서는 다 웃어주고, 맞춰주고, 수시로 눈치보며 행동하는 게 피곤했다. 애초에 나에게 맞지 않는 조직생활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것도 또 다른 꿈을 위한 중간 다리이긴 했다. 중간다리이긴 해도 난 일도 확실히 잘하고 예쁨도 받고 싶었다. 확실히 욕심이 많다.
남이 안보는 순간에도 꼼꼼히 일을 처리하고 환경도 깔끔하게 유지하려는 나보다 잘 웃어주고, 농담 잘하는 그 친구가 더 인정받더라. 직장생활에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내가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중간만 하고 그냥 나머지 시간에 자기계발이나 하자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나한테 그랬는데. 내가 속한 집단은 업무90 인간관계 10이 아니라 업무 60, 인간관계 40 이라고. 난 그동안 이게 인생 날로 먹는다고 생각했다. 이게 통하는 집단에 (뭐, 대부분 통하겠지) 내가 있을 필요가 있나. 애초에 내가 추구하던 거였나.
나는 윗사람 말 예, 예, 대답하고 듣는 것보다 욕을 먹더라도 내가 먹고 내가 책임지는 것이 확실한 전문분야가 더 맞는 것 같다. 애초에 내가 원한 직업도 이쪽 분야였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내가 점점 직원들 눈치를 안보기 시작했다는 것ㅎ 그래~ 난 나대로 살련다. 피해만 안주면 되잖아. 피해 안 줄 정도의 노력만 하고 ㅎㅎ
이쁨 받으려고 노력했는데 (내 딴엔) 실제로 그것은 나를 갉아먹는 일이었다. 사랑받는 사람이 반드시 될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