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째 병원에 갈 때마다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저의 지난글 보기에서 볼 수 있으요)
제가 글을 잘 쓰는건 아니지만 읽기 편하게 쓰는 재주는 있어서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건강 환우들의 병원 진입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고자 하는 목적으로 씁니당
이미 치료중인 분들이 본다면 공감을 얻고 힘을 더 내셨으면 좋겠구요!
혹시 병원을 갈까말까 망설이며 고통속에 살아가는 분들이 보신다면..
감기로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듯이 똑같은 병원이니 안심하라고 용기 주고 싶습니다
1. 병원에 가게 된 계기
벌써 한달 좀 안되었네요 3월 중순~말쯤에 2주 넘게 불면증으로 고생했습니다
백수+코로나 콤보로 딱히 생활에 지장이 없어서 버티고 버티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결심
예약제 병원에 전화해보니 제일 빠른 예약이 4월이었고.. 예약제가 아닌 곳으로 갔어요
밤에 2~3시간, 낮에 2시간 이런식으로 하루 4~5시간을 나눠 자는 생활이 2주 넘게 반복되니
어느 순간 내가 밥을 뭐 먹었지? 아까 무슨 옷을 입었지? 하면서 기억이 안남..
짜증도 많아지고 여튼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가야만해 하고 간거였죠
물론 가기 전부터 이건 단순 불면증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병에서 온거같다라는 마음은 있었어요
2. 초진
처음 왔다고 하니 무슨 검사를 받아야된다고 하십니다
보통 정신과는 짧아도 1인당 10분 이상 진료를 보니까 접수하고 잠깐 어디 갔다오거나 하는 분들이 많은데
초진은 가지말고 있으라고 붙잡아둡니당
무슨 검사실이라고 써있는 작은 방에 가니 펜들과 휴지곽이 보여요
간호사님이 주신 설문지 같은 검사지의 문항을 보니 휴지곽이 왜 있는지 이해가 됩니다
대강 기억나는건 우울, 사회생활(타인과의 관계?), 강박, 자살욕구 등등에 대한게 앞뒤로 4장 정도 있던거 같아요
검사지 작성 끝나면 왕큰빨래집게 손목 발목에 꽂고 5분간 자지말고 움직이지 말라고 합니다
이건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심장반응이랑 스트레스 등등 신체를 검사하는 거였음
병원마다 검사가 다를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구용
저거 두개 끝나고 대기하니까 제 차례가 되어서 진료 받았습니다
저는 계속 제가 남들에게 못되게 굴었던게 생각나고 후회되고 그랬어요(다 잊어버릴만한 사소한 일들..)
교감, 부교감 신경 비율이 안맞았고 스트레스랑 우울지수도 높았음
특히 우울감이 우울증 환자 집단 평균보다 높고 일반인에 비해 4배정도 되는 점수를 획득했다고 하더라고요
와! 1등급!
3. 약 처방
처방전은 따로 안받아서 저는 제가 먹는 약 이름도 모르네용
대강 효과는 설명해줘서 알지만..ㅋㅋ
처방전이 없는 이유는 병원에서 직접 관리해야하는 약이라서 수납하면서 약을 같이 받아요
그리고 처음부터 많이 주시지도 않습니다
위 보호하는 약까지 아침3알, 저녁3알 취침전 1알 이렇게 있고요
의사 처방대로 약 복용하면 됩니다
절대 임의로 줄이거나 안먹거나 하지마시고!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좋아요ㅎㅎ
아무튼 저는 의사가 인정한 우울증 환우가 되어 약 처방도 받고 상담도 하고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이런 질병들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되는데요
혹시 기록 남을까봐 비보험으로 비싸게 진료받는 분들도 많고요
그 마음 모르는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한번 사는 인생 사람답게 사는 게 중요하잖아요?
취업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대다수일텐데 좋은 직장 가져봤자 내 건강이 안좋으면 어차피 퇴사하게 됩니다
모든 병이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으니 고민하는 분들 계시면 꼭 검사 받아보시길 권장드려요!
그리고 궁금하신 사항 물어보시면 제가 경험하거나 알고 있는 선에서 답변드릴게요
우울증을 병원 안가고 치료하는 법은? 이런건 물어봐도 제가 의사가 아니라 환자기때문에 저도 몰라요ㅠ.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요
혹시나 주위에 우울증을 앓는 지인이나 가족이 있다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세요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