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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는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서 기행이 점점 심각해졌어요.
칼로 내시를 죽이고 머리를 부인인 혜경궁 홍씨에게 가져다주기도 했고요.
심적 고통으로 옷을 찢는 행위는 다반사고 억울한 감정이 올라오면 분을 참지 못하고 무겁거나 날카로운 물건을 던져 궁녀들을 죽이기도 했어요.
또 궁을 마음대로 나가 기생집에서 종일 술에 빠져 놀다가 자고 오거나, 심지어 아버지 영조의 나인을 건드려서 임신을 시키기도 했지요.
기록에는 사도세자에게 약간의 정신병이 있었는데 과도한 스트레스와 애정 결핍으로 인해서였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도세자의 심정을 보여주는 사료가 남아 있어요.
영조: 왜 동물을 죽였느냐?
사도세자: 소자는 상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영조: 어째서 상처를 받았느냐?
사도세자: 아바마마께서 사랑해주시지 않아서고, 또 아바마마께서 늘 저를 꾸짖으시니 소자는 아바마마가 무섭사옵니다.
아들은 너무나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자기와는 기질이 전혀 다른 아들이 늘 못마땅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져서 아들이 가진 많은 장점을 보려고 하지 않았지요.
만약 영조가 조선 초기 성군인 세종이 보였던 이상적인 부모의 양육 태도인 ‘권위 있는 부모’라면 어땠을까요.
권위 있는 부모 유형은 자녀에게 애정적이면서도 적절한 통제를 해요.
자녀의 감정, 생각을 잘 이해하면서 온화한 태도로 대화를 하면서도 동시에 그릇된 행동에 대해서는 성숙한 행동을 하도록 단호하게 요구하며 통제하죠.
또한 그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도록 노력하는 태도를 보이고요.
이런 부모에게서 자란 자녀는 자기조절능력과 인내심을 갖고 일을 수행하며 사회적 책임감이 강하고 도덕적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이며 높은 자존감을 갖게 돼요.
자녀는 부모에게 협조적이면서도 매우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사도세자의 불행은 아버지의 성격 기저에 깔린 열등감으로 인한 권위주의적 양육 태도가 자신과는 매우 다른 아들의 기질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가치관을 강요하면서 비롯된 걸로 보입니다.
영조는 행차 때면 아들인 사도세자 대신 할아버지처럼 공부를 좋아하고 영특했던 손자(정조)를 데리고 다녔어요.
이는 사도세자가 없어져도 자신을 빼닮은 손자가 있으니 기행을 일삼는 아들에게서 아예 마음을 접은 행동으로 주변에 비춰질 수도 있었지요.
이런 모습을 보는 아들 사도세자의 마음은 매우 복잡했을 겁니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인 임오화변은 영조 38년인 1762년에 일어났어요. 영조는 나경언이 사도세자의 행실에 대해 제기한 고변으로 세자의 여러 비리를 더욱 상세히 알게 되었지요.
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격동의 시간을 보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어요.
영의정과 우의정 등 신하들이 요즘 세자가 뉘우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영조는 남은 희망이 전혀 없다면서 결심을 내렸어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명령을 내렸고 아들은 따르지 않았어요.
영조는 사도세자를 폐위시키고 쌀 항아리인 뒤주에 가두었어요.
11세였던 정조가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할아버지에게 달려와 울부짖으며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무더운 여름철, 27세의 사도세자는 꼬박 8일을 뒤주에 갇혀 있다가 아사했어요.
지금까지 나온 여러 연구들은 임오화변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는데요.
어떤 연구는 노론을 지지한 영조와 소론에 가까웠던 사도세자 사이에서 노론이 세자를 이간질한 당파 싸움에 휘둘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인 사건이라고 했고요.
다른 연구에서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개인적인 갈등에 무게를 두는 해석도 있어요.
역사가들은 대체로 둘 다를 원인으로 꼽지만...
모든 불행의 씨앗은 아버지 영조가 천한 신분인 무수리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는 태생적으로 지닌 열등감과 이로 인한 강박증에서 시작되었어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신경증적 히스테리를 그대로 표출했고 그런 아버지에게서 자라며 심한 애정 결핍에 시달린 아들의 만성 불안과 공포심이 청소년기 후반에 이르러 아들의 타고난 무인적 기질과 맞물려 충돌하면서 갈등이 심화되었고요.
결국 두 사람은 갈등을 풀지 못한 채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