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10살이 되는 아들놈한테 가성비 좋다고 소문난 미밴드를 사줬는데
시계를 선물주다 보니 문득 내가 저만한 나이 때 겪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때는 초딩도 아닌 국딩 시절이었는데, 아빠가 일본 출장을 다녀오시며 카시오 전자시계를 사다주셨다.
지금 보면야 진짜 별것도 아닌 만원도 안하는(알람도 없고 불도 안켜지는 완전 기본) 시계였지만
그 당시엔 손목시계도, 전자시계도, 시계차는 국딩도 드물던 시절이라 나는 완전 신났었고
당연히 다음날 학교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차고 나갔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시계를 차고 있는 것을 본 담임은 하교때 돌려주겠다며 시계를 압수해 버렸다.
담임이 그걸 압수해 가는 이유를 뭐라고 했었는지는 기억도 안나지만...
무슨, 학교에 시계 차고 오면 안된다는 교칙이 있을리는 없을테고,
그당시 시계가 요즘같이 별거별거 다 돼서 수업시간에 시계에 정신팔릴 이유도 없었고,
굳이 봐주자면 아마 내가 가지고 있다가 분실해서 문제를 일으킬까봐? 뭐 이런거였을지도...
하여간 나는 달라는대로 줄수밖에 없었고, 수업이 끝나면 돌려줄줄 알았던 담임은 내 시계를 돌려주지 않았다.
나는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는 생각에, 왜 돌려주지 않는지 물어볼 생각도 못하고 집에 돌아가 끙끙 앓았고
다음날 아침 등교해서야 담임에게 내 시계를 돌려달라고 할수 있었다.
그러나 담임의 대답은...
왜 어제 수업 끝나고 받으러 오지 않았냐? 수업 끝나고 받으러 올줄 알고 시계를 교탁 위에 뒀는데,
시계가 없어졌길래 나는 니가 가져간줄 알았다. 라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씨도 안먹히는, 눈에 뻔히 보이는 구라지만, 그 당시 국딩이 뭘 알았겠는가...
그렇게 나는 내 인생 첫 손목시계를 어른에게 강탈당했고,
시계가 없다는 것을 눈치챈 부모님이 물어보시자
선물받은 시계를 하루만에 잃어버려 혼날것이 무서워서 어쩔줄 모르다
결국 어떤 경위로 그것이 더이상 나에게 없는지 말씀을 드렸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내 예상과 달리 부모님은 시계를 잃어버린 나를 조금도 혼내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하긴 뭐 그때는 촌지를 주고 받는걸 딱히 죄스러워 하지 않던 그런 시절이기도 했으니
그냥 담임한테 시계 하나 선물한 셈 치자고 생각하신 것이었을지도...
요즘 같으면 귀한 내새끼 시계를 담임이 뺏아갔다고 하면 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도 하겠고,
요즘 애들은 나때처럼 어리버리 하지 않으니 애시당초 뺏기지 않던가, 당일 제대로 받아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