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면,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세안을 하며 거울 속의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나이든 모습을 상상을 해보지만,
외모가 어떻게 변해갈지 전혀 상상은 안되지만, 외로움과 슬품은 상상이되네요.
제나이 9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매일같이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는데요.
아마도 아버지 돌아가신지 3년이 지났을 무렵의 겨울밤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머1번지 또는 웃으면 복이와요를 시청하던 중에 코메디언의 대사와 행동이
웃겨서 식구들이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그때, 저희 어머니는 이렇게 재밌는 것도 못보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불쌍하다면서
크게 우셨습니다. 웃음소리 사이에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뚫고
집박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 누나들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침묵 해야만 했습니다.
그날따라 눈치없이 코메디프로그램은 웃겨서
웃음도 참아야 하고, 반면에 눈물도 나오고 약 11살 나이에
오묘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주말에 아이와 함께 노는데 내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말과 같이
제 아이가 너무 예쁩니다.
아이의 옆모습을 보며, 우리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예뻐해줬을까...
지금도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라지만,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아가며
자랄텐데...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9살이후 아빠라는 말을 소리내 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통해, 아빠야~~아빠한테 와봐~~아빠는 이렇게 생각해~~
아니아니 아빠를 보세요!!
낮설던 아빠라는 단어를 이제는 마음껏 그리고 원없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편, 저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와이프와 아이에게는 이런 상처는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건강하면 1분 또는 1년 또는 10년을 더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전으로 부정맥이 있습니다.
이정도 부정맥은 평생 달고 살 정도로 관리만 잘해주면 아무 문제 없을정도라고 합니다.
평일에, 회사에 갔다와서 설거지하고, 아이와 놀고, 5세 여아지만 목욕도 함께하고
양치질 시켜주고 하면 밤 11시에나 개인의 시간을 보낼때가 많습니다.
와이프는 자기혼자 독박육아한다면서 주말만큼은 집안일과 아이와 더 많이 놀시간을
저에게 부담하는 것이 짜증스럽고 서운하여 그냥 약을 안먹고
객사해버릴까 이런 생각도 여러번 해봤습니다.
하지만, 앞서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들이 무너지면 안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종종하곤 합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와이프는 아이를 유치원 보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에 대한 육아 정보 검색과 아이 옷, 아이 신발 등
온통 아이에 대한 것을 하루종일 핸드폰 보며 검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아이는 유치원 가기위해 2시간 넘게 사람 피를 말리는 스타일 입니다.
매일 같이, 와이프는 아침에 지옥을 다녀옵니다.
단 한번이라도 아이가 편히 다녀온다면 바랄게 없을텐데...
예를 들면, 놀이터에서 엄마들이 모여서 자기애는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고
얘길 하는데 와이프는 아무 얘기를 안합니다.
그리고 얼마안되어 놀이터에 모인 엄마들이 " 미먹이 엄마 정말 힘들겠네요. "
이 한마디로 모든걸 대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와이프는 미대를 나왔지만 성격이 꼼꼼하고, 뭐하나 주제가 던져지면 소논문을 쓸정도로
풍부한 어휘력과 상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남이 서울대 물리학 학, 석, 박 모두 장학금을 받고 졸업하여
현 지방국립대 물릭학 교수인데
이런 처남도 와이프와 논쟁이 붙으면 남북 전쟁만큼 혈전을 치릅니다.
결국 와이프가 논리로 처남을 압살합니다.
이 남매는 한번 논쟁이 붙으면 약 4시간 이상 싸웁니다...ㅡㅡ
이런 와이프지만, 저희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과 가족에 대한 모성애가 거대하여
때론 밉지만 사랑스럽습니다.
삶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 괴로움과 슬픔 그리고 버거움을 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해봅니다.
사실, 와이프와 평생가는 것이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싶은 것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 혼자서는 도저히 살기 싫은 사람입니다.
주말에 짧은 시간동안 온갖 추억이 스쳐지나가고 울컥하는 마음과
모든걸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서로 부딪혔지만
함께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고 싶었지만, 공감하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