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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과 목 3화
게시물ID : readers_360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이오스
추천 : 1
조회수 : 2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1/08/06 09: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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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손이 덜덜 떨렸다. 보스의 본명은 극구 기밀사항, 암살단의 간부도 모르고 있었다. 끝까지 신원 비공개를 고집했던 보스는 암살단이 해산되었을 때도 체포되지 않고 도망친 걸로 알고 있었다. 뉴스도 암살단의 보스가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고 방송했고 설아조차 알지 못한 것이 보스의 본명이었다.

맥주와 큐브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바텐더가 잔과 접시를 설아와 리나 앞에 내려놓았다.

언니, 죄송합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가보겠습니다.”

?, 안 먹고?”

죄송합니다.”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경기특수범교도소를 검색해보았다. 법무부 홈페이지가 먼저 떴다. 홈페이지에 적힌 문의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문의시간이 아닙니다.

제기랄…” 해가 지고 있는데 전화를 받을 리 없었다. 그녀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술집과 도박장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녀석의 은신처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스마트폰으로 피스메이커즈를 검색해보았다. 이번에는 위키가 먼저 떴다. 그녀는 평소에 위키를 신뢰하지 않지만 그것을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피스메이커즈 : 음모론에서 언급되는 동아시아 계열 비밀결사단체]

 위키의 내용은 대한민국과 일본 등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이 피스메이커즈와 연관되어 있다는 음모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도 피스메이커즈의 정보보다는 음모론과 음모론을 소재로 한 만화, 영화, 소설 등을 소개했다. 스마트폰을 끈 뒤 한숨을 쉬었다.

 그 후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캣 콜링을 하는 허름한 차림의 남자들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집에 들어갔다. 인터넷으로 피스메이커즈를 검색했지만 음모론 이야기만 나오고 딱히 정보는 없었다. 짜증이 난 설아는 법무부 사이트에 면회신청을 남기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이 들 때까지 누웠다.

 차가 없었던 설아는 고속버스를 타고 경기특수범교도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보스와 연락이 닿아 빠르게 면회가 성사되었다. 면회를 하러 왔다고 하니 교도관 한 명이 나와서 안내 해주었다. 면회방에 들어가면서 교도관이 말했다.

대화 내용은 녹취된다는 거 아시죠?”

…”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알았다고 했다. 자리에 앉자 얼마 안 있어 보스와 교도관이 문을 열고 나왔다.

설아야…” 보스가 말했다. 순간적으로 보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 것 같았다. 설아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저씨, 잘 지내셨습니까?” 아저씨라는 단어 말고 딱히 보스를 부를 방법이 없었다. 지금 보스라고 불러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그가 암살단의 주동자라는 것을 최대한 숨기면서 피스메이커즈의 이야기를 꺼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냐?”

전화가 왔습니다.”

누구한테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그리마라고 소개했습니다.”

그 녀석한테 전화가 왔다고?”

누군지 아십니까?”

“…혹시 어디서 전화가 왔니.”

술집에서 갑자기…”

혹시 아성?”

 아성, 한국의 그림자, 양면의 지역. 사람들은 그 슬럼가를 그렇게 불렀다.

지역명은 잘 모르겠지만 그 술집도 아성 쪽에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구나…”

아저씨, 제 동생, 살아있습니까?”

?”

제 동생 설우요, 살아있나요?”

“…미안하다.”

왜 속이신 거죠?”

어쩔 수 없었어그 녀석들이 그 애를 너의 약점으로 이용할 게 무서웠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 애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너한텐 나았을거다. 나도 그 애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지 몰라.”

그 녀석들이 제 동생을 데리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이었을 줄이야…”

더 이상은 말해줄 수 없다. 설아야, 내 눈을 바라봐줄래?” 설아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설아 많이 컸구나. 조그마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설아는 보스의 눈을 보자 알 수 있었다.

.............’ 보스는 설아에 대한 잡담을 늘어놨지만 눈을 규칙적으로 깜빡였다. 그는 모스 부호로 설아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만 가 봐라…” 보스가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설아는 인사를 하고 교도소를 떠났다.

 강남으로 가는 길, 그는 아성그룹의 본사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쉽게 주소를 알 수 있었다.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아성그룹에 대해 검색하고 있는데 리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아야, 무슨 일 있어? 일도 그만두고…”

아닙니다. 집에 사정이 있어서.” 설아는 얼버무린 뒤 전화를 끊었다.

 아성그룹. 유명하진 않지만 확실히 대기업에 속하는 복합기업이었다. 회장의 이름은 이기수, 76세의 여성이었다. 흑의 난 이전부터 설립되어 체계적인 경영과 독특한 마케팅으로 단숨에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 백과에도 다른 대기업 회장들의 프로필은 다여섯 페이지는 거뜬히 나오는데 반해 이기주의 프로필은 한 장도 채우지 못했다. 설아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사원증을 위조해 품 속에 숨겼다.

 버스정류장에 내린 후 15분쯤 걸었을까, 아성그룹의 본사가 보였다. 거울의 모습을 한 매직미러로 촘촘히 세워진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었다. 주변으로 도로와 도서관이 보였다. 이런 곳에 비밀이 있을 거라고 짐작가지 않았다.

 건물 입구엔 다행히 경비가 없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 로비로 들어섰다. 로비에 서있는 안내원의 눈을 피한 채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 지하가 없어?’

 엘리베이터 버튼 중에 지하가 없었다. 1층부터 7층 까지만 있었다. 설아는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설아는 당황했지만 이내 수긍했다. 누구든 비밀장소를 그렇게 쉽게 내주진 않으리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로비를 살펴보았다. 누군가가 말을 걸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여자화장실로 들어왔다.

 암살단에 있었을 때 배운 것이 있었다. 패닉 룸도 방이기 때문에 환풍구가 필요하다. 환풍구의 구조를 익히면 패닉룸이 어디 있는 지 알아낼 수 있었다. 여자화장실 벽에 있는 환풍구가 눈에 띄었다. 청소용구함을 열자 수리중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설아는 표지판을 여자화장실 문 앞에 몰래 놓았다.

 갖고 있던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환풍구의 창살을 떼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좁은 환풍구를 기어다니면서 기억을 되짚었다. 환풍구는 미로처럼 퍼져있었지만 로비를 둘러본 설아는 환풍구가 어색항 방향으로 뚫려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 곳으로 기어들어갔다. 조금 비좁았지만 패닉룸이 있어서 그런지 꽤 움직일 만했다. 패닉룸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보안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환풍구를 비상구로 활용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이 이동하기 쉽게 제작되었다고 추측했다. 어느 정도 환풍구를 따라 가니 환풍구 구멍이 아래로 깊게 뚫려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구멍의 벽에 힘을 줘가며 환풍구 아래로 내려왔다. 환풍구 밑은 꽤 큰 터널이었다. 바닥과 벽이 시멘트로 되어있었다. 푸른 빛이 도는 전등에 인위적인 냉방이 느껴졌다. 앞으로 점점 걷다보니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따당

하프!”

 터널 앞으로 작은 환풍구 구멍이 있었다. 설아는 그 밑을 엿보았다. 새하얀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둘 여자 둘이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빗은 거대한 체구의 남성. 마른 체형의 금발 남성. 긴 장발을 가진 글래머러스한 여성 그리고 앳된 얼굴을 가진 단발 머리의 키가 작은 여성이었다. 그들은 고급스럽게 꾸며진 호텔 느낌의 방에서 포커를 치고 있었다.

이봐요, 거기 누구에요?” 설아가 뒤를 돌아보니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출처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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