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담임의 행동을 정리해 보면, 그의 목표는 오직 교사로서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1년 동안의 무사안일이 필요했고, 그래서 임형우를 통해 최기표에게 적절히 당근을 던져주며 관리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바타인 임형우가 테러를 당하게 되자 담임은 전략을 완전히 수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한, 담임의 본성이 비로소 폭로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페이지에서 이유대는 임형우의 집 전화번호를 알면서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시치미를 뗍니다.
그리고 네 번째 페이지의 담임의 대사를 들어보면, 그가 컨닝 사건의 배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유대는 최기표를 미워하는 담임에게 분노합니다.
이처럼 임형우가 담임의 입장을 대변하듯이, 이유대는 철저하게 최기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임형우는 학교 전체의 영웅이 됩니다. 왜냐하면 학교 밖으로 알려질 수도 있었던 큰 사건을, 자기 한 사람을 희생시켜 '덮었기' 때문입니다. 즉, '무사안일'이라는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 복무했기 때문입니다.
일곱 번째 페이지를 보면 담임은 이틀 동안 오로지 최기표의 집을 찾아 헤맵니다.
소설 초반에 잠시 언급되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가정방문을 당한 학생은 담임에게 힘을 쓰지 못합니다.
담임은 결국 최기표의 집을 찾아내게 되는데, 이것이 이야기의 분기점이 됩니다.
이렇게 다시 학교에 나타난 기표의 약해진 모습에 이유대는 심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의 섬뜩한 시선을 확인하고는 안심합니다.
이처럼 이 소설 속의 두 지식인(이유대와 임형우)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철저하게 지배하는 대신 권력을 나눠주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의 '담임선생님과 함께 남모르게 애써 온 그 숨은 이야기'에는 담임의 새로운 전략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