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상상해 봤다. 이재명이 다른 건 다 그대로인데 전두환을 찬양한다면... 그래도 우리는 이재명을 지지할 수 있을까...
그것보다 더 심해서 모든 정치인들이 전두환을 찬양하거나 최소한 이를 묵인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홍준표나 이준석이 전두환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한다면... 우리 중 상당수가 홍준표나 이준석을 지지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도 단지 '전두환 문제 뿐'이라거나 단순히 감정적이고 편협한 기준이는 이유로.. 우리는 이재명의 전두환 찬양을 묵인할
수 있을까.
오늘 19살과 홍준표, 이준석 지지 이유로 다투면서.... 그 당시에는 이 아이가 감정적이고 부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선동됐다고 믿
었지만... 조금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리고 게시판에서 2030을 일베에 물든 아이들로 단순히 치부하는 걸 보면서...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그 사람이 누구건 간에 전두환을 찬양한다는 것만으로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버린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요즘 아이들에게 메갈, 페미니즘 이런 것들을 지지 또는 묵인한다는 것만으로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버릴
수도 있는 거다. 우리가 그 학살자를... 용서할 수 없듯이...그 아이들도 페미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언어폭력과 폭력적인
사상 강요를 용서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나는 부동산에 관심이 없어서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누군가는 부동산이 전두환이고, 부동산이 메갈일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린을 건드려버린 사람들을 절대 용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만약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페미니즘의 문제에 대해 고민이라도 해봤을까.
아니었을 거 같다. 그들 중 일부에게 여전히 페미니즘은 절대 선이고, 노동, 민주, 여성주의의 연합체인 우리나라 진보세력에게
페미니즘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가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유권자는 민주당을 심판했고, 그 결과 민주당 안에서도 페미니즘을 버려야할지도 모른다는, 최소한 이런 민심에 부응해야할지
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기고 있는 거다. 즉, 아이들이 보궐선거에서 오세훈을 찍은 건 현명했고, 성공했다는 거다.
최소한 자기들의 말을 듣게 만들었으니까..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 힘이 참패했다면 민주당은 절대로 2030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여
주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그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그리고 전략적
으로 현명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박근혜가 중복지 정책을 들고 나온 것도 정권 교체론이 너무 거세서였고,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로 옮기고, 무릎을 꿇은 것도 총선 참패
의 영향이었다. 그들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잘못한 일만 있었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마침 그때 그 부분에 있어서 더 잘못한 정당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무릎을 꿇었고, 민주당이 국민의 눈밖에 났을 때 그들은 용서 받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어떻게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근혜와 문재인 정권을 비교할 수 있는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과
저런 학살자, 사기꾼, 독재자의 멍청한 딸년을 같은 층위에 놓고 판단할 수 있는가..
하지만... 우리가 60,70년 고도성장과 80년대 3저호황에서 조금도 저들의 공적을 인정하고 싶지 않듯이... 저들도... 페미 옹호하고
나의 부동산 계획을 망쳐놓은 세력의 방역성공 경제지표의 상승 등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게다가 언론은 항상 저들 편이었고, 검찰도, 기업도 저들 편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이재명이 할 수 있는 건..
또 우리 지지자가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윤석열 같은 역대급 빌런은 아니잖아. 이명박근혜를 만들고, 학살자, 독재자의 뿌리를 가진
정당은 아니잖아라고 고개 빳빳이 들고, 한편만 드는 언론만 욕할 게 아니라... 무릎을 꿇는 게 아닐까...
적극적으로 페미와 전쟁을 해서라도... 부동산 정책을 뒤집어 엎더라도... 그 결과... 페미들이 이재명을 버리더라도... 싸우는 게 맞지
않을까.... 박근혜가 복지를 주장해서 박근혜를 버린 사람들보다... 박근혜를 찍은 사람이 더 많듯이... 차라리 민주당내.... 여성주의자
들이 캠프를 모두 떠나고, 모든 여성단체들이 다 이재명을 욕해도 그냥 사과하고 다르게 가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2030을 욕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실익이 없고, 독재찬양세력이 국민의 힘에 있더라도 최소한 대놓고 찬양하기는 어려
운 분위기가 됐듯이 여성주의 세력이 민주당내에 있더라도 최소한 대놓고 여성주의를 표방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그것이 2021년 현
재의 이데올로기인 것 같다.
국민의 힘 오른쪽에 가스통 할배들이 있듯이 민주당 왼쪽에 정의당과 녹색당 등을 두고, 민주당은 최소한 여성주의를 몰래 추구할 수
는 있어도 입도 뻥끗하지 말아야 하며... 최소한 그들은 당내 주류가 되어선 안된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 아젠다 세팅을 어떻게 하는가가 정말 중요한 거 같고.... 최소한 페미니즘에 있어서만큼은... 우리 지지자든 이재명이든 기존과 다르며...
홍준표 이준석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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