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새벽배송 1위 업체인 C의 배송기사입니다. 저 같은 경우 보통 하루 70곳 정도를 배송하고 어디에 얼마를 배송할지는 밤 9시 30분 정도에 전용 어플을 통해 확정됩니다.
배송기사는 이렇게 확정된 배송 계획에 따라 상품 박스에 배송 순서를 적어놓지요.
제일 먼저 배송할 곳은 1번, 맨 나중에 배송할 곳은 맨 마지막 번호(그날 70곳을 배송하면 70번이 맨 마지막 번호가 됩니다.) 이렇게 상품 번호를 적으면 1톤 트럭에 맨 마지막 번호를 가장 안쪽에 싣고 순서대로 1번까지 싣게 됩니다.
지난 토요일 배송순서가 확정되고 한참 물건을 싣고 있는데 어플 상에 전체 배송할 박스 개수와 배송할 곳이 추가가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송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 다시 배송순서를 짜야 하고 이미 박스에 표기된 배송 순서 숫자를 다시 적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트럭에 순서대로 쌓아놓은 박스도 다시 꺼내서 재정리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일이 엄청나게 복잡해지고 늘어나게 된 거지요.
처음에 내가 무언가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아니면 혹시 배송 순서를 짜는 담당 조장(배송회사 직원)이 잘못한 것이 아닌가 해서 사무실로 가서 물어봤습니다.
배송순서가 이상해졌다. 어떻게 된 것이냐는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당연하다는 듯 카톡 업무방에 배송순서 다시 짠다고 지금 올렸다고 답하더라구요.
짜증이 확 몰려오더군요. 아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항의했더니 대뜸 왜 짜증을 내냐고 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짜증이 나지 않겠느냐고 항변했습니다.
그랬더니 담당 직원이 “하기 싫으면 그냥 가든가!” 이렇게 말합니다. 워딩 그대로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기 싫으면 그냥 가라고 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다시 따지니 그 말 그대로 반복합니다.
“하기 싫으면 그냥 가세요.” 이렇게 말하는데, 더 이상 오늘은 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운전 업무라 스트레스가 심하면 사고 위험도 있고, 오배송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알겠다. “조장님이 일 하지 말라 하니 오늘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고 하니 휴무비용 30만원을 물어내야 한다고 하네요.
일하지 말라고 하고서는 일 안하겠다고 하니 벌금 형식으로 30만원을 제가 물어내야 한다고 하니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일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일 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지난 3일까지 일한 것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 달 31일까지 안 나오는 동안 매일 벌금 30만원을 내야 한다고 합니다.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 했다고 800만원을 토해내야 된다고요. 그게 계약서 내용이라며 말입니다.
이 와중에 저에게 삿대질을 하길래 지금 삿대질을 하는 거냐며 항의하니 들고 있던 손가락을 꼽고 주먹을 쥐고 제 얼굴을 향합니다. 손가락을 피지 않았으니 삿대질이 아니라는게지요.
저는 배송기사로서 이 같은 모욕감을 받고 더 이상 일 할 수가 없어서 마음대로 해보시라며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이 회사가 배송기사에게 한 갑질은 그 동안 더 있었습니다.
지난 추석기간 물량이 많아 2달 반을 만근을 할 경우 1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추석 연휴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100만원을 받기 위해서요. 그런데 이 회사는 원래 주기로 했던 10월 25일 사전에 아무 얘기 없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후에 인센티브를 줄 대상자 선정이 늦었다며 지급 시기를 차일 피일 미루더니 한달이 지난 11월 25일에 지급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배송기사에게 양해나 사과는 없었고요.
코로나 시기 새벽배송이 늘면서 C업체의 매출도 늘었는데 기사의 운송료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당초 운송 계약 기준 건수이상 배송하면 한 곳당 2,200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6개월동안 기준 건수를 10건이상 늘린 겁니다. 하루에 담당할 배송 건수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지요.
새벽배송 1위 업체 C가 고객에게 사랑받는 것은 그 제품을 잠 안자고 새벽에게 배송하는 배송기사에게의 몫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