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업 듣는 학원 근처에 있는 경양식집입니다.
일단 경양식이라고 쓰여있는데 점심과 저녁 시간이 정해져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커피를 판매하며, 밤에는 바도 운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게는 식사를 판매하는 카페라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식사메뉴는 단촐합니다. 돈가스, 생선가스, 비후가스, 함박 스테이크, 함박스테이크 세트. 오늘 메뉴는 함박이었습니다.
즉석에서 바로 조리하는 것은 아니고, 준비된 음식을 데워 내놓는다는 느낌입니다. 가격은 저렴합니다. 제일 비싼게 함박세트인데 만원, 다른건 다 육천원, 오천원.
가게 전체에는 주황색을 기조로 한 어두침침한 조명이 깔려있고, 잔잔한 음악도 계속해 흐르고 있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향수라는건 그런 뜻입니다. 칸막이 사이에 들어와 음식을 먹고,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이 조명 아래 공간은 제가 겪어보지 못한, 그리고 겪어보지 못할 시간 어드메에 멈춰서 저를 맞이해주는 느낌이라 좋았더랍니다.
음식을 다 비우고 나면 뜨거운 커피 한잔과 예쁜 그릇에 담긴 설탕 한병이 옵니다. 시쳇말로 모오-던한 느낌의, 깔끔한 하얀 잔에 담긴 커피에 설탕 두스푼을 타 홀짝이고 있으면 그냥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고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 커피가 너무 맛있어 연이틀을 찾아와 시킨 적도 있습니다. 진한 맛과 부드러운 맛을 고르라시기에 골랐더니, 헌팅캡을 즐겨쓰시는듯한 멋쟁이 사장님은 씩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시곤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시고는, 금방 준비해온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과 드립 세트를 들고와 제 눈 앞에서 바로 커피를 내려주시더라구요. 진한 것도 부드러운 것도 둘 다 맛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테이크아웃이 안된다는거?
저는 지금 커피를 깨끗히 비우며 이 글을 쓰고있고, 이 어둑한 조명과 이냥저냥 먹을만한 점심이 꽤 즐겁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다음에 친구 오면 데려와보고 싶어요. 꽤 오래된 곳이더라구요 여기가. 분위기가 그렇더라니, 아니나다를까 사장님이 대한민국 커피 대중화 1세대쯤 되신다고, 80년대에 커피 유학도 다녀오셨더랬다는 신문기사를 자랑스레 끼워두신 곳이었습니다.
점심에 뜨거운 커피 한잔으로 잠을 깨고 수업을 다시 듣고싶어 들렀는데, 마냥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랑글이에요.
우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