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우리나라 최초로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쿱택시 출범'에 관한 기사를 올렸었는데요.
오늘자 '오마이뉴스'에 후속뉴스가 올라왔네요.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과의 인터뷰 형식의 뉴스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희망대로 '쿱택시'가 아주 잘 운영되고 있는듯해서 기분이 좋네요.
기사 일부를 올립니다.
15.10.23 10:08l최종 업데이트 15.10.23 12:0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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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택시협동조합 박계동 이사장 |
ⓒ 이희훈 | |
"서비스는 '고급'이지만 요금은 일반 택시와 같습니다."
요즘 서울지역 택시기사와 승객들 사이에 노란색 '쿱(Coop) 택시'가 화제다. 바로 지난 7월 14일 첫 시동을 건 한국택시협동조합(이사장 박계동) 소속 택시 70여 대와 조합원 180여 명이 그 주인공이다. 말 그대로 택시기사들이 직접 출자해서 운영하는 '협동조합(cooperative) 택시'로, 사납금도 없고 회사 수익도 모두 기사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쿱 택시 출범 100일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노란 택시 안에서 박계동(63)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박계동 이사장은 2선 국회의원으로 지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을 폭로한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난 2000년쯤 11개월 동안 직접 택시를 몰기도 했다.
택시 기사가 주인인 쿱 택시, 법인카드에 이익 배당까지
"저도 택시기사 면허증을 따 뒀어요. 2주에 한 번쯤은 현장에 직접 나가봐야 시장을 알 수 있잖아요."
이날 인터뷰도 마포 한국택시협동조합 차고지에서 시작했지만 박 이사장이 직접 모는 택시 안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과연 지난 3개월 쿱 택시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날 오전 차고지에 남아있는 택시는 정비 중인 차량을 포함해 예닐곱 대에 불과했다. 70여 대에 이르는 쿱 택시들이 대부분 거리를 누비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지역 택시 평균 가동률이 60~70% 안팎에 불과하지만, 쿱 택시 평균 가동률은 9월 들어 95%에 이른다. 하지만 박 이사장이 3개월 전 법정관리 상태인 '서우택시'를 인수할 때만 해도 평균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택시 숫자에 비해 택시 기사가 부족했거나 기사 처우가 열약해 쉬는 날이 많았다는 의미다.
"흔히 출격횟수라고 부르는데 택시가 오전, 오후 교대시간 다 뛰어야 가동률이 100%예요. 결국 쉬는 택시가 몇 대냐에 따라 가동률이 달라지는 거죠. 처음 회사를 인수했을 때는 가동률이 45% 정도였는데 지금은 95%예요. 손님이 줄어 일을 덜 나가는 일요일을 빼면 거의 풀가동한 셈이죠."
택시 가동률이 높을수록 회사 매출도 늘어난다. 쿱 택시 출범 전 하루 매출은 65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2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택시기사 수당과 비용을 빼고 남는 회사 수익은 모두 조합원들에게 배당하는데 1인당 배당금도 지난 7월 55만 원에서 8월 60만 원, 9월 63만 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택시기사들은 항상 위험에 장시간 노출돼 있고 노동 강도도 높아요. 월 평균 수입이 300만 원은 돼야 하는데 120만 원밖에 안 되니 웬만한 일자리 생기면 떠나버려요. 이직률이 취업률보다 훨씬 높다 보니 택시 가동률은 떨어지고 기업 채산성이 악화되니 사납금을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기사들 수익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어요. 수익이 워낙 낮으니 돈 더 벌겠다고 신호 위반하고 승객 골라 태우고 승차 거부하고 과속 운전하는 거죠."
지난달 쿱 택시기사 월평균 수입은 224만 원으로, 월 130만 원 정도인 일반 법인택시 기사는 물론 월 200만 원 정도인 개인택시 기사보다도 높다. 사납금은 없지만 기준금을 채우고 25일 근무하면 130만 원을 기본급으로 주고, 기준금을 초과한 수입은 다른 회사처럼 6대 4로 나누지 않고 100% 기사에게 준다. 여기에 배당금까지 합하면 평균 224만 원이 나오는 것이다. 또 기사들에게 50만 원 한도인 법인카드(복지카드)를 지급해 식대와 담뱃값까지 해결하게 하고 차량 유지비는 모두 회사에서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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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택시협동조합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는 종사원의 명단이 한 눈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 |
ⓒ 이희훈 | |
"택시 운전 중 가벼운 접촉사고로 사이드미러가 깨지거나 범퍼가 찌그러지면 사실상 운송 비용인데도 일반 택시회사에선 택시 기사에게 전가해요. 월급도 얼마 안 되는데 사이드미러 값 20만 원 내라고 하면 화나죠. 심지어 네가 잘못해서 사고가 났으나 자동차 보험료도 절반 부담하라는 식이에요. 그게 다 불법이거든요.
기사들도 자꾸 소득이 줄어드니 '일차제'나 '휴무 승차' 같은 불법 영업 행위를 공공연하게 해요. 일차제는 오전, 오후 12시간 근무를 동시에 뛰게 하는 건데 불법 연장 근무나 마찬가지여서 굉장히 위험해요. 돈이 급한 사람은 한 달 내내 안 쉬는 거예요. 서울지역 택시 1대당 평균 기사 수가 1.4명 정도인 걸 감안하면 30% 이상은 일차제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우린 1대당 2.4명이에요. 5일 일하고 하루는 의무적으로 쉬게 해요."
실제 이날 차고지에선 만난 택시기사나 직원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밝았다. 대표 역할을 하는 박 이사장과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눴다. 그사이 조합원들 사이에 등산이나 바둑 모임도 생겼고 네이버 밴드를 통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박 이사장도 밴드를 통해 조합 운영 상황을 수시로 공개하고 있다.
입소문 나며 조합원 신청자 급증, 대구 부산 광주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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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영역에서 협동조합 기업이 경쟁력이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결국 자본 집약이나 기술 집약적인 것은 경쟁력이 없지만 사람의 노동 중심 영역에서 수익을 올리고 투명하게 경영해서 그걸 전부 나누는 게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택시를 선택했죠." |
ⓒ 이희훈 | |
택시기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다 보니 최근 조합원 신청자도 갑자기 늘었다고 한다. 출자금 2500만 원을 낸 조합원이 170명 정도인데, 19일 현재 250여 명이 대기 상태다. 그래서 박 이사장은 올해 안에 75대 규모의 서울 회사 한 곳을 포함해 대구와 부산, 광주 등에서도 택시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협동조합 택시는 올해 안으로 200~250대까지 늘어나게 된다.
"대구와 부산에도 택시협동조합 추진본부가 있는데 택시회사를 인수할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자금을 가지고 인수해줘야 해요. 또 협동조합 택시를 하려면 3가지 협동조합적 경영 방식에도 동의해야 해요. 우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여야 하고 두 번째는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해요. 세 번째는 이익을 전부 조합원과 나눠야 해요. 우린 협동조합 6가지 유형 가운데서도 '근로자형 협동조합', '우리사주(Employee-Owned Company)'형 협동조합이에요. 이름은 '협동조합'이지만 종업원들과 노사 관계인 곳도 많은데, 우리 조합원들은 처음으로 완벽한 우리사주형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