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자연임신, 12주에 하혈해서 유산. 그것도 추석 연휴에.... 딱히 원치않던 임신이었는데도 멘탈이 바사삭.... 한달만에 멘탈 붙들고 역시 내 인생에 애는 없구나 하면서 맘편하게 평소처럼 술 먹고 살았는데(술꾼입니다. 데헷☆) 2021년 5월에 맥주랑 안주, 생리대 사다놓고 느낌이 이상해서 원포로 테스트 해보니 희미한 두줄...두둥... 아... 나 결혼 10년차 서른 아홉인데.... 이 나이에 클났네...
원래가 임신이 잘 안되었어서(그렇다고 열심히 하지도 않음) 나는 임신이 원래 잘 안되나보다~ 편하게 살지 뭐 무자식이 상팔자여~ 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는데...ㅋㅋ
여튼 유산 경험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또 저번처럼 될까봐 겁이 엄청 나더군요. 괜히 정들었다가 유산되면 더 힘들어지니깐 8주가 될때까지 남편에게도 말 안하고 있다가 혼자 병원에 가서 확인했어요. 선생님 왈 "8주네요. 안궁금했어요?" 내 반응이 뚱하니깐 ".....혹시 임신 유지 안하실거예요.....?" 아니 이게...유산 경험 한 번 하니깐 너무 호들갑 떨면 왠지 불길할 것 같은거예요.... 그래서 무덤덤하게(사실 원래 성격도 좀 무덤덤함..ㅋ) 임신기간을 보냈습니다. 양가에도 12주 지나서 알리고 운동도 하던대로 계속 하고(컬바 10킬로정도 중량침) 집안일도 다 하고 무거운거 막 들고 빨빨거리고 돌아댕김.ㅋ (하루에 안움직이면 3천 보, 돌아댕기면 만 보 이상... 막달까지 파워워킹으로 일부러 대형마트까지 걸어서 갔다 장 본거 낑낑 들고 오고 그랬네요.)
아니 근데 알고보니 저는 임신이 체질이었는지 입덧도 없고 입맛도 안바뀌고 먹는 양도 그대로고 갑자기 뭔가 별다른게 먹고싶지도 않고 몸이 특별하게 힘들지도 않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거예요... 그런데다 유산에 대한 공포가 있으니 남들 다 있는 임신증상이 없는걸 보니 언제 잘못되어도 잘못되겠구나.... 하는 불안감과 그 결과에 대한 각오를 다잡고(그래서 태명도 안짓고 태교도 안하고 태담도...ㅠㅠ) 10달을 보냈는데 정말! 아~무런 이벤트가 없었어요!(아, 30주 들어서면서부터 애가 좀 작다고 함) 몸무게도 막달까지 6킬로 정도만 늘고(임신 전에 실컷 술먹다가 술 끊으니 임신 초기에는 오히려 몸무게 좀 빠짐) 붓기 몸 아픔 1도 없고. 주변에서도 임신한 사람같지 않게 몸이 너무 가볍고 재빠르다고. 몰랐는데 나 체력 엄청 좋았네?! 근데 덕분에 남편한테 임신한 유세 한번도 못 부려봄... 억울...ㅠㅠ
근데 37주 쯤 들어서니까 슬슬 치골쪽이 욱신거리고 밤마다 살살 약한 생리통이 시작되더라구요. 그리고 39주 되니 "애가 작고 몸통이 3주 이상 작은데다 2.7에서 더 크질 않으니 1월 12일 오후 다섯시에 유도 잡읍시다. 수축도 좀 있고 자궁도 10프로쯤 열렸네요" 넹~ 하고 날 잡고 집에 갔더니 그때부터 밤마다 점점 더 생리통같은 가진통이.... 유도 당일까지 잠을 못 잠... 유도 잡은날 새벽에는 좀 더 심한 생리통과 함께 이슬 맺힘. 아 오늘 자연진통이 오려나보다. 유도 안해도 되겠다!
근데 아니었구요.... 계속 짜증나는 생리통 정도의 가진통만 규칙적으로 오는 상황에서 5시에 입원, 내진해보니 여전히 자궁은 10프로만 열리고 애는 안내려옴.ㅠㅠㅠ 제모 관장하고 9시쯤에 무통 시술을 미리 등에 함. 근데 마취과쌤이 당황함.... 앗... 선생님 저 측만증 있는데... 측만증 있으면 무통 안들을수도 있다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새벽 2시에 수축제 넣자고..... 아니.... 왜 5시에 부른거야ㅠㅠㅠㅠ 난 지금도 배 아픈데ㅠㅠㅠㅠ
2시까지 짜증나는 가진통으로 잠도 못자고 기다림... 중간중간에 내진하고... 근데 진행 안되어있고... 그동안에 수많은 유도 실패글-3일 걸렸다더라 등등-을 보며 좌절하고 있었네요. 아... 나 오늘 탈진할지도 모르겠네.ㅠㅠㅠㅠㅠ
2시에 촉진제 넣으니까 슬슬 반응이 오는데 생각해보니까 호흡법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고 있었던거예요. 그 와중에 급하게 유튭 출산 호흡법 검색! 신속하게 빠른 넘김으로 숙지하고 촉진제 2단계....아.... 이거 좀 괴로운데..... 그 와중에도 역시 벼락치기로 배운 호흡법으로 잘 버팀... 역시 벼락치기의 효과는 굉장했다! 참을만 하더라구요. 촉진제 올리니까 와... 이건 몸이 부들부들 떨림... 평소에 잠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남편에게 아직 멀었으니 좀 자두라고 했는데 이 양반이 깰 정도로.... 그래도 대단한건 소리 한 번 안지르고 호흡법을 유지하고 있었음... 역시 벼락치기...와 이거보다 더 아프면 진짜 죽을거같은데....싶은 타이밍에 간호사쌤 내진하시더니 3~40프로?쯤 열렸다고 무통 테스트로 넣어주심. 이게 4시쯤. 두시간 진통함.
무통 들어가고 등이 싸~해짐. 선생님이 발이 저릴거예요. 하시는데 어라? 왜 오른쪽만 저리지? 선생님? 저 오른쪽만 저린데 원래 이래요? 나 이러다 반만 안아픈거 아님?! 잠깐만!!ㅠㅠㅠㅠㅠ
다행이 통증 살짝 줄어든 진통... 무통 마저 넣어주시니깐 다행이 통증이 없었어요... 아... 이것이 무통천국이구나!! 머릿속에 베토벤 9번이 플레이되고 없던 신앙심이 막 생김. 할렐루야!
이성을 되찾으니 아 이런거 없이 애 낳은 엄마들이 너무 존경스럽고ㅠㅠㅠㅠ 예전같으면 나 24시간 넘게 진통하다가 죽었겠구나 싶고... 현대의학 만세!!!
무통 상태로 두시간정도 그야말로 거저 주워먹었습니다. 60프로쯤 열렸고 간호사쌤이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양수 터뜨려주심. 소변줄 꽂고 소변 함 빼고... 그러나 감각없음.
간호사쌤이 이제 거의 다 됐다고 마지막 힘주는 법 도와주시고 배 좀 누르고 보시더니 이제 준비하면 되겠다 막 바삐 서두르심. 멀 자꾸 갖고와서 엉덩이 밑에 깔고 다리에 깔고 다리 받치고 의사쌤 오심. 생각보다 진행이 빨리 됐네요 하시면서. 아무래도 아직 멀었다고 느긋하게 계시다가 급하게 콜 받고 오신 느낌.(전날 저녁에 입원했을때 남편이 나가서 담배 피우고 있는데 그날 당직이던 다른 의사쌤이 어차피 아직 멀었으니 집에 갔다가 내일 오후에 느긋하게 나오면 된다고 하셨다는데 만약 그랬다간 평생 욕먹을 뻔)
진짜 다 됐다고 마지막으로 힘주라는데 이때도 아니 전 감각이 없는데... 이렇게 힘 주면 되나... 끙...
감각이 없어서 힘이 제대로 안들어가는거였어요....ㅎㅎㅎㅎ 선생님 약간 난색을 표하심... 힘이 모자라니 애 머리가 걸려서 선생님이 좀 애쓰셔서 애매한 힘주기와 함께 애를 꺼냈는데(약간 뽀득?하는 소리 남ㅋㅋㅋ 이때 시간이 오전 6시 45분) 아니 이때도 감각이 없어서 이게 실화인가 내가 애 낳은거 맞나 남들은 막 운다는데 저는 헛웃음이 나대요ㅋㅋㅋㅋ 와 진짜 거저낳았네. 나 약빨 진짜 잘 받나봨ㅋㅋㅋㅋ소리 한 번 안지르고 애 낳았넼ㅋㅋㅋ
남편 탯줄 자르고 애 씻기고 저는 아 끝났네... 하는데 아니 넌 아직이야.... 축 쳐져서 다리 벌리고 한 30분(체감상)은 넘게 후처치.... 전 이때가 젤 괴로웠어요... 으...그 수치스러움...ㅠㅠㅠㅠㅠ 아프진 않았는데 긴장이 풀리고 근육이 놀랐는지 몸은 달달달달 떨리고... ㅠㅠ
2시부터 시작해서 7시에 끝나고 병실 와서 8시에 밥 먹고 바로 걸어댕겼어요. 나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진짜 쉽게 넘어감. 그래서 애 하나 더 낳는거 일도 아니겠네 생각했냐하면 그건 절대 아님! 동생한테 넌 애 낳지 말아라 바로 톡했습니다.ㅋㅋㅋㅋ
근데 회음부 꼬맨건 좀 힘들었네요. 일주일간 앉도 서도 못함...ㅠㅠ 서서 밥먹고 서서 유축하고 ㅠㅠ 전 이게 젤 짜증나더라구요.
그리고 셋째날에 종아리랑 발만 좀 붓더니 조리원 나올때 붓기 다 빠지고 아픈데 하나 없고 멀쩡하더라구요? 지금은 72일째인데 애 안느라 손목 좀 아프고 활동없이 집에서 애 안고 바닥에 앉았다 일어섰다만 해서 근육 빠지고 하체 좀 덜그럭대는거 말고는 아무렇지 않아요. 몸도 그대로 배도 거의 들어감.
그리고 우리 못내미 딸래미는 2.76으로 태어나서 66일에 5.5로 잘 크고 있습니다. ㅋㅋ 잠도 그럭저럭 자고(물론 못잘때도 있고ㅠ) 땡깡은 부리지만 아직까지는 대체적으로 순딩이고 그러네요. ㅎㅎ 그러나 역시 육아는 힘들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