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0년대 초등학생 때... tv에서 삼청교육대 관련 다큐멘터리가 나왔는데 너무 끔찍하더라구요.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진짜 저런게 있었냐하니까 "갑자기 동네에서 사람 사라졌다가 나중에 반병신되서 왔는데 알고보니 삼청교육대 갔다왔더라, 전두환이 저런거 진짜 잘못했다" 등의 이야기를 하셨어요.
2. 그러고 또 518민주항쟁 관련 뉴스가 나왔는데 제 기준에 그리 오래된 옛날도 아닌데 3.1운동같은 일이 있었다는게 충격이라 또 물어보니 두 분 다 하시는 말씀이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하시길래 제가 두 분 다 공무원이시고 그 시절 젊었을텐데 싶어서 "듣기만 했고 직접 겪은건 아니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되게 민망하고 겸연쩍은 표정 지으시면서 "부산은 솔직히그 때 아무일 없고 평화로웠다. 일상생활 다 했다. 나중에 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해서 헛소문인줄 알았다. 그럴만한게 부산에서 광주까지 길도 멀고 그 시절에는 교통이나 통신도 덜 발달했으니깐...주변에 광주 사람도 없고.... (두 분 다 찐 부산 토박이라 다 주변사람들이 다 부산사람이예요) 부산에서도 뭐 시위같은거 했다던데 (이게 부마항쟁인가봐요) 다음날 아침 아무 일 없어서 그냥 출근했다. 참 광주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고맙지" 아빠는 경찰이셨는데 옆에서 가만히 계셨던거 같아요. 그래도 그 시절에는 제 몇 공화국드라마, 그런 다큐멘터리가 방송에 많이 나왔고 또 많이 보셨던거 같아요.
3. 이명박 정권 때 부마항쟁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어요. 3차충격었어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사람들이 저한테 부산 사람 멋지다 하는데 저도 그 때 우리 엄마와 같은 표정이었을까요?
4.그러던 분들이 제가 대학졸업하고 집에 들어오니 tv조선을 보시더군요. 전 아직도 그 겸언쩍어하시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는데 특히 아빠는 광주 빨갱이타령 하시네요. 전라도 사람 믿으면 안된다, 배신 잘 한다 하시면서요.. 현재 국민의힘 당원이 되셨네요...
부산은 산이 많아서 동네끼리 좀 단절된 느낌이 있어요. 지금이야 터널이 많지만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산 넘어 동네 가거나 버스타고 1시간 넘는 거리 동네에 가는건 좀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래서 아마 저희 부모님처럼 소식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아직도 진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반응 하는 분들도 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도 아직 민주공원에 안 가봤어요. (정확하게는 입구까지만 1번 가봤음) 산 꼭대기에 있고 우리동네(진구)에서 가기 힘들어서요. 근데 신기한건 유엔공원은 유치원 때 소풍으로 갔었네요. (유엔공원 산 넘어야함) 나중에 다른 동네에서 산 친구들한테도 물어보니 유엔공원은 소풍 때 다 가봤다더군요. 이게 부산 사람들 인식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싶어요. 유엔공원은 가지만 민주공원은 안 간 사람도 많고, 부산 살지만 부마항쟁은 모르고... 옛날에 광주 못 도와줬다는 미안함과 심적 부채감이 심해서 괴로웠는데 종편보고 편행된 매체를 접하니 그 부담감이 덜어진 것 같아요. 은연중에 메세지가 "저쪽 사람들이 독한거지, 너희가 잘못한게 아니다, 봐라 저쪽도 오만 깨끗한 척 하다더니 똑같이 더럽지 않냐? 그게 더 나쁜거다. 차라리 솔직하던지, 위선자들이다. 그러니 못 도와줘서 미안하고 고마워 안해도 된다." 이니 마음이 편해지셨나봐요.
저희 부모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약 20년간 지켜본 결과 이렇게 바뀌시더라구요. 씁쓸하죠.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런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사라지는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