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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할것없이 굶기를 먹듯 하였다. 하루 세 때는 고사하고, 하루한
때씩이라도 거르지 아니하고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는 집은, 일부러 찾고자
하여도 없었다.
그렇게 궁하게들 살면서 하는 일이 무엇이냐 하면, 명색 없는 양반
나부랑이는 헤엠 긴 기침이나 하고, 세도재상 찾아다니면서 벼슬날이나
시켜 달라고 조르기가 일이요, 선비들은 밤이나 낮이나 글을 읽으면서
과거나 보아 장원을 하여서 발신할 세월을 기다리는 것이 일이요 하였다.
허생도 이 묵적골의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초가 집에서 끼니가 간데없고
주린 배를 허리띠 졸라매어 가며, 밤이나 낮이나 글을 읽기로 일을 삼고
사는 궁한 선비의 한 사람이었다. 궁한 것으로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더할지언정 나을 것은 없는 처지였다.
양반의 기상천외한 돈 벌기. 역시 돈을 벌려면 그짝을 해야 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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