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시간들이 피어
빼곡히 너와 나의 앨범을 채워 나갔다
숨이 턱밑에 차 오를 때 까지
뛰어 떠나던 너의 손을 꼭 붙잡고
아니,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아니길 바란다며
곁에 다시 묶어 두었다면 우린, 행복했을까
짙게 낀 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한 줄기 서광
아이때의 나는 어른이 되면
무지개 너머로 거뜬히 갈 수 있다 꿈꿔왔다
아니,
지금은 이별을 고하고 돌아서는 너를
뛰어 붙잡지 조차 못한다
산산히 부서진 강 표면 아래 자리잡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가 보인다
언제 쯤일까 균열이 시작된 시점은
순간을 담아 영원히, 내가 눈감는 순간에도
이토록 무표정하게 진 등을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