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보고 나오는데 대형 병원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 와 아침부터 정신없네
진료비 내역이 어떻게 되나 구석진 자리에서 보고 있는데
옆에 어떤 남자분이 사랑에 빠져 있음...
이제 갓 낳아 얼마나 작은지 꽁꽁 싸맨 이불 말고는 아무것도 안보이는 아기를 안고
머리카락 하나 흔들림 없이 정지 상태로 황홀경에 빠져 있음...
이런 비슷한 눈빛을 세 번 정도 본 적이 있는데 전부 여자에게 빠진 남자
아기에게 홀딱 빠져서 아예 다른 세계에 가 있는 건 처음 봐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흘깃흘깃 보게 됨
애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고개를 빼들고 보려고 하는데
얼마나 소중히 안고 있는지 절대 안보임
그냥 이 세상에 아기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무아지경에 이른 상태
저렇게까지 사랑에 빠진 남자는 드물게(?) 봐서 그런지
괜시리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아기용품을 사들고 온 부인과 함께 가는 것을 보고
오... 아기는 좋은 부모를 만났구나 모두 행복하게 사시요~
버스를 탔는데 한참 가던 도중 상태 안 좋은 사람이 탐
두리번 두리번... 하.. 예감이 온다...
자리가 이렇게 텅텅 비었는데 여기 앉는 둥 저기 앉는 둥 하더니
결국 들어오기도 귀찮은 내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옴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그가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바로 다른 자리로 옮겨가 앉는다
예전에는 우연이겠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닐꺼야 무슨 이유가 있겠지 했는데
이유는 무슨 딱 저런 인간은 항상 그에 맞는 행동을 하고
나 혼자 피해의식 느끼기 전에 알아서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잠시나마 다른 이들의 사랑에 나까지 감동스러웠던 인류애가 사라져 버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