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빠져 빌린 사채가 감당이 않되는데, 사채꾼의 빚독촉에 이제는 신변에 위협이 느껴질 정도다. 이제는 될데로 데라는 식으로 인질범죄를 구상하게 되었다. 은행을 털고 빠지려고 하니 그쪽은 그에 대한 경계나 대비가 너무 잘 되어 있는 것 같고 해서 그런것에 허술한 비교적 외딴 곳에 위치한 조그만 술집을 대상으로 인질범죄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술집이 문 닫을 시간이고 이제 인질 범죄를 시작하려고 한다. 어제 브로커를 통해 어렵게 권총을 구했다. 주점안에는 젊은 사장 한명과 각기 다른 테이블에 네명의 손님 이렇게 5명이 있었다. 이게 마음을 다잡고 주점에 들어가서는 문을 등지고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누며 모두 손 뒤로 깍지끼고 엎드리라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외쳤다. 그러자 깜짝 놀라며 금새 바닥에 엎드린 사장과는 달리 나머지 손님 네명은 조금 놀라는 듯하기만 하고 그냥 쳐다만 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장난 치는게 아니고 이 총도 어제 장만한 진짜 총이라고 소음기가 장착된 총을 직접 한발 발사해 보여줬다. 그러나 그래도 나머지 사람들은 별로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다들 더 평온해져 보인다.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해서 한명을 붙잡고 정말 죽고 싶냐고 총구를 들이데며 위협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만약 이중에 누군가를 진짜 죽일 생각이면 꼭 나부터 죽이라고 말한다. 이 무슨 소리냐며 너 가족 전화번호를 대라고 했다. 그러자 자신의 가족들은 휴가중 자신의 운전 부주의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다들 중환자 실에 있는데 치료비 마져 없어서 죽게 생겼는데 마침 자신에게 얼마전에 든 생명보험이 있어서 그걸로라도 어떻게 해보고 싶어도 자살하면 인정이 되지 않아 낭패였는데 마침 하늘이 돕고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차 싶어서 다음으로 그 사람 옆에서 이 상황을 흐리멍텅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깡마른 사람을 위협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놀랍게도 침착하고 태연한 눈으로 내가 부럽다고 말한다. 자신은 수술이 무의미한 말기 뇌종양 환자고 이제 살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라 한다. 얼마남지도 않은 인생 고통스럽게 가느니 그냥 여기서 이렇게 가는 것도 딱히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이거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러운 가운데 그 다음 사람을 위협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예 다 내려 놓은 표정이다. 넌 또 뭐냐니까 사실 자신은 이 술집을 다 먹고 나오면 어차치 자살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직장괴롭힘이 너무 괴로운데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어서 이제는 더이상 버틸수가 없다고 그간 당했던 괴롭힘을 무작정 나열하는데 내가 들어도 측은해 보일지경이다. 다 이야기한 그는 자신을 괴롭히고 방관하는 직장 사람들에 비한다면 차라리 자신을 납치하겠다는 내가 더 인간적이고, 심지어 자심의 이야기를 다 들어줘서 고맙다고 이제는 죽게되도 덜 참담할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이제 비현실 적으로 까지 느껴진다. 차라리 누군가가 어떻게 내가 인질범죄를 벌일걸 알고 몰카를 찍고 있다면 상황이 더 납득이 갈것같다고 느껴질 즈음에 문득 젊은 사장이 떠오른다. 유일하게 내말에 순종하며 벌벌 떨고 있는 사람 말이다. 나는 주인에게 다가가 가족의 전화번호를 대라고 위협했고 그는 순순히 아버지의 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전화번호를 눌렀다. 어차피 한명만 제대로 족쳐도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사채였고 이 사람은 이 술집의 사장이니 그 가족들도 돈이 없지는 아니할테니. 그런데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는데 번호가 왠지 익숙하다. 그리고 번호를 다 누르니 나는 얼굴이 하애질 만큼 패닉에 빠졌다. 그 번호는 다름아닌 사채업자의 번호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사장의 부친은 내일까지 돈을 갑지 않으면 내 장기를 빼가겠다고 서쓸 퍼렇게 나를 위협하던 그 무서운 사채업자였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 사채업자로 부터의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질르고 있는데 그걸 하려고 그자의 아들을 해친다는 것은 도무지 안될 말이다. 나는 이제 무너진 가운데 분노하고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다. 그러는 가운데 마지막 남은 인질의 조소를 보았다. 나는 화가 나서 그 사람을 정말이지 죽일듯이 쳐다보았다. 인질이라서가 아니라 안그래도 흥분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비웃음을 당하니 감정이 통제 되지 않았다. 그는 건장하다 못해 거구였지만 나에게는 총 이라는 확실한 믿는 구석이 있는 나는 얼마든지 그의 안위를 결정할 수 있는 우위의 상태였다. 그런데 아무리 거구라도 그렇지 총이 무섭지 않냐고 정신차리라고 그에게 일갈했다. 그러자 그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나에게 말했다. 자신을 못 알아 보겠냐고. 다시 차분히 보니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브로커 였다. 어제 나에게 총을 판 그 브로커 말이다. 인질범죄에 너무 신경쓰고 집중하고 긴장하고 흥분해서 그것을 미쳐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그렇다고 총이 안 두렵지는 안을텐데 제정신이냐고 호통치니 자신은 하나도 안 두렵단다. 사실 총알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자신이 어제 판 총에 총알은 한발 빼고 전부 공포탄이라고 말했다. 첫발 한발은 진짜인데 테스트라도 할까봐 한발정도는 진짜를 포함시켜서 혹시나 있을 컴플레인에 상황을 기만할 용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한발은 아까 들어와서 바로 쏴 버렸고 저 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게 남은 총알은 전부 실탄이 아니라 공포탄이다. 나는 도무지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옆으로 쐈는데 진짜 그러했다. 그렇다. 이건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말도 않되는 상황이다. 어처구나 없다는 표현만으로는 한없이 부족하다. 이젬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내일데로 또 어떻게든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