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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요
그대는 내 영혼의 책임자 내 심장
내 몸으로 가득 채울 빈잔
어긋나는 걸음을 다시 붙잡아주던
나침반이자 항상 동행한 그림자
내 연인, 그 꿈속의 여인
말없이 천천히 독배를 마시고 잠 들어버린
당신이 못 다한 마지막 약속은 영원히
눈물 어린 꿈 속 어디서도 찾을 수 없지
그대가 모진 이 세상을 떠나고 난
그 뒤론 내게서 모든 가치는 변하거나
의미 없어지고 누구도 어떤 위로가 되지 못해
찢기고 흐려진 목소리로 몇 번이고
그대만을 부서져라 외쳐도
더는 닿을 수 없는 멀고먼 공간에 서로
우뚝 서서 건네지 못할 편지만 적어
부디 예전처럼 웃어줘
날 사랑했던 이여
초라한 울음소리로 세상에 발을 딛고
추억 따위로 가벼운 웃음 짓던
내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쳐준 건
살아갈 유일한 이유와도 다름없던 너
그대가 준 완전한 눈을 통해서 바라본
내 얼굴은 시련마저 축복이라 말하고
이 길 앞에 다가올 그 어떠한 풍파라도
견딜 수 있게 넓은 두 팔이 나를 안아줘
둘이서 꾸려나갈 여정을 꿈꾸며
함께 눈감을 운명의 그 날을 그려
허나 이젠 홀로된 두려움을 감추려
벌어진 균열 사이 뿌연 재가 된 너를 뿌려
어느 순간 마른 고목처럼 쓰러지는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흔들림 없던 믿음
찾는 이 없는 남루한 이야기라도
부디 예전처럼 들어줘
내가 사랑했던 이여
악마 같은 눈보라가 날리고
거친 눈밭 위로 걸어가는 쓸쓸한 여행자의 기도
지켜주는 이도 이렇다 할 의지도
없이 바라볼 뿐인 목적지가 사라진 지도
두 발로 설 힘조차도 없이 떨리는
다리를 헛딛으며 희미하게 떠 올린
그대와 이별을 난 아직 부정한 채
슬픔은 분노가 돼 당신을 원망하네
먼 훗날에 우리 다시 만날 때
묻고 싶었던 말에 담겨진 부질없는 바램
가혹한 현실 뒤에 숨긴
진실을 알면서 왜 그토록 침묵 했었는지
왜 미소 지었는지 왜 나를 만들었는지
진정 당신은 내 곁에 살아있었는지
숨이 찰 때마다 꺼내보며 되묻지
모든 걸 잃고 버려진
날 떠나버린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