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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남아 에서 사업 하게 된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20166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발자국꿍꿍
추천 : 2
조회수 : 71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11/01 19: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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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때는 2011년. (2010년 이었으려나..?)

 

동남아에서 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동업자의 배신으로 인해 무너지면서, 10여년 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유학 생활을 청산하고 나,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는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19살 갓 성인이었던 난 서울의 친척집에서 구직 활동을 위해 얹혀 살기로 했고, 중학생이던 여동생과 어머니는 외가에서 얻어주신 5000만원 짜리 안산의 전세방에 안착하기로 했다.

 

나름의 유학생활로 인해 유창한 영어 실력과, 세계의 제법 상위권의 대학에 입학 했던 난 한국에서의 취업 활동이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 했다. 19살의 나의 계획은 나름 원대했다.

 

우선 독립을 목표로 했다. 인터넷의 각종 셋방 리스팅을 보며 월세방을 찾아 다녔다.

 

“ 월세 30, 50, 60 … ?”

 

나름 해 볼만 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 했다.

 

유학시절 막바지에 나름 고급 과외를 하며 용돈을 번 경험도 있고 하니, 학원이나 과외 쪽 으로 충분히 내 생활비 정도는 마련을 하며 깃틀을 잡아갈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회에 무지했던 당시의 나에게 대한민국의 현실은 고요했던 바닷가 마을의 예고 없는 쓰나미 처럼 덮쳐왔다.

 

“월세 5000 에 50”

 

보증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몫돈 5000만원이 나에게 있을리가 없었다. 우선 주거 독립은 미뤄 두기로 했다.

 

여기저기 넣어뒀던 이력서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는지, 그 어떤 연락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사무실 구석탱이 책상 위에라도 있었으면 다행이다. 아마 쓰레기통에 쳐박혔거나 아예 출력도 되지 않은 상태로 데스크탑 휴지통에 구겨넣어 졌을것 같다.

 

유명한 대학 중퇴? 결국 고졸이란 얘기다. 나이 19살 사지 멀쩡한 남성? 곧 영장이 나오는 시한부 직원이란 얘기다.

 

어린 나이의 패기 였을까? 아니면 모르는게 약 이라고, 사회에 대해 너무 몰라서 용감했던 것 일까? 원대했던 계획은 가는 길목마다 철벽에 부딫히고 있었지만, 별로 좌절감이나 우울감 따윈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했다.

 

“정식 취직이 안된다면 알바라도 해 보지 뭐.”

 

알바몬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나름 순진했던 난 정직한 시급 오천원 짜리 알바는 눈에도 안들어오고 [월 500 보장] 이딴것만 보였다.

 

지금은 구직 사이트에서 저 문구 하나가 뭘 의미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남들은 그냥 알겠지만, 직접 면접을 봐서 안다. 아마 이런 구직 공고를 접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업무나 직무에 대해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다. ‘본인이 열심히 하는만큼 월 500이상도 벌어갈 수 있어요.’ 이정도의 문구가 적혀 있다.

 

그래도 세상에 공짜는 없을테니,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매우 고단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다.

 

몇군데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갔다. 사무실 면접따위가 아니라 길거리 한복판에서 스타렉스 한대가 오더니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형이 위아래로 슥 훑어보는 그런 면접이었다. 승합차 뒷좌석에는 20대 초반정도 돼 보이는 남자애들이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에 있는힘껏 힘을 준 체 앉아 있는게 보였다.

 

운전석에서 내려서 날 슥 훑어보던, 자칭 실장 이라는 사람이 뒤에 타라고 했다. 그제서야 대충 무슨일 인지 짐작이 온 난 꽁무니를 뺏다.

 

“아, 제가 오늘은 바로 근무가 불가능 하고요, 내일 다시 연락 드릴게요.”

 

면접을 보자던 장소가 번화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엄청 고요한 골목도 아니었길래 크게 무섭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딱히 놀랍진 않다고 생각 했다.

 

그리곤 다음날, 또 다른 면접 전화가 왔다. ㅇㅇ모터스. 중고차 시장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한달 정도 신차 매장에서 영업사원 알바를 해 봤던 터라 왠지 잘 할수 있을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강남의 한 중고차 매매 단지. 건물은 낡고 허름했지만, 셀 수도 없는 차량 매물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고, 들어가는 길목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패딩을 입고 담배를 태우며 호객 행위를 하는 딜러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사장님, 차 보러 오셨어요?”

 

“예? 저 사장님 아닌데요. 그냥 면접 보러 왔어요.”

 

“아 … 예…”

 

딜러 한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면접 보러 왔다는 말에 영업용 웃음기는 싹 지우고 다시 자기 자리 가서 서 있었다.

 

“인터넷으로 광고하고, 전화로 상담하고 약속 잡아서 손님을 맞으면 되는데 왜 저러고 있지?”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걸어 들어갔다.

 

-계속-

출처 https://youngsoop.com/read-blog/15_1-%EB%8F%99%EB%82%A8%EC%95%84-%EC%97%90%EC%84%9C-%EC%82%AC%EC%97%85-%ED%95%98%EA%B2%8C-%EB%90%9C-%EC%9D%B4%EC%95%BC%EA%B8%B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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