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 침몰되었던 605함의 부상
새로운 긴장의 순간이 시작되고 있다. 바닷속으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605함이 다시 동해에 떠오르다니!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비밀 통신망으로 비표를 걸어 강 함장은 즉시 해군본부 상황실장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한다.
“침몰할 줄 알았던 605함이 선수를 전복시킨 상태로 다시 부상하였습니다. 생존자 여부를 파악하고자 하오니 승인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귀함은 해난 구조요원이 승선하고 있나?”
“없습니다. 본함에는 해난구조대 출신의 승조원이 없습니다. ”
“알았다. 즉시 인근에 있는 함대에 연락하여 해난구조대 요원이 승선한 배를 찾아 보고 연락하겠다.” 상황실장과의 통화가 끝난 후 함장은 지시한다.
“본함은 605함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선체를 보호하고 이동할 것이다. 견시요원들은 인근에 다른 부유물이 있는가? 철저히 감시하라.”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갑판장은 견시요원을 2배로 늘리고 경계근무에 돌입했다.
이렇게 605함의 옆에서 함께 동해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오전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약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이 여유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전방 15도 방향 적함 출현”
견시병이 다시 소리친다. 회항한 줄 알았던 북측 함정들이 다시 출현했다. 긴장의 순간이 다시 시작되었다.
육지로 귀항했던 북측의 함정들은 남측 함정들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북측의 레이더 기지에서 우리 함정의 위치를 추적하는 중, 우리 함정이 귀항하지 않고 바다에서 위에서 일정한 목표지점 없이 표류하는 것처럼 떠다니는 상황을 포착한 모양이다. 그들이 보기에도 우리 배가 일정하게 속도를 내어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꼭 표류하는 배처럼 대화퇴어장에서 둥둥 떠 있으니 남측이 무언가를 발견하였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좌현 45도 방향 적함 출현”
견시병의 보고이다. 다시 긴장의 순간이 시작되었다. 605가 전복된 채로 떠 있다는 것을 저들이 알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북측의 함정은 5척으로 우리 쪽을 향해 전속으로 돌진하고 있다. 한 척뿐인 우리 259가 저 5척을 상대해야 한다. 30분도 되지 않아 적함 5척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조타실에서는 해군상황실로 현재 상황을 보고하면서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적함 5척이 본함을 포위하고 있음. 현재 상황으로는 본함 화력으로 이들을 물리칠 수 없음. 즉시 지원함정을 급파 바람”
동해 위에 1척의 남쪽 군함과 5척의 북쪽 군함이 대치하고 있다. 골목 안에서 조폭들에게 독 안에 든 쥐처럼 포위된 모양새이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나야 한다. 아니면 저 605 신세가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니 황천길이 바로 눈앞에 있는 심정이다.
잠시 후 우리 상공에는 남측 공군기들이 선회하기 시작했다. “우리 배 건드리기만 해, 즉각 혼내줄거야!” 하는 겁주기용 신호를 북측에 보내고 있다.
저들도 쌍방이 붙으면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교전하지 않고 대치하면서 우리 주위를 빙빙 돌면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 것 같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 측의 지원함정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다. 북측 함정이 5척이니 우리 측에서는 6척의 군함을 보냈다. 배의 척수라도 우리가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 우리 측 군함 척수가 늘어나니 속으로 안심이 된다.
갑자기 북측의 군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와 605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는 저들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우현으로 선수들 돌리기 시작하니 4척의 배들이 우리를 밀어내기 시작하여 점점 605함과 남측 군함과의 사이를 벌리기 시작하여 거의 1마일 이상을 의도적으로 밀어내기를 계속한다. 점점 605는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접근하면 북측 배와 충돌이 되기 때문에 함장도 어쩔 수 없이 후진을 하면서 충돌을 피하고 있다.
왜 이들이 우리를 이렇게 떼어놓는 것일까? 북측에서 저 605에게 어떤 짓을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이 상황을 해군본부에 즉각 즉각 보고하면서 상황을 하달받고 있지만 이 짧은 순간을 처리할 당사자들은 물 위에 떠있는 양쪽의 12척의 배의 싸움이다.
우리는 최대한 605를 감싸고 돌고 북측은 우리와 605를 떼어놓으려는 행동이 분명하다. 혹시나 저 배 안에 생존자가 있을 것을 염려하는 눈치인 것 같다. 이 차가운 바닷물에서는 시간만 끌면 어떤 인간이든 얼어 죽을 것이 분명하므로 생존자를 없애려는 저들의 전략이다.
605가 침몰한 날은 벌써 3일째로 접어든다. 그러니 혹 생존자 있더라도 이제는 죽었을 시간이다. 그것을 저들은 계산하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전복된 선체에 올라가 두드리면 안에 있는 생존자가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희망에서 605에 접근해보려는 도전인데 말이다.
해군본부에서 답신이 왔다. “현재 동해상에는 해난 구조요원을 승선하고 있는 함정은 없다. 그러니 귀함에서 현 상황을 해결하라.”
모든 상황은 이제 우리 함장에게 해결하라는 명령이다. 이 거센 파도와 차가운 바닷물 위에서 일반 수병 중 누가 저 침몰했다 부상한 배에 올라갈 수 있겠는가? 아무리 경험이 많은 함장이라고 해도 그런 명령은 내릴 수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배 한 척을 두고 남과 북이 서로 엉겨 붙으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 동해는 파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오후로 접어든 이 바다는 이제 석양을 기다리며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