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냄새
게시물ID : wedlock_146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봄봄달
추천 : 11
조회수 : 1514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3/12/09 02:24:24
후각이 예민한 건 아닌데 호불호가 좀 강한 편이다. 
 

새벽공기 냄새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시골 집 여물 끓이는 냄새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이른 아침 집 안에 가득한 달걀말이 굽는 냄새는 소풍가는 날처럼 설렌다. 

어린 시절 운 좋아야 만날 수 있었던 소독차 냄새와
주유소 휘발유와 
절간 향 냄새도 좋아한다.
 
비에 젖은 풀냄새와 흙냄새도 좋아하고
여름의 더운바람의 냄새와
신문과 새 책으로 가득찬 서점과 
도서관 먼지 묵은 책의 냄새도 좋아한다. 

볼펜의 잉크냄새와 
새 공책에 그 볼펜으로 쓴 글씨에서 나는 냄새도 좋다. 


사람에게서 냄새는 불편한 것이 많다. 
담배냄새, 입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을 많이 한 후 내 손 끝에 배인 양파와 마늘 냄새가 싫다. 

출근 시간 만원 전철에 탔는데 덜 마른 머리카락에서 나는 
물기 어린 샴푸향과 약간의 땀내가 섞인 냄새는 참을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내 냄새도 많이 차단하는 편이다. 
세탁과 환기를 자주 하고
음식을 할 때는 후드 잠바를 뒤집어 쓰고 하는데 
음식에 머리카락 떨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 몸에서 음식 냄새 풍기는 게 싪어서다. 


그런데 사람의 냄새가 좋은 게 있다. 
가장 처음 느낀 건 엄마 옷이다. 

텅 빈 집에 혼자 들어가 있을 때면 안방에 벗어 둔 엄마 파자마
냄새를 맡곤 했다. 

야근하고 들어온 아빠의 옷에 배인 겨울 밤바람 냄새도 좋았다. 


그런데 요즘 좋은 냄새가 추가된다. 


남편이 자꾸 입에서 단내가 난다며 맡아보라고 내 코에다 하~하고 숨을 몰아쉬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고 좋은 냄새가 난다. 

담배연기와 담배 냄새를 절대 못 참아해서 담배피는 사람을 사귄 적이 없는데 처음 만났을 때 우리 남편은 흡연자였다. 

남편이 피는 담배 냄새가 좋아서 남편이 담배피러 나갈 때면 같이 나가서 담배연기 냄새를 맡곤 했다. 

담배 핀 후 나는 입냄새도 군고구마 냄새처럼 좋아서 연애하는 동안 담배 끊으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남편 구렛나루에서 나는 냄새도 좋다. 
막 머리 감은 후에는 샴푸향이 강해서 그저 그렇다. 
아침에 감고 나가서 하루종일 일하느라 고생하고 난 후
저녁에 퇴근해서 뒤통수와 구렛나루와 정수리에서 나는 체취를 맡으면 에너지가 충전된다. 

한 이틀까지는 안 감아도 좋고
사흘째까지도 괜찮다. 나흘은 힘들지만. ㅎ

요즘 또 좋아진 건 우리 아들들 냄새다. 
18개월, 37개월 아들들의 샤워 후 하루 이틀 사흘 지난 머리카락 냄새와 고 작은 입에서 숨결을 내뱉을 때 나는 냄새는 나의 새로운 신경 안정제다. 
하루종일 뛰논 작은 발에서 나는 연한 발냄새도 꼬숩다. 

좋은 냄새가 많아진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2023-12-09 09:16:29추천 4
어제 편의점에 갔는데 말도안되게 좋은냄새가 나서 사장님이라 스몰톡을 했는데여 ㅋㅋㅋㅋ
너무 맛있는 냄새 나요!! 하니까
아니 누가 전자렌지에 오징어를 구워가서요~
아~
아휴 냄새가 안빠져요…(문도 열어두심)
ㅋㅋㅋㅋㅋㅋㅋㅋ어트케요 이거 쉽지않겠어요 ㅋㅋㅋ
아휴 그르게요 ㅋㅋㅋㅋㅋ
하고 웃고 나왔어여 ㅋㅋㅋ

나는 막 맛있는냄새인데 사장님은 곤란하신듯해서 아이러니한 그래서 웃었네요 ㅋㅋㅋ

사람 살냄새만큼 좋은게 음쬬 특히 쪼꼬미인간들의 꼬순내는 ㅋㅋㅋ
댓글 1개 ▲
2023-12-09 17:47:21추천 1
아 어떡하죠 오징어 먹고 싶네요
오징어 굽는 냄새는 향수로 출시해야 한다고 생각함돠
ㅎㅎ

그러게요. 원치 않게 하루에 수시로 몇 번씩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나면 파는 사람 입장에선 곤란할 수도 있겠네요.
그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우루루 오징어를 사간다면 좋아하시려나요? ㅋㅋㅋ

쪼꼬만 인간들 꼬순내는 진짜 좋아요. 하루에 킁가킁가를. 200번쯤 하는 듯
2023-12-09 15:17:17추천 2
서로서로 냄새가 좋은 사람이 천생 연분이래요.
댓글 1개 ▲
2023-12-09 17:49:02추천 0
ㅎㅎㅎ 저희 부부 천생연분인가 봐요!! 호호호호
(남편도 내 냄새 좋단 소린 안 했음ㅋㅋㅋ)
2023-12-10 01:52:09추천 0
추킨추카! 일딴. ㅎㅎㅎ
댓글 1개 ▲
2023-12-10 15:03:25추천 0
ㅋㅋㅋㅋ 저도 알아요 ㅎㅎㅎ
아직 애기 어릴 때라 이쁘고 아직은 더 살아봐야 안다는 걸 ㅎㅎㅎ 그래서 일딴! 지금은 지금을 만끽하려고 합니다. ㅎㅎㅎ 축하 고마워요!
2023-12-10 14:46:47추천 0
저도 우리아들 냄새 너무좋아해요 ♥
살냄새, 입냄새, 정수리냄새, 손꼬순내
다 너무너무 좋은데 발냄새가 가끔  ㅋㅋㅋㅋ아빠 못지 않은
꼬랑내가 심하게 날 때 가 있어요 ㅋㅋ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는 냄새지만 그냄새 마저도 귀여운 우리아들
댓글 1개 ▲
2023-12-10 15:06:31추천 0
진짜 신생아 때 매일 목욕을 시키는데도 하루종일 강보에 싸여 허우적거린 애가 발냄새가 나는 게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ㅎㅎ

맞아요 그런 냄새 마저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ㅎㅎㅎ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