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은 분명 1순위 국정과제였고,
공수처 설치 등 몇 가지 개혁이 이루어졌음에도 우리의 체감상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인과관계상 문재인 정부는 촛불항쟁과 박근혜 탄핵이라는 비상한 시국에서 탄생한 정부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검찰개혁이 아닌 박근혜 일당에 대한 사법 처리였고,
이런 수사는 결국 현행법상 '검찰'에 의지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근혜는 김기춘 우병우 라인으로 검찰을 장악하고 있었고,
당장 박근혜의 사법처리를 위해서 그 라인이 아닌 이들을 검찰 요직에 기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중 하나가 박영수-윤석열 라인이었습니다.
둘째, 제목과 같이 검찰개혁의 핵심은 결국 개헌이라는 점입니다.
현행 헌법에는 검찰이 영장을 신청할 수 있게끔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는 한낱 국회에서 법률로 고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동시에 들고 이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검찰의 핵심 권력입니다.
법조인 출신인 문재인도 당연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박근혜-최순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자 취임 10개월만에 개헌안을 발의해서 국무회의에 상정합니다. 개헌안의 여러 수정점 중 검찰 관련 눈여겨 볼 부분은 아래 사항이 있었습니다.
현행 헌법:
제 12조 ③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문재인 개헌안:
12조 ③ 체포·구속이나 압수·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하거나 증거를 없앨 염려가 있는 경우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딱 봐도 '검사' 두 글자를 삭제한 것이 보일 겁니다. 이는 법률로서 영장청구의 주체를 규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 개헌안이 국회에 상정된 2018년 5월에 민주당은 원내 1당이긴 했으나 119석에 불과했고, 당시 재적 국회의원 288명의 2/3 가결을 얻어내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였기에 결국 정족수 미달로 부결됩니다. 민주당은 2년 후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을 얻어내긴 하지만 미래통합당도 개헌저지선은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그 때는 이미 코로나 시국이었던지라 개헌 동력 따윈 사라져버린 때였지요.
실패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합니다.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조국혁신당의 슬로건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이 가능한 수준의 총선 승리와 윤석열 조기탄핵, 직후 민주당 집권하 압도적인 의석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할 개헌입니다. 이 3박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어려운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당시 다소 불안정했던 여당의 원내 1당 지위(원내 2당과 겨우 1석 차이..)와 더불어, 촛불정부로서 검찰개혁보다도 선행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기에 검찰 개혁 타이밍을 놓친 겁니다. 최소한 2018년 당시에 민주당이 21대 총선처럼 180석 가까운 의석이 있었더라면 개헌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