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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유독자님들~
오늘도 즐겁게 즐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글 올리기 전에 혹시나 싶어 '됬' 부터 검색을 해보는데요. 지금의 글도 2개나 나오더군요...
하아...ㅋㅋㅋㅋ 노이로제 걸리겠습니다...왜그랬어 과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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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OO야. D사 전공정에서 난리야.. 카푸어 대리 나간거..
나: 솔직히 실제 업무는 잇끄대리 혼자 하던거나 마찬가지 였으니까. 큰 차이는 없을껄요?
걱정 되는건 잇끄대리 혼자 전공정 현장에 나가면 마음이 조금 더 힘들겠죠..ㅎ
햄릿: 그래서 말인데.. 잇끄 대리를 3파트에서 데려갈래?
나: 싫은데요 ㅋ
햄릿: 하아;;;;;;;;
나: 골치아픈 전공정을 왜 우리 3파트가 사서 고생합니까? ㅋ
햄릿: 그럼 1파트에 주리?
나: 그건 이사님 알아서 하셔야죠 ㅋ 3파트는 이미 충분히 골치 아픈거 많이 맡고 있습니다.
햄릿: 그러지 말고...봐봐.. 저대로 두면 잇끄 대리도 오래 못버텨.
나: 그럼 이사님이 버틸만한 에너지를 주입해 주시던가 ㅋ 뭐 보너스 같은?
햄릿: 매번 돈으로 바른다고 다 해결되냐?
나: 와...누가 들으면 돈으로 발라 본 줄 ㅋ
햄릿: 형평성에 맞지 않아;;
나: 이사님 입에서 형평성 같은 말이 나오면 안되죠. 회사가 기울어진거 자체가 임원들이 형평성 같은건 안따지고
하고싶은대로 밀어주고 싶은 사람만 밀어줘서 이리된건데!
햄릿: .............
나: 다 망쳐놓고 왜 저더러 자꾸 정리해 달라는지 모르겟네 진짜 ㅡㅡ
햄릿: 요즘 사람 뽑기가 힘들어..너도 알다시피 이쪽 업계는 일 힘들다고 젊은 사람들이 잘 지원을 안해...
나: 하아..........
잇끄 대리는 가지고 싶은 남자였다. 하지만 그를 가지면 전공정이 따라온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과연 나와 같이...엄밀히 말해 내 '밑'으로 들어오려고 할까?
또 한편으로는 내 개발 플랫폼을 공개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잇끄 대리도 지금 보다는 더 나은 환경아래
나와 함께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기대감이 들었음.
그래. 애초에 Roll to roll을 내 플랫폼으로 만든다면 나중에 가서 전공정도 갈아 엎어 버리면 되지 않을까?
나: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잇끄 대리는 솔직히 같이 하고 싶은 인원입니다. 근데 전공정은....아니죠^^.
일단 우리 팀으로 옮겨 본 뒤에 잇끄 대리가 남으면 어쩔 수 없는거고, 만약 퇴사하면 전공정은 다시 반납하겠습니다.
햄릿: 야;; 그런게 어딨냐.....
나: 사람을 주고 싶은 겁니까? 전공정을 저한테 짬 처리 하고 싶은겁니까? 하나만 하세요. 설마 사람보다 업무 따윌....?
햄릿: 사..사람이 먼저지...
나: 오케이. 그럼 일단 협상 한겁니다?
햄릿: 그래.....
햄릿 이사는 곧바로 잇끄대리를 이사 사무실로 호출했음.
잇끄: 부르셨습니까 이사님..
햄릿: 어 그래. 앉아봐.
잇끄: ................
나: ......................
햄릿: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카푸어 대리가 나갔잖아? 솔직히 혼자서는 좀 힘들지 않아?
잇끄: (본인의 눈치를 살피며...) 아뇨.. 딱히 그런건 없습니다...만...?
햄릿: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파트를 옮기는건 어때?
잇끄: 파..파트 이동이요?
햄릿: 어차피 하는 업무는 동일하잖아. 그런데 잇끄 대리도 알다 시피 2파트장 능력으로는 잇끄대리 도와주는데 한계가 있어.
잇끄: 저는 도움 필요 없는데요?
햄릿: 그렇겠지. 그런데 만약 잇끄대리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전공정에 못들어간다고 생각해봐. 뭐 결혼이라 든지 경조사라든지...
잇끄: 음....확실히....그럴땐 곤란 할 수 있겠네요.....
햄릿: 그렇지? 그렇다면 3파트로 이동하면 여기 3파트장이 전공정을 해 봤잖아? 잇끄 대리의 빈 자리를 3파트장이 채워 줄 수 있는거지.
잇끄: 음......생각 좀...해 보겠습니다..
햄릿: 이번 주말까지 생각해보고 답변해줘. 잇끄 대리의 실력을 의심하는게 아니야. 부재중의 리스크를 줄여보자는 거니까. 알겠지?
잇끄: 네에...
[이거 점점 갖고 싶지 않아 지는데?]
답답하다. 이 사람은 도대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걸까?
창희의 경우 워낙 표현이 확실해 느낄 수 있었음. 그 역시 본인에게 경쟁심을 가지고 있었음.
나 역시도 창희에게 경쟁심이 있었고...
그러나 창희는 본인의 성취를 누구보다 인정해 주었고, 내 업무에 관심을 가졌으며, 모니터링 했음.
내가 한발 앞서 나가면 창희 역시 스스로를 채찍질 하며 그 차이를 좁히려 노력했음.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좋은 자극이 되는 '동료'로써 함께해 주었음.
그는 창희 처럼 본인에게 경쟁심을 가지되, 내가 어떻게 업무를 진행하는지.
문제가 생겼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걸 해결해 내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관심 1도 없던 사람이었음.
그저 자기들 동갑 대리끼리 어울리며 우리와 벽 쌓고 독고다이 길을 가던 사람이 아닌가?
근데 이제와서 나와 비교 되기도 싫고, 같이 하기는 무섭고.
더군다나 당연한 직장인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사적인 감정으로 주저하고 있었음.
자신의 파트에서 자신을 대체할 만한 인력이 없다는 사실과.
우리 3파트에는 그를 대체 할 인력이 2명이나 존재 한다는 고민 자체도 할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
그는 생각 할 시간이 필요했음.
창희와 그들의 차이는 단 하나.
상대를 인정해 줌으로 해서 마음속의 '아집'을 털어내지 못하는것.
자존감이란 상대를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도 지켜낼 수 있음.
그가 잘 났다는 것이지 내가 못났다는게 아님.
나도 그 처럼 잘 할 수 있다는 '투지'를 가지는 거임.
................................
..........................
...................
그리고 금요일 오후가 되었음. 퇴근 시간을 앞두고 햄릿 이사에게 연락이 왔음.
잇끄 대리는 결정을 했고. 다음주 부터 우리 3파트로 인사 이동을 하기로.
덕분에 나는 주말에 일을 해야 했음.
무슨일 이냐고?
마음이 복잡 미묘하고, 심란 할 잇끄 대리를 위해
나는 그에게 향후 관리자로써 비전을 제시 할 의무가 있었음.
그런게 내가 생각하는 관리자라는 직무니까.
금요일 야근을 하며 전공정 코드를 살폈음. 그리고 가장 손대기 껄끄럽고 어려운 파트를 낱낱이 분석했음.
그리고 그 파트를 나만의 플랫폼 방식으로 재구성 하는 작업을 했음. 해당 파트에 한하여.
그리고 토요일에는 PPT를 작성했음. 내 파트원에게 나를 어필하기 위한 PPT.
당신의 전공정 어려운 파트를 이런 방식으로 내 플랫폼으로 재 구성 하였다.
이 플랫폼의 장점과 이것을 구상하기 까지의 내 판단.
이 방식으로 어디까지 확장이 가능하며 향후 당신에게 어떠한 편의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발표 자료였음
사람을 얻고자 나름 열심히 노력했음. 내가 무슨 제갈량을 영입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만인지적의 관우나 장비를 영입하려는 것도 아니었음.
나에게 있어 솔직히 있어도 그만. 없으면 조금 아쉬운 인력이었으나
세상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 그의 실력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길 순 없음.
내가 못하고 어려워 하는걸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거임.
난 그동안 상대가 건들면 활화산처럼 터져나와 조직에 용암을 부려댔음.
반면 잇끄대리 그간 그가 보여왔던 모습은 말 그대로 '묵직' 했음.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향후 건너오게 될 동석이(나만의 김칫국)나
이후 밑에 직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판단했음.
팀장이 되고 느낀건 또 하나 있었음. 아무리 직원들에 모범을 보이려 해도
'팀장이니까....관리자니까...당연히 잘해야지...'
하는 디버프를 받음.
결국 사람은 끼리끼리 비교를 하기 때문에 내가 '대리' 라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면
나를 보며 길잡이를 삼을 것이고. 내가 '관리자' 가 되어 버리면 비교 대상에서 제외가 되는거임.
내가 호카게에게 그런 엄격하고 불공정한 잣대를 들이밀지 않았던가?
[팀장은 그저 팀장일 뿐....]
또한 직설적이고 반드시 드러내고 풀고자 하는 내 성격이 불편한 직원들도 분명히 발생 할 것이고
나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는 배설하고 정리해야 할 경우도 있음.
입이 무거운 잇끄대리. 말주변 없이 가만히 들어주는 잇끄 대리라면 그런 감정의 배출 통로로서도
필요한 캐릭터 였음. 지금의 피곤함을 감수하는데는 그런 나만의 많은 고민이 있었음.
대망의 월요일. 떨리는 마음으로 잇끄대리를 기다렸음.
***
잇끄 대리 자리는 우리 파트쪽에 빈자리를 하나 봐두었음.
그리고 램쥐 사원을 시켜 이런저런 사무용품도 배치해 두었고.
그가 왔을때 그는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우리 파트 주변에 서있었음.
램쥐: 잇끄 대리님. 이쪽이 대리님 자리에요.
잇끄: 아..고마워요.
나: 대리님. 정리 되는대로 저랑 회의실에서 얘기 좀 하실까요?
잇끄: 아..네.
그렇게 잇끄 대리를 데리고 회의실로가 내 노트북을 열어 브리핑을 시작했음.
영혼없이 얘기를 듣고있는 잇끄.
....................
...................
나: 그렇기 때문에 제가 구성한 플랫폼을 가지고 향후 우리 3파트는 업무진행을 해 볼까 합니다.
이걸 베이스로 우리끼리 좀 더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구요^^
지금의 D사 처럼 코드가 섞이고 정리가 안되서 어려울 일은 없는거죠.
잇끄: 음..나름 준비를 많이 하신것 같네요...그런데 말씀하신 플랫폼은 어떤...?
나: 음..이건 사실 아직 아무한테도 공개를 안했지만. 대리님께는 특별히 보여드릴께요.^^
뭐 별거 없다 생각하실 수 도 있는데. 이건 전반적인 베이스 코드구요.
이걸 적용해서 전공정에 OOO기능 파트에 적용한 예시 프로그램은 이겁니다.
잇끄: ...!!!!!
잇끄 대리는 한참을 코드만 보고있었음.
본인도 내 코드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게 처음이라 내심 떨렸는데...
잇끄: 대리님....
나: 네?
잇끄: 진짜...공부 많이 하셨네요....
나: 아? 하하 아녜요. ㅋㅋ
잇끄: 아뇨...이건....제가 이 회사에 다니면서 MFC로 이런 코드를 구성 할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어요.
나: .....ㅎㅎ 좀 신박하긴 하죠? 알고보면 당연한건데. 모르는 상태에서는 이걸 도저히 알 수 없죠 ㅎㅎ
잇끄: ............아무래도 제가 한 곳에만 너무 오래 고여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째 반응이 썩 기대한 반응이 아닌데...]
나: 저도 좀 그런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해본 겁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 통해서 다른 회사 코드도
많이 알아 봤구요. 너무 우리 회사 틀에만 빠져서 일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렇게 고민하고 찾다가 짜게 된 코드에요 이게^^
잇끄: 대리님...이런 코드면.....굳이 제가 3파트에 필요 할까요?
나: 네?
잇끄: 저는 없어도 이대로만 개발해 나가면 어떤것도 쉽게 처리 가능하실 걸로 보이는데요..
나: 한 사람만으로 어떻게 일 하겠어요. 이 코드는 우리 팀원들에게 다 공유 될거고.
우리는 앞으로 다 같이 공부하면서 커 나가는 겁니다.
잇끄: 아무래도 저는...같이 하기 어려울거 같아요.
나: 네? 아니 잘 있다가 왜 갑자기 그런말씀을 하시는지요;;
잇끄: 사실 크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 대리님 준비 하신거 보고 갑자기 생각이 든거에요. 대리님 같은 사람은 이런 회사에
고여 있더라도...아니 어딜 가시더라도 자기 역량을 키우고 잘 크시는 분 같아요.
근데 저는 아닌거 같아요. 지금 보니....우리는 격차가 너무 커요.
나: ........................
잇끄: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 회사에 있으면서 오로지 이 회사 틀 안에서만 매여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성장하고 있다는걸요.
나: 이해가 안되네요;; 지금 제꺼 오픈해서 보여줬더니 그것 때문에 회사를 나가시겠다?
잇끄: 미안해요.. 위기감이 없었는데.. 덕분에 현실을 본거 같아요.
나: 그럼 다른데 가서 공부를 하면 실력이 늘어요? 여기서 안정정으로 월급 받으면서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 자기 개발 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세상 살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어디 저 멀리 별세계에선...다른 회사에 가면 거긴 프로그래머들이 한 차원 더 높은 코드를 짜고있을거 같아요?
아닐껄요? 포청천이나 저 페밀리들은 그럼 다른데서 날아온 사람들 아닌가요?
잇끄: 아뇨...아예 이 업계를 떠날까 합니다. 설비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 ...............;;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는 형이었음. 같이 좀 잘 해보자고 준비했건만..
그 준비한것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다니!?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의 태도는 너무나 담담했고 어딘가 처연해 보였음.
나: 진짜 그만 두실 겁니까?
잇끄: 네. 가능하면 오늘 이사님 뵙고 말씀 드리려구요.
나: 본인이 그렇다는데 제가 어쩌겠습니까...그럼 대리...아니..잇끄 형.
잇끄: ?
나: 솔직히 형하고 친하게 지낸건 아니었지만. 형이 처음 입사 했을 때 부터 마음에 들었고
정이 갔었어요. 많이 챙겨주고 싶었는데 어쩌겠어요. 우리가 나이가 다르다 보니 친구 처럼 다가가는건
쉽지 않았거든요. 거기다 이런저런 일도 많았고. 솔직히 말해서 형들 그룹이랑 우리랑 묘한 벽 같은것도 있었죠.
잇끄: .....................
나: 이번에 형 데려오면 정말 잘 해볼 생각이었고. 예전에 형 힘들때 못 챙겨 주던거 다 챙겨주고 싶었어요.
제 생각에 형 성격이면 이런 ㅈ 같은 장비업계 아니고 다른데 가면 인정받고 스트레스 눈치 안보고 잘 하실거 같아요.
잇끄: 고맙습니다...그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나가면 전공정만 남겨두고 떠나는 건데...
나: 허허^^ 사실 형이 그만둘 것도 감안해서 햄릿 이사랑 얘기 된거거든요.
만약 형이 나가면 전공정은 다시 2파트로 돌아갑니다.
잇끄: 와....역시 OO씨네요^^. 진짜 대단합니다.
나: 그럼 언제 쯤 퇴사 예정이십니까?
잇끄: 2~3주 후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나: 갈 곳은 정하신 건지요?
잇끄: 일단은 좀 쉬고 싶어요. 쉬면서 천천히 적성 맞는곳 찾아봐야죠.
나: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2020년 10월경...잇끄 대리는 퇴사했음.]
***
잇끄 대리는 본인과 얘기를 마친 후 곧바로 햄릿 이사를 찾아갔음.
햄릿 이사도 곤란했던지 한참을 그와 얘기했고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잇끄 대리는
자기 자리로 돌아왔음.
곧이어 햄릿 이사의 호출.
나: 이사님 접니다.
햄릿: 어 들어와.
나: 들으셨죠? 잇끄 대리 관둔다네요.
햄릿: 아이고...머리야.......
나: 그럼 전공정 담당자를 찾으셔야 겠네요? ㅋ
햄릿: ..........그....니가 좀...임시로....
나: 월급 올려 주실라구요?
햄릿: 어?
나: 아녜요? 아닌데 왜 저한테 요구하세요? ㅋ
햄릿: 야.....사람이 없잖아....
나: 그럼 월급 올려줄꺼에요? ㅋ
햄릿: ............;;;;;
나: 사람이 없건 말건 그게 저랑 뭔 상관입니까 이사님.
햄릿: 야..! 그럼 전공정은 어떡할건데.
나: 아! 2파트에 앗싸 대리 주면 되것네요!
햄릿: 걔는 온지 얼마 안됐잖아;;
나: 이사님이 사람 잘 봐요 아님 제가 잘 봐요?
햄릿: .............
나: 제가 이사님 보다 사람 보는 눈 100배는 더 좋거든요? 앗싸 대리 앞으로 잇끄 대리한테 붙여요.
같이 다니면서 인수인계 받으면 그 친구는 잇끄 대리보다 훨씬 잘 할거니까.
햄릿: .......................
나: 아..! 그리고 이사님. 말 나온김에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햄릿: 뭔데..?
나: 지금까지 파트장 하면서 저희 파트도 어느정도 안정 시켰고.
이제는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봐야 될거 같아서요.
햄릿: .............?
총각 시절과 유부남 시절의 판단은 많은것을 다르게 만들었음.
그리고 이 시기에 아내가 '임신'을 했음. 내년이면 나도 '아빠'가 되는거임^^
지금까지는 나 혼자 일해도 어느정도 '저금'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좀 더 많이 재고 계산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더라는....
잇끄 대리에게 발표 할 자료를 만들면서 생각했었음.
나는 관리자로써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책임감을 가지고 내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음.
그런데 참 재미가 없었음. 내 코드를 만들어 팀원들을 이끌어 보려 해도 ...솔직히 왜 그래야 하는건가..
왜 내것을 풀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나를 괴롭혔음.
그것이 이번 잇끄 대리의 태도를 보며 또 한번 나를 갈등하게 만들었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면 같이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게..
현실은 새로움을 보여주면 그걸 가지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으로 달아나 버리는...
대단히 오만한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잇끄 대리는 그 세상을 몰랐음.
언젠가는 알게 될 세상일 수도 있고, 앞으로도 여전히 모른채로 살 수 있는 세상일 수도 있음.
그러나 이제는 그 세상을 보았음. 그것 만으로도 본인은 엄청난 손해를 본 기분이 들었음.
스마트폰 없이도 놀이터에서 잘만 놀며 컸던 우리가 아닌가.
이제는 스마트 폰을 알아버렸기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음.
내 코드를 풀어서 우리 파트원들을 이끈다면 그건 회사가 그들에게 베푸는것이 아닌
오롯이 내가 그들에게..회사에게 베푸는게 되는거임.
그렇다고 누가 내 옆에 남아서 함께 해 줄 지는 모르는게 되었음.
내 코드로 프로젝트를 하면. 결국은 해당 코드는 회사의 '자산'으로 귀속 됨.
그때는 내가 회사를 그만 둔다 하더라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거임.
티리엘 과장님이 떠났지만 그의 코드는 남아 나를 성장 시켰음.
그렇게 성장한 나는 이 회사에 나름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함.
내 코드를 남긴다면 언젠가는 또다른 호카게가 나타나 회사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
생각했음. 그렇기에 내 것을 회사에 그냥 주고싶은 마음은 없었음.
내가 '사랑하던' 모든 요소들은 사라지고 빈 터만 남은 회사 아닌가.
내가 조건없이 줄 수 있는 존재는 '창희' 말고는 이제 아무도 없었음.
나도 내 '실리'를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아니잖아? 확실히 할건 하고 가자.
나: 솔직히 1파트장, 2파트장 보다 제가 압.도.적.으.로 잘 하는건 증명이 된건데. 아닌가요?
햄릿: 맞지......
나: 근데 왜 걔네가 저 보다 연봉이 높아요?
햄릿: 야...또..! 너 팀장 달때 얘기했잖아. 내년에 6천 받기로.
나: 그리고 뒤통수 치셨죠. 인사팀에 대리로 놔두시고, 이름만 파트장으로.
그걸 봤을 때, 과연 제 연봉 관련해서 제대로 해 주실지 의심스럽습니다.
햄릿: ...........;;;;;
나: 예전 포청천 팀장 내보낼 때. 제가 말한적 있지요? 경력 25년짜리 포청천 팀장이
그 사람만의 노하우를 살려서 회사 기술에 보탬이 된 적이 있냐구요.
햄릿: ................
나: 저는 이번에 확실히 회사에 보탬이 될만한 기술을 가지게 됐어요. 지금 회사가 어떻죠?
코드는 난해하고. 그걸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인원은 극 소수고. 프로그래머 머리수는 많은데...
실제로 가용한 인원은 3명 4명 뿐입니다.
햄릿: .........하아...
나: 제 기술은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이 쉽게 코드와 장비를 다룰 수 있도록
새롭게 구조를 잡은 플랫폼 입니다. 엄청 획기적인 기술 같은 건 아니지만
지금에 우리 회사에는 꼭 필요한 겁니다.
햄릿: ............................
나: 제가 지금 연봉이 4900 이에요. 창희는 4720 아닌가요?
그럼 이과장은요? 5480이죠? 렌야는요? 6200 아닙니까??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햄릿: 도대체...왜 다른 사람들 연봉을 알고 있냐고..;;;;
나: 창희 한테는 미안하지만...보세요. 저도 관리자인데. 이게 형평성에 맞아요?
제가 다른 관리자들 보다 더 많이 신경쓰고 애쓰는데. 거기다가 오랜시간 공부한 성과를
회사에 제공하려고 하는데. 왜 제가 다른 파트장들보다 현저하게 낮은 연봉을 받으며 그래야 하죠?
햄릿: .................
나: 안된다 생각하시면 알겠습니다. 저도 이제 다른 파트장들 처럼 그냥 내 한몸 건사하고.
회사가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일하면서 그렇게 허송세월 보내죠 뭐~
일체 다른 파트 도와주는일도 없을 겁니다.
햄릿: ........너 얼마 받고 싶은데?
나: 6400이요.
햄릿: 6200..
나: ............(그래...확실히 못 박은거다...)
햄릿: 대신에 그럼 나한테 니가 개발한다는 그 방식으로 증명을 해야 돼.
나: 그럼 Roll to roll 로 만들어서 만든 프로그램 보여드릴께요.
햄릿: 코드도.
나: 그건 이후에 계산 끝나면 그 때 제공해 드립니다.
햄릿: ..............그래.....
***
앗싸 대리는 2주간 잇끄대리를 따라 D사 전공정을 왔다갔다 하며 인수인계를 받았음.
잠시 평화를 찾은듯 하던 이과장은 다시 우울해졌음. 걔중에 제일 잘하던 앗싸 대리...
그의 실력에 당장에 맡은일이 쉬웠기 때문에 자신의 일이 끝나면 다른 사람들의 일도 도와주곤 했는데
이제는 자기껄 소화 해내기도 벅찬 일을 맡게 된거였음.
그의 도움을 못받으니 당연히 이과장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밖에..
앗싸는 답답해 보였음. 잇끄 대리가 떠난 후, 더이상 자신의 문제를 물어보고 의지 할 사람이 없어진거임.
렌야 수석이나, 팽 대리, 이과장은 그에게 도움이 안되었음.
그럴때면 하는 수 없이 햄릿 이사를 찾아가곤 했는데 햄릿이 할말이야 뻔하지 않았을까?
"3파트장이 잘 아니까. 3파트장한테 도와달라고 해봐."
그래서인지 그는 전공정을 맡은 후로 내 주변을 멤돌았음.
입사 이례로 인사한번 안하던 그가 이제는 아침에 마주치면 인사도 해왔음.
이제야 좀 세상이 보이고 겸손함이 왜 필요한지 배우는것이냐 ㅋㅋㅋ
***
2020년 말...나는 내 코드가 지금 내리막 길을 걷는 우리 회사에 빛이 될 것을
굳게 믿으며 '폐관'에 들어가게 됨......
폐관을 끝낸 시기는 이듬해 2021년 2월 초였고....
다시한번 햄릿 이사의 밑 바닥을 보게 되었음.
이제 내 이야기도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 시점인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