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부지가 사업을 하셨는데 크게 성공하셔서 저는 부잣집 도령으로 자랐어요.
근데 IMF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버티다 버티다 아부지 건강까지 악화 되는 순간
훅 무너지고 길거리로 나가 앉았거든요.
아부지는 술을 40넘어까지 드시지 않았어요. 술이라는걸 모르고 사셨는데 한참
잘나갈때 부를 어떻게든 과시는 하고 싶고,.. 그래서 벽 한쪽면에 선반을 만들고
거기에 비싼 고급 양주들을 모으기 시작하셨어요. 마시진 않고 ㅋㅋ 자랑용으로..
근데 사업 슬슬 무너지면서 질 안좋은 친구까지 만나 술을 배우시더라구요.
그 때 그 양주들을 거의 다 드셨어요. 새로 살 돈은 없고 그냥 있는거 하나씩
까서 드시더라구요. 그러다가 뇌경색 오시고 한쪽 시력을 잃으셨음. 난 그래서
술이 싫어요. 왠지 술이 우리 가족을 다 망쳐 놓은거 같았거든요. 엄마 닮아
알쓰이기도 하고 ㅋ
암튼 잡소리가 길었는데 아부지 뇌경색 오시고 집은 경매 넘어가서 대충 눈에
보이는 것들만 챙겨서 나오느라 창고에 짐들이 아직도 개판으로 쌓여있는데
며칠 전 찾을게 있어서 정리를 하다가 남은 양주 몇개를 발견했어요.
썩어가는 앨범인가? 하고 열어봤는데 술이네요. 거의 20년은 된거 같은데 ㅋㅋ
이거 썩었겠죠?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엄마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거 같은데 대충 20년전쯤 아빠 선물로 구매했다가 뇌경색 오고 집 넘어가고
정신 없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때 직원이 뭐 30년산? 이라고 했다던데 그럼 50년 된거네요.
그거 말고도 몇개 더 발견했는데
컵에 먼지 뽀얗게 쌓인거봐. 얘도 한 20년 된거 같아요. 색깔 좀 이상하네. 그 외에도 몇개 더 있긴 한데 썩은거 같아요.
병이 이뻐서 술 다 버리고 제가 물통으로 쓸려고 했더니 엄마가 이거 비싼거라고 그러지 말라네요. 몇년 더 묵혔다가
팔면 비싸게 팔 수 있다고 -_-